앵커: 북한 당국이 곡물에 이어 수산물도 장마당에서 팔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2022년부터 북한 당국은 장마당 중심으로 유통되는 곡물을 국가 양정으로 흡수하기 위해 각 지역마다 양곡판매소를 운영하면서 장마당에서의 곡물 판매 통제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달부터 동서해 (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 판매도 통제하고 있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 초부터 (함흥) 흥남구역 장마당에서 동해 물고기 장사가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가 양곡판매소가 활성화되도록 개인에 의한 곡물 판매를 엄격하게 통제해 온 북한 당국이 개인에 의한 수산물 판매도 금지했다는 설명입니다.
“장마당에서 수산물을 파는 행위가 통제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수산물은 전부 국영 수산물 상점에서 팔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개인에 의한 수산물 판매가 통제되면서 장마당으로 유통되던 수산물은 흥남구역 각 동(43개)마다 자리한 수산물 상점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흥남구역 국영 수산물 상점에서 판매되는 물고기는 이면수(임연수) 한손(2마리)에 1,500원(미화 0.17달러), 청어 한손에 4,000원(미화 0.45달러)으로 장마당보다 조금 싸거나 비슷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현지 북한 원화 시장환율은 1달러에 8,700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국영 수산물 상점이나 공업품 상점 영업은 국가가 판매상품을 공급하지 못한 90년대 중순부터 사실상 마비상태로 상점공간은 개인에게 임대해주고 월 임대료 받는것이 보편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마당에서 수산물 판매가 금지되면 수산물 도매상들은 국영상점에 수산물을 넘겨주게 되고 상점 입장에서는 임대료 수익보다 판매수익이 더 많아 이익이고, 북한 당국으로선 국영상업망을 통해 수산물 수급과 자금 환수가 이루어지게 돼 이번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0일 “은산군 장마당에서 식량을 제외한 나머지 장사는 통제되지 않았는데, 이달 들어 동서해 수산물 장사가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국가자원인 바다에서 잡아들인 수산물은 국가 자원이므로 전부 국영상점으로 유통 판매하게 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동서해 바닷가에 자리한 국영 수산사업소 어선들이 국가계획으로 잡아들인 물고기를 국영상업망으로 유통시켜 군인들과 주민들에 국정가격으로 공급해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어선에 연료 공급이 중단되며 국가차원의 수산사업소 운영은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장마당이 증가하며 수산물 수요가 부각되자 개인 돈주들은 수산사업소 어선을 임대하거나 중국에서 수입한 어선을 국영 명의로 운영하면서 어획한 물고기의 일부를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장마당으로 유통시켜 왔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당국이 장마당에서의 수산물 판매를 통제하는 것은 소비가 많은 식량을 장마당이 아니라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도록 조치한 것과 같다”며 “국영상점에서 물고기를 팔면 장마당 중심으로 유통되던 자금을 국가가 환수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