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철소, 철광석·연료 부족으로 생산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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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제철산업이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최대 철강생산 기지인 김책제철소도 연료와 철광석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일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제철소인 김책제철소가 요즘 전력, 콕스(cokes, 발열량이 높은 역청탄을 가공해 만든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연료) 등 연료 부족으로 가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며 “1년 치고(내내) 제철소 굴뚝에서 연기 나는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얼마전 중앙텔레비죤에서 김책제철소가 철강재 생산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에네르기(에너지) 절약형 산소열법용광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과장해서) 선전을 했다”며 “하지만 김책제철소의 새해 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제철소는 전기와 콕스를 이용해 쇳물을 녹였다”며 “하지만 전력공급이 시원치 않고 콕스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운영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국가적인 전력 부족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강철생산에서 필수인 콕스도 지금까지 중국에서 외상으로 가져다 썼다”며 “하지만 콕스 대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중국이 콕스를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몇년 전에는 콕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출장갔던 제철소 지배인을 외상 대금을 갚을 때까지 보낼 수 없다며 중국 대방이 억류하는 바람에 당국이 어쩔 수 없이 미결된 콕스 대금 일부를 갚아준 사건도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공급이 원만치 않은 콕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바로 중앙텔레비죤이 선전한 산소열법에 의한 강철생산이다”라면서 “이를 위해 제철소에 산소분리기 시설을 새로 건설했지만 사실 이것은 별로 신통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소열법에 의한 강철생산은 용광로에 산소를 불어넣어 콕스 사용을 줄인다는 것인데 산소를 생산하는 설비인 산소분리기를 가동하는 데에는 많은 전기가 필요하므로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현재 김책제철소는 가끔씩 며칠간 가동해 국가에 꼭 필요한 철강재를 생산하고 다시 멈춰서기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급히 생산해내는 철강도 철광석에서 뽑아내는 게 아니라 대부분 주민들에게 과제를 주어 수집한 고철을 녹여 다시 철강재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새해 첫날인 1월 2일 군내 공장 기업소 종업원들이 그동안 수집한 고철을 수레와 썰매에 싣고 출근해야 했다”며 “요즘 경제부문의 맏형인 금속부문을 적극 지원하자는 당국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인 당 10kg의 고철수집을 위해 1월 1일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읍내 구석구석을 찾아 헤맸다”며 “이날 들고 나간 고철은 매달 바쳐야 하는 과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소학교 학생들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주민들은 매달 8~15kg의 고철을 수집해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매달 고철수집은 내각이 아닌 당 군사위원회 명령으로 하달되는 과제로 각 시, 군에는 주민들이 수집한 고철을 받아 제철소에 보내는 일을 하는 고금속사업소라는 기업소가 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에 국내에서 제일 큰 김책제철소가 있고 제강소도 있지만 도에 필요한 철강재 수요도 해결할 수 없어 고철을 녹여 강재를 생산하는 강철공장을 도가 자체로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기도 전력부족, 고철부족 등으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는 김책제철소(청진), 황해제철소(송림), 보산제철소(남포), 청진제강소, 강선제강소(남포) 등 여러 제철소와 제강소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제철소는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로 이 두 기업은 여러 관련 기업이 합쳐진 연합기업소입니다. 이밖에 성진제강소(김책), 8호제강소(강계), 2월제강소(성간) 등 방사포와 미사일 같은 군수산업에 필요한 철강재를 생산하는 제철소와 제강소는 2경제위원회(군수산업을 담당) 소속으로 따로 운영됩니다.

한편 한국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김책제철소의 연간 생산능력은 선철 240만t, 강철 200만t, 압연강재 140만t 등 총 600만t으로 추정되며 1,000㎡의 대지에 2만여 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