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소 보수공사가 두려운 북한 청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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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이 장기간 제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던 청진제강소를 살리기 위한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강소의 부활을 반겨야 할 청진 주민들이 보수공사를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는 북한에서 ‘철의 도시’로 불립니다. 북한 최대의 철강 기업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청진제강소(강철을 만드는 공장) 등 철강업이 집중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두 기업은 1930년대 말 일본 미쓰비시 재벌이 건설한 공장입니다. 시내 외곽에 있는 제철소와 달리 제강소는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김부자 동상 맞은 편에 있습니다. 1945년 해방 후 소련(러시아)의 원조로 제강소 능력확장공사가 수차 진행되면서 부지 면적이90만㎡까지 확장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제철소와 제강소 모두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동을 멈춘 채 장기간 시내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제강소는 도시발전에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10년경부터 청진 중심부 건설을 위해 제강소의 일부 시설과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광장, 예술극장, 식당, 고층 아파트 등을 짓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금 청진제강소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며 “제강소 보수공사가 시내 주민들의 뜨거운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 제강소가 정상 운영될 당시 제강소의 여러 굴뚝에서 뿜어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미세한 탄가루로 숨을 제대로 쉬기가 힘들었다”며 “어떤 날에는 집 마당에 넌 흰 빨래에 검은 얼룩이 가득 묻을 정도로 대기 오염이 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반 경제난)과 함께 제강소가 멈춰선 이후 청진 시내의 공기가 정말 좋아졌다”며 이런 사정으로 “청진 주민들은 흉물스러운 제강소의 일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다양한 건축물을 짓는 데 대해 모두가 반겼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 건설은 김정일이 직접 지시한 것이지만 도 자체의 힘으로 하다 보니 10년 전에 시작된 건설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래도 도시 중심부가 많이 변모되었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진시 도시발전전망계획을 보면 청진제강소가 있던 자리에 많은 새 아파트가 건설되게 되어있는데 이를 다 무시하고 제강소를 다시 살리면 뭐가 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함경북도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상식적으로는 30년 넘게 숨 죽어 있던 제강소가 살아나는 데 대해 좋아해야 하겠지만 청진 사람 대부분이 제강소의 부활을 반기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제강소와 제철소로 인해 발생하는 극심한 공해는 오래전부터 문제시 되었다”며 “그렇다고 제강소를 없앨 수는 없어 김일성 시기 도시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해의 영향이 적은 청진 남쪽에 새 도시를 건설해 시내 주민과 공기관을 옮기기로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그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남청진 도시 건설은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고 그후 김정일은 새 도시 건설 대신 다 폐허가 된 제강소를 철거하고 그 자리를 번듯하게 꾸리는 청진 중심부 건설을 지시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정은은 제강소 철거를 보류하고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제강소가 철거되는 데 대해 온 청진 주민들이 좋아했는데 다시 제강소를 살린다고 하니 주민들이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