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교 보내라” 북, 농사일 시키는 부모에 독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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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달 들어 북한 각급 학교들이 개학했지만 생활상 어려움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가정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지방 교육 당국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에게 통지문을 보내 학생들의 등교를 독촉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월 1일 북한 전역의 각급 학교들에서 새 학년도 개학 모임이 열리고 수업이 시작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생활상 어려움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지역 교육 당국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에게 통지문을 보내 으름장을 놨습니다.

양강도 백암군의 교육부문 관련 주민 소식통은 10일“4월 1일 각 학교와 유치원들에서 입학식과 개학 모임이 진행되었다”며“새 학년도 수업이 시작되었으나 한 학급에서 한두 명씩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학급 출석률이 낮으면 담임 교원(교사)이 추궁을 받게 된다”며“학급 내 다른 아이들이 수차례 데리러 가고 담임 교원이 직접 부모를 만나도 여전히 적지 않은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은 다 가정생활이 어려운 집 자식들”이라며“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은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산속에 있는 소토지(개인 화전) 농사 준비로 바쁜 부모 일손을 돕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늘(4.10) 군인민위원회 교육부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에게 통지를 보냈다”며“통지 내용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는 것과 함께 아이를 계속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 부모가 다니는 공장 당위원회에 통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학교 측이나 담임 교원이 부모에게 자녀를 학교에 보내라고 요구하는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지역 교육 당국이 이렇게 부모에게 당위원회에 알리겠다고 통지문을 보냈다는 것인데 이것이 올해 특이한 상황입니다.

당 위원회에 통보된다고 특별히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권력기관인 공장 당위원회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등교시키라는 지적을 당하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큰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4월은 전국의 농장들이 모판에 씨앗을 뿌리고 밭갈이를 하며 논두렁과 배수로 정리를 하는 등 1년 농사 준비로 바쁜 달입니다. 마찬가지로 소토지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도 산에 올라가 땅을 뚜지고(파고) 퇴비를 져 올려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아 일부 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농사일을 돕게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소식통은 “시골 지역 주민에게 개인 소토지 농사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장사를 못하는 가정에 있어 소토지 농사로 지은 강냉이, 콩, 감자 등이 생명줄을 이어주는 유일한 식량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김책에서도 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들이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로 고심하고 있다”며“초급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 반은 학생이 총 28명인데 4명이 개학 날에 얼굴을 보인 후 출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집들을 보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장사를 돕거나 뙈기밭 농사일을 시키는 등의 경우가 태반”이라며“학급 아이들이 데리러 가거나 담임 선생이 찾아가도 생활이 어려워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면 선생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늘부터 시인민위원회 교육부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집 부모들을 불러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지난주 시내 학교들이 교육부에 출석하지 않는 아이들의 집 주소와 부모 직장직위 등이 적힌 결석자 명단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부모를 불러 추궁한다고 출석률을 100% 보장하긴 어려울 것”이라며“당장 먹을 식량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있어 아이들의 등교보다 어떻게 하나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