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지난 5월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축산농가 등 취약계층의 식량안보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유엔이 대북지원을 위해 확보한 자금은 필요액의 10%를 약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일 발표한 ‘세계정보 조기경보 보고서’(GIEWS Update)에서 북한에 유입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생계 및 식량안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이 기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북한, 중국, 몽골 등 동아시아 지역과 베트남(윁남), 라오스, 캄보디아(캄보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북한에서도 돼지고기 생산량이 상당 규모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얼마만큼 감소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주로 빈곤층이 돼지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만큼,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면서 북한 취약계층의 식량안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돼지 폐사 및 살처분으로 인해 해당 축산농가의 수입이 감소했고, 정부 당국의 방역 및 발병지역 돼지고기 거래 중지 조치 등으로 인해 축산 농가의 생계활동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이 기구는 돼지를 사육하는 대부분의 저소득층 소규모 농장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 전염병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예방 자금이 부족해 이러한 전염병 발병 피해에 따른 생계와 식량안보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외부환경과 살균제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 여전히 확산 위험이 높다고 이 보고서는 우려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최근 올해 북한을 포함한 유엔의 인도주의 지원활동을 위한 자금 현황을 보여주는 중간 보고서(Mid-Year Status Report: June 2019)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엔은 대북지원 자금으로 필요한 1억 2천만 달러의 12.5%인 1천 5백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동기 9.1%와 비교하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 보고서와 함께 이 기구의 자금추적서비스에 따르면, 대북지원의 가장 큰 공여국은 2일 현재 스위스로 총 지원액의 약 30%인 6백만 달러를 지원했고, 스위스 다음으로는 한국 정부가 약 23%에 달하는 450만 달러를 지원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의 영양지원 사업에 450만 달러, 유엔아동기금(UNICEF)의 모자보건 사업에 35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이 기구의 자료에는 아직 모든 지원액이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정부 지원액은 전체 모금액의 20.3%인 400만 달러를 지원해, 스위스와 한국 정부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한편, 이 기구는 북한을 포함해 시리아, 남수단, 소말리아, 이라크, 예멘 등 여타 국가들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자금이 긴급히 필요하다며, 각 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