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지역 ‘돌격대’ 숙식 해결위해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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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격려하며 평안북도 수해 지역으로 파견된'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정작 현지에서는 돌격대의 숙식이 해결되지 않아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6일, 평양에서는 신의주와 의주군 수해 지역에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가 진출하는 1호 행사(김정은 위원장 참석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수 만 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돌격대에 탄원(자원)했다고 북한 매체는 보도했지만 돌격대는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지 못한 채 수해 복구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그제(7일)부터 신의주에는 청년들이 무리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은 “당국이 파견한 백두산영웅청년 돌격대”라고 전했습니다.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는 ‘속도전청년돌격대’와 함께 노동당의 외곽단체인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산하로 국가 건설에 동원되고 있는 3만여 명 규모의 청년 조직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평양 5만 세대(2021-2025) 살림집 건설에도 동원되고 있는데, 수해복구가 국가적 사업으로 중시되면서 열차를 타고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평양에서부터 수해 지역인 신의주와 의주로 파견되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 동안 평양건설에 동원되었던 3만명 규모의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를 수해복구로 돌리면서 앞으로 평양 서포지구 건설은 청년돌격대없이 군인건설자 부대, 전국 당원돌격대 인원만으로 이뤄질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청년돌격대는 상단(구리도)과 하단(위화도) 등 수해로 침수됐던 여러 섬에 배치됐고 바로 숙소부터 건설했는데, 국가에서 자재를 공급하지 않아 침수로 무너진 살림집 속에서 목재와 벽돌 등을 건져내 임시 숙소를 지었다”고 말했습니다.

식사는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첫날부터 식량이 공급되지 않은 돌격대원들은 폭우가 쓸고 간 개인집 텃밭을 돌아다니며 넘어져 있는 옥수수 이삭을 따다 구워 먹으며 도로에 쌓인 감탕(진흙) 걷어내기에 동원”됐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국가적 조치로 청년돌격대가 건설사업이나 수해복구에 파견될 경우, 숙소와 식사는 돌격대가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건설 현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숙소는 임시 건물을 짓거나 기존의 건물을 이용하고, 식사는 돌격대가 소속된 기관 기업소나 지방정부 등의 지원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살림집과 도로 등 교통이 마비된 평안북도 수해 지역은 일반 건설 현장과 다른 상황입니다.

소식통은 “이튿날 신의주 당위원회가 수입산 옥수수를 공급하였으나 연료와 채소는 자체 해결하도록 해 돌격대 각 소대에서는 밤에 시내로 나가 수해를 입지 않은 개인 집 창고에서 구멍탄(연탄)과 염장 양배추 등 연료와 채소를 훔쳐 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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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 안전위해 익명요청)은 “신의주와 의주군에서 수해로 무너진 살림집 건설을 12월 전에 완공하라는 게 당국의 지시”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지난 7일부터 의주군에 파견된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원들과 평안북도에서 조직된 청년돌격대원이 현재 5만여 명은 족히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수해로 무너진 도로 건설부터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숙소는 천막으로 대충 짓고 그 안에서 밀집돼 잠을 자지만 식량과 연료, 생필품은 도로가 복구된 이후에나 정상 공급된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었다며 “그동안은 식량은 의주군 당에서 공급하고 연료와 채소, 비누 등은 각 돌격대가 자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필요 물자를 자체 해결하라’는 건 도둑질 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에 청년돌격대원들은 의주군에서 압록강과 떨어져 수해를 입지 않은 마을로 이동해 텃밭 채소나 개인집 창고에서 마른 장작 등을 훔쳐 오면서도 양심 가책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해복구가 시작되자마자 돌격대 인력이 도둑으로 변하자 지역 주민들은 당국이 물자 공급은 제대로 하지 않고 수해 지역에 청년들을 무리로 파견해 도둑촌을 만드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함경북도에서 탈북한 이영(가명) 씨는 “2016년 큰물 때도 청년돌격대가 온성군 수해 지역에 파견됐는데, 식량 공급을 하지 않다 보니 돌격대원들이 개인집 텃밭의 옥수수를 훔쳐 식량으로 대용하며 수해복구에 나서다 보니, 그 다음 해 온성군에서는 절량 세대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돌격대만 파견하고 이들의 생활은 전혀 보장하지 않은 후과가 결국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왔다는 설명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