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상주직원 감축 요구에 “현 수준 유지 필수”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VIDEO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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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은 북한 상주 유엔 소속 직원의 수를 줄이라는 북한의 통보에,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지속적인 대북 구호활동에 필수적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유엔 상주직원 감축 통보와 관련해 북한 당국과 현재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날 북한 정부로부터 북한에 상주하는 유엔 소속 외국인 직원 수를 올해 말 까지 줄이라는 서한을 받은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북한의 김창민 외무성 국제기구국 국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주북한 유엔 고위 관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적대세력에 의해 유엔 원조가 정치화된 탓에 유엔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소기의 결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며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북한 상주 유엔 직원의 감축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습니다.

이 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구체적으로 유엔개발계획 소속 직원 수를 6명에서 1∼2명으로 줄이고, 세계보건기구 소속 직원도 6명에서 4명, 또 현재 13명인 유엔아동기금 소속 북한 상주 직원 역시 1∼2명 가량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어 “북한 내 국제 구호직원 감축 사안과 관련해, 2018년 유엔과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2백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안보, 영양 및 보건 지원 사업 등을 포함한 인도주의 지원을 전달했다는 점을 다시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내 유엔 상주직원의 현재 규모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자릭 대변인 : 현재 유엔 (대북지원) 활동의 현장인력은 지금도 충분치 않습니다. 현재의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대한 식량안보와 물, 영양(지원)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자원을 동원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Current UN operations already have a light footprint on the ground, and continued capacity at current levels is vital for ensuring continued UN support for critical food security, water, nutrition programming, as well as mobilizing resources.)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대미 압박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정부가 유엔의 대북제재 및 유엔 인권보고서 공개 등 정권과 지도부를 향한 외부 비판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줄곧 미국에 대북 비핵화 협상에서 11개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보다 낮은 수준을 요구하도록 압박을 높여왔다며, 북한이 앞으로 점진적으로 압박을 더 강화해 중장거리 미사일 및 핵무기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한국의 5만톤 쌀 지원을 최근 거부했지만, 유엔 상주직원 감축은 북한에 제공될 수 있는 인도주의 지원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Gary Samore)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자국 내 유엔 상주직원 감축 통보를 통해 미국에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 전략을 수정하라고 요구해온 북한의 전반적인 대미 외교적 목적을 달성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연내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미국이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요구했던 것에서 입장을 바꾸고 얼마만큼의 융통성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는지 어느 시점에서는 시험해보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크리스틴 리(Kristine Lee)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역사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유엔을 적대적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북한 영토에서 유엔 직원을 쫒아내려는 북한의 움직임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더 큰 의존도를 보게 될 것”이며 “또 재정 확보를 위한 또 다른 불법 수단 뿐 아니라 더 창의적인 제재회피 등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북한 상주 유엔 직원 감축 통보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5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