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영화 북 주민들에 인기

평양의 한 상점에 영화 DVD·VCD 디스크가 진열돼 있다.
평양의 한 상점에 영화 DVD·VCD 디스크가 진열돼 있다.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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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북한주민들 속에서 미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 속에서 미국 소설이나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소식통은 20일 “요즘 평성시장에 대학생들이 나가면 책 매대 상인들이 미국 소설책이나 영화를 담은 메모리(USB)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해온다”며 “요즘 들어 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소설과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발 빠른 대학생들은 미국 소설이나 드라마 등을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칩(USB메모리)에 담아 상인들에 넘겨주고 돈을 벌고 있다”며 “대학생들은 또 밀수로 들어온 미국 영화의 대사를 조선말로 번역해 자막을 넣어서 암시장 장사꾼에게 넘겨주면서 돈을 벌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일반 주민들이 가장 재미있게 읽는 미국 소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인데 소설의 배경이 우리나라의 현 실정과 비슷하고 여자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 역정이 억척스런 조선 여성들의 운명과 같아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영화 파일도 칩(메모리)에 담겨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금 장마당 책 매대에 가보면 겉에는 일반 기술서적과 소설책들이 진열되어 있지만 매대 밑에는 미국 소설과 영화 메모리들이 숨겨져 있다”며 “일반 조선 소설과 영화의 대여 가격은 하루 내화 천원인데 비해 미국 소설과 영화는 하루에 5천원으로 매우 비싸지만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원래 조선에서도 세계명작 소설들이 출판되었지만 일반 도서관에는 비치하지 않아 주민들이 접할 수 없었다”며 “고난의 행군 이후 대학교수들과 과학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책을 팔면서부터 명작 소설과 기술서적들이 장마당에 소량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이제 조선에도 USB메모리가 널리 퍼지면서 소설이든 영화든 찾는 사람만 있으면 금방 유행이 되고 있다”며 “요즘 청소년들은 번역되지 않은 미국 영화도 소형 칩(메모리 칩)에 담아 손전화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도 외국 도서나 영화는 불법 영상물로 109상무그루빠의 단속 대상이지만 미국 소설과 영화는 남조선의 도서나 영상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