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웜비어 유족에 ‘페이팔’ 북 자산 정보 열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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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억류됐다 식물인간 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후 곧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미국의 자금결제 업체 페이팔(PayPal)이 소유한 북한 자산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이 이를 승인한다는 판결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 2018년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아들을 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5억 114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아낸 후 전 세계에 은닉된 북한 자산에 대한 추적을 이어온 웜비어 유족이 미국의 거대 전자 결제 기업 페이팔로부터 이런 추적노력에 대한 협조를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갱신된 연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법원의 베릴 하웰 판사는 지난 15일, 웜비어 부모가 페이팔이 소유한 북한 자산 관련 기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부의 승인을 구하기 위해 제출한 ‘보호 명령’ 요청서에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9일 웜비어 법률대리인 측이 법원에 제출한 ‘보호 명령’ 요청서는 서류미비 등 일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당일 승인이 반려됐지만, 이틀 뒤 관련 문제를 보완해 재검토를 요청한 데 대해 법원이 승인함에 따라 손해 배상 소송의 원고인 웜비어 유족과 페이팔 간 북한에 관한 기밀 정보 공유가 가능토록 허용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겁니다.

웜비어 유족을 대리하는 맥과이어우즈 법률사무소가 앞서 법원에 제출한 ‘보호 명령’ 요청서는 승소 판결의 원고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신디 웜비어 씨는 지난해 11월 8일, 페이팔에 ‘제3자 소환장’(third-party subpoena)을 보내 페이팔이 소유하고 있는 특정 정보(certain information in the possession of PayPal)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해당 ‘보호 명령’ 요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원고와 페이팔의 변호인단 간 관련 논의는 이미 이뤄진 상태로, 페이팔은 특정 정보의 보안 유지를 위해 법원 측에서 ‘보호 명령’ 승인이 내려지는 조건에서 소환장에 상응하는 정보를 원고 측에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날 판사가 서명한 ‘보호 명령’ 승인서에는 원고인 웜비어 유족 측이 제3자 소환장에 따라 페이팔 측에서 작성한 모든 정보는 페이팔이 별도의 서면 통지를 하지 않는 한 기밀정보(“Confidential Information”)로 간주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밀정보는 북한을 상대로 한 ‘웜비어 소송’(“the Warmbier Litigation”)에 대한 배상 판결을 수집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으며,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하면서, 소송 집행과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에게만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한시적으로 허용된다고 명시했습니다.

페이팔 공식 홈페이지에 페이팔은 전 세계 202개국에서 25개의 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3억2천5백 개의 계좌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경우 페이팔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국은 아님은 물론, 현재까지 실제 북한이 페이팔을 불법 자금망의 일부로 악용한 것으로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어느 순간부터 페이팔을 전통적인 은행 체계에서 벗어나 자금을 송금하거나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해도 놀라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연계된 것으로 간주되는 정보가 있다 해도 해당 거래 내역에는 위장된 신분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부 조사가 수반돼야 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같은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기 위해 북한의 숨겨진 자산을 파악하고 압류하기 위한 웜비어 유족의 계속되는 노력은 더 큰 관점에서 북한의 불법 자금망을 파악해 제재를 가하고 김정은 정권을 옥죄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밖에 최근 갱신된 미국 연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 연방검찰은 지난 11일,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이 소송을 제기한중국 기업 위안이우드와 익명의 싱가포르 기업에 각각 172만2천달러와 59만9천달러에 달하는 자금 몰수 소송에 대한 궐석판결을 법원이 승인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궐석판결이란 피고가 거듭된 시도에도 끝내 재판 출석을 거부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경우 원고의 주장에만 기반한 채 판결을 내리는 것을 허용하는 법원의 재판 방식입니다.

지난 2018년 웜비어 부부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냈을 당시에도 이같은 궐석판결이 허용돼 웜비어 부부 측에 승소 판결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