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자녀 결혼식을 뇌물 챙기는 기회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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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주민들이 간부들의 각종 경조사에 축의금과 조위금을 부담하느라 생계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는 소식입니다. 특히 결혼식이 많은 계절을 맞아 요즘 주민들은 축의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뜯기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사사 여행으로 중국을 방문한 한 평양 주민 소식통은 “요즘 같이 결혼식이 많은 때는 어디 달나라에라도 도망을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결혼 축의금 때문에 살림이 휘청거릴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지인들의 결혼식 때 현금이 아니고 결혼식 잔치에 필요한 음식이나 간단한 선물을 마련해서 보내주면 되었지만 이제 그런 풍습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면서 “현금으로 부조를 하지 않으면 결혼 축하 손님으로 얼굴을 내밀 수 없을 만큼 우리 내부의 분위기가 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평양의 경우 일반주민들의 결혼 축의금은 보통 10달러에서 50달러 사이지만 직장 간부나 사법기관 간부 가족의 경우에는 100달러 정도는 해야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면서 “친지의 결혼축의금도 부담스럽지만 간부 가족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빼먹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생계에 지장이 있어도 반드시 축의금을 바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은 “신의주에서도 가까운 친지나 간부 가족의 결혼 축의금은 최하 50위안에서 많게는 200위안 정도는 해야 한다”면서 “일반 평민들의 부조금 액수 50위안이면 립쌀을 10킬로를 넘게 살 수 있는 조선의 평민들에게는 아주 큰 금액인데 간부들은 200위안도 많은 돈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 사이의 결혼식 축의금은 어려운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한다는 의미에서 문제될 게 없지만 문제는 간부들 자녀의 결혼 축의금”이라며 “일반 주민들이 간부들에게 내는 축의금은 앞날에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바치는 뇌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간부들에게 바치는 축의금은 빚을 내서라도 큰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선의 간부들은 자식 결혼식을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한 몫 챙길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큰 간부이건 보통 간부이건 자식 결혼식을 기회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특히 인민반장을 비롯해 동 사무소 간부, 지역 보위성, 보안성 간부의 자식들 결혼식에는 설사 초대장(청첩장)을 받지 못했더라도 반드시 참석해 축의금 봉투를 내 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