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러 파병 북한군, 정말 ‘폭풍군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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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여러 부대 출신의 병력이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에 생포된 북한군은 자신을 정찰국 소속이라고 밝혔고,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일기에서는 범죄자 출신이 파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요.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파병을 위해 새로운 부대가 조직된 정황도 감지됐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과연 폭풍군단인지, 천소람 기자가 [팩트체크]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 SBS 뉴스 ]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부대는 특수작전부대 '폭풍군단'으로 알려졌습니다.

[ 채널 A 뉴스 ]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들은 폭풍군단이라고 불리는 최정예 특수부대라고 합니다.

[ JTBC 뉴스 ] 북한이 파병하는 11군단은 '폭풍군단'으로도 불리는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입니다. 폭풍군단은 우리나라 특전사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 폭풍군단 소속 맞나?

지난해 10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상군을 파병한 북한.

당시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폭풍군단 소속 병력 1만 2천여 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폭풍군단(11군단)은 최정예 부대로 ‘경보병여단’(번개)과 ‘항공육전단’(우뢰), ‘저격여단’(벼락) 등 10개 여단이 있고, 소속된 부대원은 약 4만~8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병력은 전체 폭풍군단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이 대규모로 지상군을 파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모두 폭풍군단 소속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1. 북한군 포로, 정찰국 2대대 1중대 소속

우선 지난달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 'X'(구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폭풍군단 소속이 아닌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포로 심문 과정에서 이 북한 병사는 “자신이 누구와 싸우는지 모른 채 러시아에 왔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소속을 “정찰국 2대대 1중대”라고 밝힌 겁니다.

[북한군 포로] 정찰국 2대대 1중대입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 문제를 연구하고 군 출신 탈북민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온 김진무 전 한국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북한의 정찰총국은 총 3개 부서, 즉 대외연락부, 작전부, 정찰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폭풍군단과 정찰총국은 전혀 다른 부대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진무] 김정일 때까지만 해도 작전부, 대외연락부(해외 담당), 정찰국(작전 및 간첩)으로 나뉘어져 있고, 공작 임무를 맡고 있는 부서가 3개 있었습니다. 이게 통합된 것이 정찰총국입니다. 전투하는 부대가 정찰총국 소속이라는 점이 의아한데요. 정찰총국은 대외 공작 임무이기 때문에, 러시아 파병 부대를 새로 편성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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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8일,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군 하급병사 정경홍의 일기를 공개했다. 해당 일기에는 ‘과거에 저지른 죄로 조국의 신뢰를 잃었지만, 조국이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제공 via 연합뉴스
  1. 북한군 정경홍의 일기… 노동연대(죄수부대) 차출 가능성

또 일부 죄수들이 ‘전쟁에서 공을 세울 경우 감형해 주겠다’라는 약속을 받고 파병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군 하급 병사 정경홍의 일기를 살펴보면 “과거에 저지른 죄로 조국의 신뢰를 잃었지만, 조국이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정경홍은 일기에서 “소대 주임상사로 진급할 기회라는 축복이 주어졌지만, 당의 사랑도 저버리고 최고 사령관 동지에게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다”라고 밝히면서 “이곳에서 승리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면, 어머니 당에 청원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는 죄를 지은 노동연대(죄수부대) 출신 병사들이 감형을 조건으로 참전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또 일기에는 당에 무엇을 청원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내용을 미루어 봤을 때 현재 폭풍군단의 소속이 아닌 북한에서 죄를 지은 병사가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김진무] (소대 주임) 상사로 진급할 수 있었는데 하급 병사가 됐다는 거죠. 한국은 이등병, 일등병, 상병, 병장으로 구분하잖아요. 북한군은 훈련받을 때 전사, 그리고 하급 병사가 됩니다. 하급 병사는 계급으로 제일 낮은 거예요. 상사였는데 죄를 지으면 노동연대로 가는 거죠. 군 교도소를 가면 계급장을 다 빼버립니다. 장교가 들어와도, 별 4개가 들어와도, 이등병으로 강등되는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군인 신분에서) 죄를 지은 게 확실하다고 봐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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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영상에서 캡처한 것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던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하는 장면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via AP
  1. 폭풍군단 포함한 새로운 부대 편성 가능성

이런 가운데 북한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지난 1월 14일,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위해 2023년 8월 15일에 새로 조직한 ‘128 군부대’가 존재하며,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직접 이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에 어느 부대가 파병됐느냐”라고 묻는 말에, “파병을 위해 새로운 부대를 편성했는데 이들은 건설부대로 알려졌지만, 전쟁 파병이 아닌 이상 김 총비서가 러시아 건설을 직접 지휘할 이유가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도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전력에 관한 질문에 “주로 보병으로 편성됐다”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 팻 라이더 ] 모든 정황상 그들은 비교적 잘 훈련되고 유능한 병력입니다. (파병) 북한군은 보병 중심으로 편성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진무 교수는 “폭풍군단의 주요 임무는 낙하, 잠수, 후방 침투, 후방 교란, 요인 암살 등인데, 현재 전투에 참전한 북한군은 전투 및 돌격 작전을 벌이고 있다”라며 이는 특수 부대의 임무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진무] 지금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 일반 보병 부대와 거의 비슷합니다. 전선에서 양쪽이 맞붙어 싸우다가 전선이 밀리면 후퇴하고 전선이 우세하면 앞으로 공격하는 부대인데요. 만약 특수전 부대라면 우크라이나 전선 후방에 들어가서 작전하는 임무가 주어져야겠죠.

또 김 교수는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을 종합해 보면, 폭풍군단 외에도 특수부대, 일반 보병, 정찰국, 노동연대 등 다양한 부대가 섞인 새로운 여단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진무] 순수하게 폭풍군단만 갔으면 별도의 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잖아요. 하이브리드, 즉 (여러 부대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 부대, 저 부대에서 왔고, 노동연대 같은 죄수부대에서 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요. 그들을 조직해서 어느 큰 조직 하부에 둬야 하는데, 폭풍군단은 일반 부대와 다르잖아요. 일반 부대 훈련, 특히 공작 임무를 주기 위해서는 '정찰총국이 적합하다'라고 판단해서 정찰국 밑에 부대를 두고 그들을 훈련해 보냈을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여러 부대가 섞여 있기 때문에 정찰총국 산하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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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폭풍군단 소속의 북한 병사가 파병된 정황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왜소한 체격의 북한군 영상이 공개되자, “폭풍군단이 아닌 총알받이용 신병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국가정보원은 “왜소해 보여도, 현재까지는 최정예 특수 부대인 제11군단, 폭풍군단”이라고 밝히며, 이들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쿠르스크 전선에서 사망한 북한군의 소지품에서 북한 군부대에 관한 상세 명단( KBS)을 입수했는데, '2소대 2조 상세 명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북한은 한 소대의 하위 조직을 보통 ‘분대’로 명칭하는데, ‘분대’가 아닌 ‘조’로 표기한 것은 북한 특수부대의 특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FA는 북한 파병군이 정확히 어떤 부대에서 차출됐는지, 이들의 소속이 어디인지는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에도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군 포로가 직접 자신을 ‘정찰국’ 소속이라고 밝혔고, 사망한 북한군의 일기에서 죄수 출신 병사가 파병됐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실제 파병된 북한군은 폭풍군단 외에도 정찰국, 노동연대(죄수부대) 등의 병력을 차출해 편성한 신설 부대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4일, 2~3천 명의 북한군이 추가로 파병될 수 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병력으로 구성된 부대가 준비 중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