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앞 ‘헬로 키티’…사상 통제 한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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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수해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평양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특히 어린이와 노인, 환자 등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서 수해를 입은 약 1만 5천400명의 이재민을 평양으로 이주시키고, 국제 지원 없이 자력으로 복구를 진행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평양에 거주하는 것은 마치 '하늘의 별 따기'처럼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당연히 북한 사람들은 기뻐하고 감동할 것 같습니다. 다만, 역으로 보면 너무나 이례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 이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제정하고 사상 통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양곡 판매소도 설치하고 시장 활동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한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인 두 나라 관계로 규정하고,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북한 사람들이 이러한 정책에 실망하고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일부 이재민을 평양에서 보호한다는 이례적인 정책은 김 총비서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커지는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을 우려한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 매체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재민들은 기존의 공공시설이 아니라 바닥에 직접 설치된 대형 텐트에 수용돼 있었습니다. 그 텐트는 통풍이 잘되지 않고, 온도와 습기로 인해 위생 상태도 열악해 보였습니다. 또 영상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화장실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구호책은 너무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중에서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이재민 여자아이가 사용하는 신발이 조선중앙통신 영상에 등장했는데, 그 분홍색 신발에는 일본 만화 캐릭터 (일본 캐릭터 전문 기업인 산리오의) '헬로 키티'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북한이 여러 가지로 사상 통제나 해외 문화 유입을 제한하려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 신발에서 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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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 옆에 놓인 북한 여자아이의 ‘헬로 키티’ 신발 /조선중앙통신 캡처 (KCNA)

[ 기자] 북한이 수해 복구에 대한 자력갱생을 고집하는 가운데, 지난 9일에는 옹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중 간에 수위 정보 공유를 한층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는데요. 중국과 북한이 수위 정보 공유를 강화하려는 이유와 이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 마키노 요시히로]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압록강 물의 이용을 둘러싸고 중국과 북한은 과거부터 대립한 바가 있었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허가 없이 압록강 물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고요. 중국 측의 제방 시설이 북한보다 잘 준비돼 있기 때문에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주로 북한 쪽에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북한도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북한은 국내 피해 상황에 관해 내부적으로는 돌격대를 동원해야 하는 경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보를 공유한 바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북한이 외국에 피해 상황을 밝히는 것은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적인 입장과 모순된다고 계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북중 간에 수위 정보 공유를 강화하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이번 자연재해가 북한 당국에는 상당히 심각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보 공유는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북한의 열악한 재해 대응 인프라(기반 시설)를 강화하기에는 부족할 겁니다. 따라서 효과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한계도 명확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기자] 이달 중순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군사기술포럼 'ARMY 2024'에 북한 군사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포럼에 참석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또 이번 포럼에서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러시아의 첨단 군사 장비는 무엇이며, 양국 간 추가로 논의될 군사 협력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군사기술포럼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무기나 군사 기술에 관한 전람회입니다. 여기는 세계 군사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선보이고 판매하기 위해 무기나 기술을 전시하는 모임입니다. 요즘에는 사이버, 전자전, 우주 등 '신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 그리고 이러한 신영역을 통합하기 위한 통신 기술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무인 무기와 인공지능(AI)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군사 산업부는 이러한 새로운 분야의 기술이나 장비 개발에 경쟁하고 있으며, 이번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군사기술포럼에서도 이러한 분야에서 다양한 전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도 당연히 이러한 기술에 관심이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전람회에 나오는 장비나 기술은 판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가라면 구매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스스로 제재 위반을 인정하는 발표를 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미사일이나 포탄을 제공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습니다. 러시아는 이중용도(dual-use) 기술을 중심으로, 북한으로의 이전을 인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전투기나 전차 등 군사 장비를 북한에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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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ARMY 2024’ 군사기술포럼에 참석한 방문객이 전시된 군사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AP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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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대쿠바 관계 여전히 중요시해"

[기자] 한편, 북한 외무성이 지난 8일 쿠바 주재 대사로 한수철 노동당 부부장을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수철 신임 대사를 임명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또 최근까지 북한이 쿠바와의 외교 관계에서 보여준 전략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여전히 쿠바와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쿠바는 전 세계에서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은 여전히 쿠바의 국가 원수를 '동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쿠바가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은 불쾌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세계 질서는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서방 국가들이 구축했던 질서 대신, 러시아와 중국 등 일부 권위주의 국가들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는 입장에 있으며, 이는 쿠바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도 쿠바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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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북한대사관 전경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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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지난 9일 한국군 관계자를 인용한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앞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새로 생산해 전방에 배치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발사대를 대량 공개한 전략적 의도는 무엇이고, 한국군이 이에 대해 어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발사대 250대를 전방에 배치한다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아직 '가짜'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발사대들을 전방에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군사 시스템에 의미 있게 추가되고, 연습을 거쳐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 배치됐다고 해서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로 훈련을 하는 경우에도, 지방에 있는 부대마다 따로 훈련하기보다 처음부터 같은 장소에서 모여 훈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북한은 현재 발사대를 기존 부대에 새로 편성하는 과정에 있을 가능성이 있고요. 아직은 실제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 때문에 앞으로 전방에 배치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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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국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미 육군 제1기갑여단 전투팀의 M1A2 에이브람스 탱크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AP (Ahn Young-joon/AP)

" 일본 차기 정부에서도 북일 협상 쉽지 않을 것"

[ 기자] 끝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하순에 치러질 총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한미일 3국 간에 쌓아온 협력 방위 태세와 더불어,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본 기시다 정부와 자민당은 최근 정치 모금을 둘러싼 부정행위로 인해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자민당 내에서는 내년 7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의원들이나 작년 10월 말에 임기가 종료된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기시다 총리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일본 여론에서도 자민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기존 자민당의 이미지와 다른 반 주류파 인물이나 정치 경험이 짧은 젊은 인물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로 인해 올해 말까지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과 조기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자민당도 이 정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일본 정권도 같은 외교 노선을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선도 변함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희망하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의욕을 보였지만, 북한은 기시다 정부가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협상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내년 말까지 국방 5개년 계획에 집중할 것이며, 내년 1월에 들어설 미국의 새 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한, 북한은 쉽게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북한이 일본과 협상에 나서는 시점은 미북 간에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된 이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본에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더라도 본격적인 북일 협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