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신압록강대교 개통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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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2014년에 완공된 신압록강대교가 언제 개통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중국 측과 북한 측 모두 개통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2월 25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중국 측에는 신압록강대교 진∙출입로의 교통 시설과 도로 정비 등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북한 측은 세관 시설이 들어설 자리에 부지만 마련해 놓고, 전혀 진척이 없는데요. 사실상 방치 상태입니다.

중국이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위해 북한 측 도로 연결과 세관 건설 비용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상태라면 신압록강대교가 언제 개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정성학 부소장님 . 안녕하십니까. 중국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경제협력의 또 다른 상징이기도 한데요. 이 다리가 2014년에 완공된 이후 9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개통이 안 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에서 그 이유를 분석해보셨다고요?

[정성학] 네.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선으로 지난 2014년 10월에 완공됐는데요.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2023년 2월 25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면 신압록강대교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 양측 모두 마무리 공사가 부진하고, 특히 북한에서는 세관 시설을 착공도 못 한 채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중국 측에서는 단둥시의 기존 도로와 신압록강대교 사이 교차로에 교통시설이 설치되지 않는 등 마무리가 안 됐는데요. 앞으로 북중 국경 봉쇄의 해제에 따른 무역 재개와 인적∙물적 교류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서는 마무리 공사가 시급해 보입니다.

  • 그럼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다리가 완공된 지 9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떤 점에서 아직 개통 준비가 미흡한 건가요?

[정성학] 먼저 중국 단둥시 쪽의 준비 상황을 보면, 단둥시의 기존도로와 신압록강대교가 만나는 연결구간에 진∙출입로가 차단막으로 막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압록강대교의 중간 부분에도 차량 통행을 할 수 없도록 도로를 막아놨고요. 또 위성사진에 보면 교차로에서 신압록강대교로 진∙출입을 안내하는 유도차선도 그어져 있지 않고, 교차로에 신호등도 설치돼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된 지 9년이 되어가지만, 기존 도로와 만나는 교차로 구간에 교통 시설이 미비한 걸로 보아 중국 측도 마무리가 안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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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시 기존 도로와 신압록강대교를 연결하는 교차로가 차단막으로 막혀 있고 신호등 미설치, 진∙출입도로의 차선 도색 등 개통 준비를 위한 마무리가 미흡한 상태다. / Planet Labs (해상도 50cm), 제작 – 정성학, 김태이
  • 그래도 중국 쪽에는 세관 시설도 지어졌고요 . 조금만 마무리하면 될 것 같은데, 북한 쪽 준비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성학] 북한 쪽 준비 상황은 더 미흡합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세관시설이 들어설 부지에 농경지를 갈아엎고, 약 41.8헥타르 면적의 공터만 넓게 조성해 놨습니다. 하지만 이후 공사와 관련한 활동이 전혀 없는데요. 기초공사 흔적도 안 보이고, 공사 자재도 갖다 놓은 게 없습니다. 그냥 논바닥을 매립한 부지만 9년 가까이 썰렁하게 방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현재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자재 부족 탓인지 세관 시설을 건설하지 않고 부지만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어 앞으로 개통 시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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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세관시설이 들어설 농경지에 41.8헥타르 부지만 조성해 놓고 9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 / Planet Labs (해상도 50cm), 제작 - 정성학. 김태이
  • 위성사진에 나타난 북중 양측의 준비 상황을 고려했을 때 ,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당장 이뤄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요. 특히 북한에서 공사가 왜 이리 더딘 걸까요?

[정성학]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관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애초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할 때 북한과 중국이 50:50 비율로 공사하기로 합의했고, 압록강 양쪽에서 각각 시작해 강 한가운데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이 먼저 착공했는데, 공사가 다 끝나는 시점에도 북한 측에서는 아직 시작도 안 하니까 중국이 결국, 남은 구간을 다 공사했다는 겁니다. 실제 중국이 약 18억 위안(미화 2억 6천만 달러)의 비용을 부담해 지난 2014년에 신압록강대교를 완공했지만, 이후 북한이 부대시설 공사까지 중국 측에 요구해 개통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위한 비용 부담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는 북한 측 도로 연결과 세관 건설 비용도 포함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해 10월에 접촉한 북한 무역일꾼도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하려면 중국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관련 기사).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부소장님. 그럼 지난 2월 25일 현재 위성사진에 나타난 신압록강대교의 모습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정성학] 신압록강대교는 폭 32m의 4차선 도로에 길이는 약 2km에 달합니다. 다리 중앙에는 큰 탑 2개가 설치돼 있고요. 교각 위에 세운 탑에서는 교량으로 비스듬히 드리운 여러 가닥의 케이블이 연결돼 있는데, 이렇게 설계된 교량을 ‘사장교(Cable-Styled Bridge)’라고 합니다. 주로 지간(支間) 거리가 넓은 교량에 사용되는 형식입니다. 신압록강대교 위쪽으로 12.3km 지점에 기존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가 있죠. 이 철교는 1943년에 건설한 것이고, 철로가 하나뿐인 단선인 데다 너무 낡고 오래돼 20톤 이상의 화물 차량은 다니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하게 된 건데, 지난 9년 가까이 개통이 미뤄진 데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북중 국경이 봉쇄된 영향도 있지만, 위성사진에서 확인한 바로는 북한과 중국 양측 모두 개통 준비가 미흡하고 방치한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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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단둥시를 잇는 왕복 4차선의 신압록강대교가 폭 32m, 길이 2km에 사장교 방식으로 2014년에 완공되었다. / Planet Labs (해상도 50cm), 제작 – 정성학, 김태이
  • . 오늘은 아직 개통 준비가 미흡한 신압록강대교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정성학 부소장: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