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의 국산화와 해외 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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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국산화와 관련해서 북한의 경제 전문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북한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들 중에 어떤 상품들은 해당 지역을 넘어서 다른 전국 각지로 팔리고 있는 상품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상품들이 인기가 있고 팔리고 있습니까?

연구위원: 네, 담배 식품 그리고 의복, 침구류, 신발, 치약, 칫솔, 비누, 화장품 그리고 철 제품 외에도 선박이나 이런 관련 부품들 그리고 유리나 타일과 같은 원자재 축전지, 변압기, 태양광판, 일부 의약품 이런 것들이 국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화학공업 제품보다는 아무래도 경공업 부분에서 국산화가 부각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상품들은 제가 북한에 있을 때만 해도 일부는 중국에서 들여왔거든요. 북한에서 생산 못하는 제품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제품들을 보니까 국산화가 거의 다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여질 수 있는데 진짜 국산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까?

연구위원: 말씀드린 대로 중화학공업 부분에서는 상당히 부진합니다. 반면에 주민들이 굉장히 필요로 하는 그런 필수품들 생필품들 같은 경우는 상당히 국산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근거라고 본다면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은 설비와 기술 투자가 비교적 쉬운 담배나 식품, 이불, 치약, 칫솔, 비누 위에도 의복이나 신발 가구 등 소비에 집중이 되어 있고요.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기술과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화장품이나 의약품 그리고 전기전자제품은 국내 생산품이 존재한다고 해도 신뢰도가 낮고 또 외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러한 품목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연구위원: 물론 국내에서 제조되어도 원자재와 설비는 수입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1990년대 이전에도 북한의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최근 북한에서 오신 이탈주민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즉 바꿔 말하면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된 이후의 국산화가 다르더라고요. 어떻게 다른가 하면1990년대 이전에는 전혀 외국산을 써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국산화였다면 2000년대 국산화는 외국산을 써본 상태에서 외국산이 얼마나 좋은가를 인지한 상황에서 국산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1990년대에 북한이 경제난을 겪으면서 공장 가동률이 굉장히 급락하지 않았습니까? 공장이 거의 마비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주민 특히 생필품들을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산이 물밀듯이 들어왔고, 외국산을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쓰게 된 거겠죠. 그렇게 외국산을 써보니까 외국에서 옷 같은 경우도 원부자재만 들여오면 국내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서 만든다면 훨씬 더 북한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더 질 좋게 만들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90년대 이전과 이후의 국산화의 차이가 뭔가 하면 일단은 외국산을 한번 써보고 그것의 좋은 것을 모방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1990년대 이전에는 국내의 인력과 국내의 원자재를 가지고 만든 정말 보잘것없는 제품이었다면 김정은 집권 이후 국산화는 외국의 기술과 자재를 받아들여서 좀 더 질 좋게 만드는 쪽으로 변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군요.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기자: 자, 그러면 어떤 제품들이 경쟁력 있는 품목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연구위원: 대표적으로 식품 산업입니다. 물론 국내에서 생산된 1차 원료를 기반으로 일정 정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밀가루나 설탕, 콩기름 등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그 밖에도 기계 설비나 각종 향신료 등 다양한 제품을 들여가야만 시장에서 질 좋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껏 다양한 디자인과 제품이 가능했던 이유 또한 바로 이런 수입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과거에는 북한에서 상품을 팔 때 포장도 없이 팔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북한 상품들 포장을 보니까 비닐 용기로 포장이 되고 제품 디자인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식품 산업이 유독 경쟁력이 있어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이유가 있습니까?

연구위원: 2000년대 초반까지는 완제품을 들여왔는데, 그 이후 밀가루와 설탕, 콩기름을 수입해서 자체로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가 첫째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게 했다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북한 주민들의 입맛에 맞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도 70년대 잘 살 때 식품상점에서 흔히 비스켓, 손가락 과자 등을 먹던 그런 향수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수입 제품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그런 부분들입니다. 즉 북한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그런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가격은 싸지만 맛은 예전의 맛을 되살릴 수 있고 또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더 잘 팔리는 것입니다. 셋째는 그렇게 하면서도 새 것을 완전히 배제했냐 또 그것도 아닙니다. 가령 봉지 커피도 자체로 생산도 하고요. 새 것도 받아오고 예전에 잘 된 것을 되살릴 수 있는 그런 것이 바로 식품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식품 산업 같은 경우는 수요도 많고 또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즉 설탕, 밀가루, 빵 굽는 기계와 포장 설비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사탕 과자만 봐도 포장이 이제는 거의 한국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고요. 과자도 먹어보면 한국 것보다 낫다고들 북한이탈주민들은 그렇게 말씀을 합니다. 한국은 너무 달아서 뒷맛을 알 수 없는 반면에 북한 같은 경우는 우유가 들어가더라도 굉장히 고소하고 덜 달다는 것이 바로 이탈 주민들의 증언들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식품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까?


연구위원: 북한 이탈 주민들에 대한 조사를 해보면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들이 굉장히 다양한데 초콜릿이나 사탕 과자 뿐만 아니라 껌도 생산하고 라면, 국수와 같은 각종 인스턴트 식품을 비롯해서 생수 그리고 술도 맥주도 그리고 각종 이온 음료들 그러니까 스포츠 음료들이죠. 그리고 순대, 소시지, 명태 등 다양한 가공식품들을 경쟁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기존에 없던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도 새롭게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고, 또 이 기호식품도 다양한 기호에 맞게 다양하게 변형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블랙 커피와 같은 커피만 또 팔기도 하고 또 거기에 우유와 설탕을 첨가하기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기호에 맞게 변형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모방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유엔 대북 제재는 2017년도부터 시작이 됐고요. 코로나 때문에 대외 교역이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생필품 원자재들이 중국에서 많이 들어가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을 많이 발사하지 않았습니까. 2023년을 맞으면서 북한의 이런 대외 의존적인 국산화 생산 계획이나 이런 것들이 차질이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연구위원: 상당히 제약을 받겠죠. 아무래도 제재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서 국경이 활짝 열린 그런 상태는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자력갱생 이런 걸 상당히 강조하고 있지만100% 북한의 원료, 자재로 생산할 수 없는 그런 부분들 있잖아요. 식품 같은 경우는 설탕, 밀가루 특히 밀가루 같은 것은 북한에서 대량으로 생산이 어려운 그런 곡물 중에 하나인데요. 설탕도 그렇고 이런 것들은 반드시 수입을 해야 되고 또 향신료도 마찬가지잖아요.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제약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코로나가 완화가 돼서 국경이 좀 더 열린다면 어려운 상황들이 해결될 수 있는 그런 돌파구는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고요 다음 시간에 좀 더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연구위원: 네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참여자 정은이 연구위원, 기사작성 정영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