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평성, 북한 패션 선도 지역으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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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경제와 우리 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패션산업의 변화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 안녕하세요?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최근 북한 주민들의 패션, 즉 옷차림에서는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체복에 많이 의존했지만, 지금은 색깔도 다양해지고 디자인도 세련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90년대 경제난 이후 의류 가내 수공업 증가

정은이 연구위원 : 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에서는 산업이 많이 무너졌지요? 그래서 북한산 의류는 수출품 품목 외에는 거의 없고, 중국산 의류가 시장에 차고 넘쳤습니다. 따라서 한때 다 made in China라고 할 정도로 북한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의 영향력이 컸지요. 그런데 그로부터 약 30년 이상이 흐른 현재, 의류 제품만큼은 다른 제품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국내산의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과거 일본에서 기성복이 북한에 유입되었고, 또 한국에서 의류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하여 기술을 전수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다음에는 최근까지 중국의 투자가 이 분야에서 적지 않았고, 그래서 지방까지도 인력이나 산업 기반이 갖추게 되었고, 이것이 내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의류 산업만큼은 북한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과거 남한도 한때 의류 산업이 국가의 핵심 산업, 다시 말하면 경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자 : 제가 북한에 있을 때만해도 일반 사무원들은 '쯔메리'라고 하는 인민복을 입고요. 노동자들은 군복색(카키색)의 적위대복을 입었습니다. 물론 큰 도시의 장마당에는 중국산 쟘바, 셔츠, 원피스 등 옷들이 많았습니다. 방금 남한도 의류 산업이 경제성장을 이끈 주력 산업이 되었다는 말을 했는데요. 어떻게 해서 의류 산업이 주요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었는 북한주민들도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 한국은 1960년대에 이미 경제개발 계획과 함께 의류뿐 아니라 섬유 산업을 국가의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설정하고 정부가 지원과 더불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 체계를 확립하였습니다. 즉, 북한과 유사하게 당시 한국도 저렴한 노동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이는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에서 '제일모직' 제품 보고 깜짝 놀라

기자 : 제가 북한에서 대학을 다닐 때인 1990년대 초였는데요. 그때 '제일모직'에서 만든 잠바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싼 잠바가 많이 팔릴 때인데, 그 제일모직에서 만든 잠바의 바늘뜸 하나하나 보면서 " 어떻게 남조선이 이렇게 옷을 잘 만들 수 있을까?"하고 상당히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의류산업은 그때가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역사가 궁금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 네, 기자님 방금 제일모직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혹시 어느 기업에서 만든것인지 아시나요?

기자 : (웃음)잘 모르는데요.

정은이 연구위원 : (웃으며)삼성입니다. 그 제일모직은 삼성 계열사인데요. 옷을 제대로 잘 만드는 기업의 제품을 접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한국은 1970년대 이미 한국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한 의류 수출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지요. 이 시기 한국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입을 했고, 이것과 더불어서 대규모 의류 제조업체들이 등장하고 이들 업체는 패션 시장에 적합한 공급망과 유통망을 형성하며 산업 기반을 확립하게 되었지요.

기자 : 그러나 이제는 한국 의류들이 고급스럽기 때문에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이제 한국은 의류 산업을 넘어 패션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의류 산업이 IT에 따른 이커머스, 즉 전자상거래의 성장, K컬쳐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패션 산업으로 부상을 하고 있지요. 즉, 초기 대량생산 중심에서 이제는 디자인 중심으로,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여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지요. 바꾸어 말하면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를 통해 패션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지요. 특히, 한국 드라마 등 한국 문화 컨텐츠의 인기로 인해 한국 패션도 함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더 큰 인지도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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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다시 북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북한에서 의류 생산이나 유통이 잘 되는 지방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인터뷰를 해보면 평안남도 평성, 평양과 가까운 곳이지요. 이곳은 평성 과학원이 있어서 유명한 지역인데요. 다시 말하면 북한에서 인재풀이 집중된 곳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평성이 북한의 패션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지요. 바로 '짝퉁'을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잘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하던데요. 이것은 한류가 북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습니다.

평성시 '의류 모방' 도시로 소문나

기자 : 북한에서 평성은 '과학의 도시'라고 불리는데요. 평성 리과대학도 있고 여러 과학연구기관들이 많은 곳이어서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고 볼 수 있는데, 지역적으로도 평양과 가깝고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도 상당히 발달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좋은 옷이 외국에서 유행이 된다고 하면 바로 며칠 뒤에 그런 비슷한 옷이 평성 장마당에 나오곤 했는데요. 물론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제가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보면, 북한 평성의 옷가공업자들은 어떻게 해서 힌트를 얻는가 하면, 우리가 사실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디자인을 개발하기 보다는 남한 드라마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옷들을 아주 잘 모방한다고 합니다. 딱 보면 그들 나름대로 감각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북한 시장에서 힛트 칠 수 있는 상품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워낙 모방을 잘하다보니까, 북한도 이제는 단순히 의류생산을 넘어 패션 산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도 향후 의류생산에서 발전 잠재력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보입니다.

기자 : 저는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북한에서 재단사 그런분들이 능력이 있거든요. 미국에서 명품이라고 하는 패션을 맡기면 더 질좋은 양질의 의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이것은 북한이 개방이 된다음이겠지요. 만약에 북한이 섬유산업이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예를 들어 옷은 입는 데만 그치지 않고 패션산업으로 발전한다면 어떤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 만약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요. 우선 고용 창출의 효과가 크지요. 디자인, 제조뿐만 아니라 유통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지요, 무엇보다 수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요. 또한 패션산업의 성장은 GDP 증가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예를 들어 섬유, 화장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와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보입니다. 나아가 패션은 단순히 의류 산업을 넘어 문화 콘텐츠로 연결되고, 국내외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패션 이벤트와 서울 패션 문화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로 인해 관광 산업의 성장 또한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 네 방금 말씀하신 K는 코리아라고 하는 것을 줄인말인데요. 요즘에는 너무 다양하지요. K-드라마, K-POP, K-김치 등 K가 붙은 것은 대한민국의 브랜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