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유통되고 있는 러시아산 상품에 대해 북한 경제 전문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 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셨습니까?
정 박사 :네 안녕하세요.
기자 : 북한 장마당에서 수입산 하면 우리는 먼저 중국산 혹은 간혹 동남아 상품을 떠오르는데요. 러시아산 상품도 장마당이나 북한 상점에 있나요?
정 연구위원 : 네, 평양의 고급 상점에는 러시아산 초콜릿을 비롯해 각종 사탕 과자류, 특히 분유 같은 것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마당에서는 일반적으로 밀가루, 식용유, 설탕, 가루비누(세제) 등이 대표적인 러시아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 그러면 가격은 어떤가요?
정 연구위원 : 러시아산은 중국산에 비해 대부분 약간 비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 이전 상황을 보면 식용유의 경우 중국산은 한 통에 5kg짜리가 35위안이라면, 러시아산은 그보다 적은 양이 들어 있는 3.5-3.8kg짜리가 38위안에서 최대 45위안입니다. 그리고 가루비누 같은 경우에는 300그램짜리 하나가 중국산은 북한돈 4천원 (약 5위안) 한다면, 동남아산은 10위안, 러시아산은 15~20위안 정도니까 상당히 비싼 편이지요. 밀가루는 한 포대에 25kg짜리 중국산은 70위안, 러시아산은 75~80위안 사이에 거래되고 있어서 러시아산이 약간 비쌉니다.
기자 : 러시아산 상품이 어디서 팔리고 있습니까?
정 연구위원 : 장마당에서도 팔리고 상점에서도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 같은 경우에는 백화점에서도 팔리고 있는데, 일반적인 주민들이 구입한다고 하면 상점이나 장마당에 가서 사온다고 합니다. 제가 평양과 신의주 청진에서 온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제가 문의한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자 : 러시아산이 중국산에 비해 더 비싼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 연구위원 : 제가 국경지역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인터뷰를 해보았는데요. 러시아산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산에 대한 신뢰도가 메우 낮기 때문입니다. 중국산 기름의 경우 냄새도 고약하고 질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산은 고소하고 밀가루 같은 경우도 중국산은 이물질도 많지만, 러시아산은 한국산처럼 햐앟고 보드랍고, 입자도 작고 너무 좋다는 평가입니다. 아마도 북한 장마당에 유입되는 중국산은 중국에서조차 너무 값싼 제품들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중국산에 대한 나쁜 인식이 형성된 것도 하나의 원인 같습니다. 반면에 러시아산은 “백곰 아저씨들은 아낌없이 넣는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최소 러시아 사람들은 중국과 달리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북한 사람들 속에 인식된 것 같습니다. 더욱이 소비에트 시절 북한이 상대하는 국가 중 러시아가 가장 강대국이었기 때문에 소련제에 대한 좋은 인식이 그때 이미 주민들이 머릿속에 형성이 된 것 같습니다.
기자 : 방금 "백곰 아저씨들"이라는 말씀을 듣고 저도 웃었는데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러시아산을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정 연구위원 : (웃음)네, 북한 주민들의 국내산 밀가루에 대한 선호도가 낮습니다. 아마도 밀 겉껍데기를 가공하는 기술이 북한이 낮다는 사실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이탈주민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한산 밀은 보리빵처럼 엄청 시큼하고 식감도 좋지 못해서 일반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하는 계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산이나 중국산 밀가루 2킬로 살 돈으로 북한산은 4킬로 살 수 있으니 돈 없는 계층들이 사먹는 편이라고 합니다.
기자 : 그렇다면 북한 장마당에서 러시아산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정 연구위원 : 상품 포장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겉포장지에 러시아 글자가 새겨져 있으면 쉽게 러시아산인 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기자 : 러시아산 제품들을 북한 장마당 어디에서든 구입할 수 있나요?
정 연구위원 : 네 제가 조사를 해보니까요. 지금은 북한도 수입산이 상당히 다양하게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중국산, 인도네시아산, 러시아산 등 모두 다 골라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상품들이 다양해졌다고 합니다. 동네 상점에 가도 수입산을 팔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물론, 신의주나 평양, 평성 등 무역이나 상품 교역이 활발한 대도시 중심으로 많고, 내륙이나 시골로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러시아산은 줄어들겠지요.
기자 : 러시아산 비중이 큰 것 같은데요 이 내용은 어느 해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까?
정 연구위원 : 이게 2019년까지의 상황인데요. 원래부터 이렇게 북한에 러시아산이 많았던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조사해보면 러시아산이 북한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가 2010년이후라고 합니다.
그전까지만해도 상점에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 러시아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많아졌다가 또 교역이 없으면 사라져버리는 그런 상황이 반복이 되었는데, 러시아산이 부각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라고 합니다. 그전까지는 상점에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 존재하는 상품이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품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본격적으로 눈에 띄게 많아진 시기는 2014년도로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중국산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지만 러시아산도 이제는 많아졌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산을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기자 : 1990년대 초에 소련이 붕괴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로 소련산이 북한 장마당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2014년 이후로 가끔씩 등장한다는 소리네요.
정 연구위원 : 이게 뭐 몇퍼센트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조사를 해보니까 20~30% 정도라고 말하지만, 그런데 이것은 정확한 숫자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주목해서 볼 점은 추세변화인데, 2010년 전과 비교해서 러시아산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특히 부각된 것은 2014년 이후입니다.
2010년 이후로 중국이나 러시아로 가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대외건설에 나간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산 밀가루 빵 맛을 경험하고 귀국하면서 “러시아산 빵이 맛있다”고 퍼지면서 러시아산을 들여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배로 밀가루를 들여오기 시작했고, 또 2010년 이후에는 러시아산 분유가 좋다면서 해서 평양에서는 러시아산 분유를 찾는 고객들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러시아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돈주들의 투자도 아마 이쪽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연구위원 :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참여자 정은이 연구위원, 기사작성 정영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