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러 교역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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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북한 장마당에서 러시아산의 규모, 소비자 선호도, 영향력 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오늘은 러시아산이 북한 장마당에 어떻게 유입이 되는지 북한 경제 전문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 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지난 시간에 북한 장마당이나 상점에 밀가루, 콩기름, 설탕 등 러시아산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러한 상품들은 어떻게 유입이 되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 연구위원 : 네, 크게 3가지 운송 수단을 통해서 유입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첫째는 두만강-핫산 열차를 통한 육로로 상품이 유입이 됩니다. 이 열차는 평양-두만강-러시아 핫산을 거쳐 모스크바까지 갑니다. 러시아-핫산 국경에서 출발하면 모스크바까지 가는데 약 1주일이 걸리는데, 이 구간 사이에 또 많은 도시를 거칩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 무역대표나 노동자 등이 진출한 지역의 역을 하나 하나 들린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오가는 비행기가 있고요. 마지막으로 극동과 라선을 오가는 선박을 통해서도 러시아산이 북한 장마당으로 유입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 그러니까 하늘과 바다, 육로 이렇게 세방면에서 상품이 유입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선박들은 어떤 배들입니까?

정 연구위원 : 원래 배들은 주로 일본을 다녔습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일본의 대북 제재로 북일 항로가 막히면서 무역선들이 갈 곳이 없어지자, 항로를 새롭게 개척했는데, 그게 바로 러시아 극동입니다. 이러한 유통로가 결국은 북한의 돈주들과 연계가 되어 하나의 무역, 장사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든 열차든 선박이든 북한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이 다니는 통로조차 짐들로 가득 찰 정도로 많은 물류가 북한으로 유입이 된다고 합니다.

기자 : 이 내용은 어느 해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까?

정 연구위원 : 이게 2019년까지의 상황인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을 조사해보면 러시아산이 북한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가 2010년이후라고 하는데, 특히 본격적으로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2014년 이후라고 합니다.

기자 : 열차로 사람들이 귀국하면서 짐을 싣고 다닌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선박들 경우에는 러시아산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을 나르러 러시아에 들어간다는 소린가요?

정 연구위원 : 사실은 그런게 아니라 원래는 북한 배들이 기름, 즉, 러시아산 석유를 실으러 가면서 선원들이 돈이 없으니까 장사꾼들(돈주)한테서 미리 원하는 상품을 주문받아서 돈주들의 돈을 가지고 사러 가는 것입니다. 북한 선원들은 임금이 너무 작으니까 한쪽으로는 기름 실으러 가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장사를 하는 것이지요.

기자 : 아 돈주들은 돈이 있으니까, 물건을 사달라고 위탁을 하면 선원들이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물건을 사다주고 운임비를 받는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북한 선원들과 러시아 상인들과 연계가 있어야 되지 않는가요?

정 연구위원 : 그렇다기보다 이미 러시아 극동지방에 진출한 북한 외교관이나 무역대표라든지, 노동자들과 연계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나호드까나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등 극동지방에 건설 노동자로 파견 나간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북한 선원들은 이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입니다. 즉, 미리 북한에서 출발하기 전에 선원들은 돈주들로부터 상품을 주문받고, 그 돈을 가지고 러시아에 도착해서 러시아 전화로 통화를 합니다. 그러면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미리 구입해 놓은 상품들을 가져와 선박에 싣는 것입니다. 즉, 건설노동자로 해외에 갔지만, 이들도 장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신용들이 다 형성되어 선원들이 돈주들의 주문상품을 라선까지 가지고 와서 아예 국내 택배 시스템을 이용하여 돈주들의 집앞에까지 배달해줄 정도로 상당히 발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벌목공으로 소련에 들어가서 일한 사람들이 나올때는 냉장고, 세탁기, 밀가루 등 짐을 평양-두만강 열차에 실어서 날라왔는데,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해상을 통해서 많은 양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사람들과 선원들과의 네트워크는 언제부터 생겨나게 되었나요?

정 연구위원 :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사람들과 국내 돈주들, 선원들과의 네트워크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생겼났는가 하면 그것도 2010년 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대외건설을 나가는 사람들, 외교관들, 대표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설령 러시아에 나간다고 해도 장사로 물자를 북한에 들여보낼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엄밀히 말하면 2009년 11월 화폐교환 이후 북한 내에서도 장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이러한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북한에서 외화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고 또 장사도 활발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사람들이 돈을 조금 벌면 나름대로 자산을 불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따라서 북한에 귀한 것, 없는 물자를 러시아에서 찾아서 북한으로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 북한에서도 돈을 가진 사람들이 투자를 해서 자본을 증식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아무래도 돈주들이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 연구위원 : (웃음)네 맞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 했듯이 북한 장마당에서 러시아산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선호도도 높고, 중국산에 비해 희소성도 높고, 또 북한에서도 잘 사는 계층들이 도시화 시장화를 통해 많아졌습니다.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층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에, 러시아산을 들여오면 일단 잘 팔리고 그만큼 가격도 높게 부를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즉 북한이탈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빨리 팔릴 수 있고, 회전율도 높고, 또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에 들여오는 것 아니겠는가"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기자 : 저도 북러 민간 교역이 이렇게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러 민간무역이 국가무역 통계에는 잡히고 있습니까?

정 연구위원 : 방금 말씀드린 상품유입의 루트나 형태로 보면 북한과 러시아간 교역은 국가간 무역이라기 보다는, 즉 국가에서 장려해서 들여온 것 보다는 개인들이 장마당 수요에 의해 필요한 상품을 주문받아 러시아 일반 시장에서 사서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러시아 세관에서도 굳이 개인들이 개인 용도로 소소하게 사가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북중 간 교역이 처음에 중국과 북한 연고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보따리 무역이 확대 발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듯이 북러간 무역도 이러한 민간 무역을 통해 확장되고 앞으로 더 열릴 가능성이 있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사실 북러간 공식적인 무역통계를 보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최대 북한의 대외무역의존도에서 약 4%정도 됩니다. 중국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비중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공식적인 무역형태를 보면 북한의 측면에서는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는 그런 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저희가 북중교역에만 초점을 맞추고 들여다 보았는데요. 앞으로는 러시아와 북한간 민간무역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정 연구위원 :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참여자 정은이 연구위원, 기사작성 정영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