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주민이 남측 시설 보고 놀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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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남북 관광 협력이 북한 지역 경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북한 경제 전문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안녕하세요.

기자:개성공단을 통해 한때 초코파이나 커미믹스, 샴프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옷들도 북한 시장 전역에 팔렸지요. 그래서 개성공단의 효력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는데요. 그러면 관광의 경우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정 연구위원:사실 개성공단이 북한 지역 경제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명백한 것 같습니다. 북한 최대 도매시장으로 알려진 황해북도 '사리원' 시장이 성장한 이유 또한 개성공단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개성공단에서 나온 물자나 상품들의 1차 집적지가 바로 사리원이었고 사리원 시장을 통해 개성공단에서 나온 상품들이 전역에 퍼지면서 개성공단의 존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진 것이지요. 금강산 관광 또한 관광이지만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고성군이 남북 관광협력을 통해 남한을 알렸다는 사실은 개성공단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그렇다면 고성군은 어떤 지역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정 연구위원:네, 강원도에 속한 고성군은 옹진군, 철원군과 함께 남북한에 동일한 명칭이 있는 군입니다. 즉, 북한의 고성군과 남한의 고성으로 나뉜 분단 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고성군에는 금강산이 위치해 있습니다. 높이 1,638m에 태백산맥 북부에 있는 금강산은 북한의 행정구역상 강원도 금강군·고성군·통천군에 걸쳐 있으며 일부 지역은 대한민국 강원도 인제군까지 걸쳐 있습니다.

기자:그렇다면, 남한이 투자한 금강산 관광 지구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정 연구위원:네. 고성군에 역이 있는데, 청년역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시설로 갈라지는데요. 역 자체는 종착역이어서 물류는 다니지는 않습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남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설 자체가 매우 좋다는 평가입니다. 즉, 청년역 자체도 상당히 북한에서는 멋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북한 이탈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의 일반 건물들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히, '건물이 유리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북한 주민에게는 매우 이색적이며 흥미로운 사항이며, 샤시 등에 달린 쇠 제품 자체가 녹슬지 않는다는 것을 통해 남한에서 만든 시설들이 매우 좋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철길에서도 또한 북한은 침목 자체가 나무로 만들어서 쉽게 썩어 자주 갈아줘야 하는 반면에 남한에서 만든 침목은 나무로 되어 있지 않고, 콘크리트로 되어 있지만 부스러지지 않으며, 레일 또한 구부러지지 않고 든든해 보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북한에서 만든 레일은 찌그러져 있는 것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아도 금강산 청년역을 기점으로 남한과 북한이 건설한 철길이 다른데, 시설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자:북한주민들이 남측이 건설한 건물이나 철로 등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서 남한의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는 말이네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이런 말을 했지요. "보기에도 기분이 나빠지는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라는 말을 했는데요. 연구위원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런것 같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북한이탈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도 북한 수준에서 보면 금강산 시설들은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북한에서 만든 시설보다 더 좋다고 합니다. 다만, 철거 이유가 북한이 공식적으로 주장해 온, 낡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온상이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시설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지요.

기자:네 금강산관광을 처음 시작할 때 남한의 현대그룹이 수억달러를 투자해서 호텔 등을 지었는데, 오래된 건물도 아니고 멀쩡한 시설물들인데 그걸 철거하겠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게 미국에서 보는 사람들의 입장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남한의 시설물을 통해서 남한의 발전상황을 알 수 있었다는 말인가요?

정 연구위원:또 주목할 점은 금강산 관광을 한 후 남한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약품, 전자제품, 도시락 등을 통해 한국의 경제력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LG 텔레비전도 그때 알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 따라서 고성군에서는 한국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만 전문 구입하여 전국 시장에 파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쓰레기를 통해 남한에 대한 인식이 전국 단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수 있었구요. 이러한 영향은 2020년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지금도 그때 상황을 이야기 하니까 이러한 이야기가 부모님들을 통해서 자식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즉 한때 금강산 관광이 가능했던 시기에는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었으며, 남한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통해 남한 문화가 전파되어 금강산 관광은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2008년 남한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이후인데요. 벌써 15년이 지났는데 그때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소리군요. 남한의 관광이 북한에 준 영향이 굉장히 큰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군요. 그런데 고성군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나요?

정 연구위원:한때 고성군은 금강산의 일부로써 경제적인 번영을 누렸던 적도 있는데요. 북한이탈주민조사에서 보면은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이는 주민들에게 간접 직접적으로 소득의 향상으로 이어졌고, 따라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남한 주민들이 관광을 오면서 이 지역에 뿌린 외화소득은 주민 소득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돈이 도니까 지역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기자:결국 북한이 내놓을 것은 관광상품인데요.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도 다 중단되었는데 현재 고성군 지역 주민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정 연구위원:조사를 해본 결과 농업이 중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주민의 70~80%가 바다에 의존하여 살고 있습니다. 즉, 제조업이 부진한 반면에 어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었습니다. 특권기관 소속의 외화벌이기지가 바다를 둘러싸고 포진되어 있고요. 고성군에서 잡은 수산물은 고성군을 거쳐 대부분 원산에 집적되어 라선을 통해 중국 등지로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북제재가 강화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고성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고성군이 대북제재나 코로나라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상당히 어려움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 해상에 대한 국경봉쇄를 통해 수산업에 종사하는 주민 대부분이 생계를 잃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기자:자 오늘은 남북 관광 협력이 북한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입었던 고성군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정 연구위원: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참여자 정은이 연구위원, 기사작성 정영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