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기자: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35번째 순서로 북한의 병원 건설에 관해 얘기해보죠. 그동안 도로, 철도, 주택 같은 주제를 다뤄왔는데, 오늘은 병원 건설을 살펴보겠습니다. 병원은 경제의 하부구조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
김 박사: 북한에서 말하는 하부구조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인프라는 크게 산업인프라와 생활인프라로 구분되는데요, 산업인프라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전기, 통신 등 산업에 직접 연결되는 시설을 의미하고요, 생활인프라는 학교나 병원 같은 것들을 포함되겠지요. 이러한 인프라를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이라고도 하는데요, 이것의 특징은 투자 규모가 엄청 크다는 것이며 그만큼 투자금 회수 기간이 매우 길겠지요. 그리고 인프라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이나 기업 보다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장기간 투자 사업으로 추진하게 되는 사업인 거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병원인 거죠. 부자 나라들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이 사적으로 병원을 지어서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건의료 정책 차원에서 병원을 짓고 운영하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병원 건설은 경제 하부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에 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주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그렇네요. 다른 나라들에서는 개인들이 병원을 만들 수 있는 데 북한은 국가가 병원을 짓고 운영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국영 병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평양과 지방에 일률적으로 병원이 있는데 개수는 정확히 알려진 게 있습니까?
김 박사 : 2017년 세계보건기구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북한 보건의료기관은 총 9,076개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리 진료소 및 종합진료소는 6,263개, 군 및 리병원은 1,694개, 중앙 및 도급 병원은 135개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요양소 682개, 예방원 55개, 위생방역기관 235개, 혈액원 12개가 있다고 통계가 잡혀 있습니다.
참고용으로 한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병원수는 모두 67,100개가 넘는다고 하고요. 이중 종합병원은 353개, 일반 병원은 1,406개, 의원은 31,687개, 요양병원 1,452개, 보건소 및 보건진료소는 3,444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북한이 병원 숫자상으로는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개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은 매우 부족하고 열악하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정 기자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의료시설은 매우 열악합니다. 외국에서는 개인들이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도 현대적으로 짓고, 최신식 의료 설비들을 들여오고, 유능한 의사들도 채용하고 의사 대우도 잘 해주지 않습니까,
제가 2008년 남한에 있을 때 서울 연세대학교 병원인 세브란스 병원과 을지병원을 이용해보았고, 동네 진료소도 이용해 보았습니다. 그때 세브란스 병원은 건물도 멋있고,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인노바 병원(INOVA HOSPITAL)도 이용한 적 있습니다. 이 병원들에서는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진이 최대의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고, 병원 설비도 최상급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하기 앞서 돈주머니부터 진단한다”고 선전했던 것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았을 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병원도 시장 원리대로 운영되어 잘 돌아가지만, 북한은 병원을 국가가 틀어쥐고 계획경제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상당히 운영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1998년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손가락을 다친 일이 있었는데, 당시 병원에 가니까, 알콜 소독약도 없어서 의사들이 소금물로 소독했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리고 병원에 전기도 없어서 방동불이라고 하는 디젤유 등잔을 켜고 근무를 서고 있었고, 페니실린 항생제가 없어서 장마당에서 사다가 치료 받으면서 아 이런 병원은 오히려 상처가 나아지는 게 아니라 더 심해지겠구나 하는 허탈감이 들었습니다.
김 박사 :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2021년 3월 함경북도 온성에서 의사가 없는 병원에서 한 임산부가 홀로 출산하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요.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40대 남성이 병원에 실려왔지만 의약품 및 전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도 있었구요. 그런 기사를 보면서 정말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는가 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합니다.
기자 :북한이 코로나가 확산되자 2020년 1월 전격적으로 국경을 완전 봉쇄한 것도 이처럼 공중 보건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코로나 비루스가 퍼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국경을 봉쇄하고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통제한 것입니다.
김박사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던 2020년 3월에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지시했는데, 3월 17일 착공식을 하면서 완공 목표 시점을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이 되는 2020년 10월 10일로 정했는데 불과 6개월 동안 그 대형 병원을 지으라고 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결국 아직도 완공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 :지금 평양 종합병원 건설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 박사 : 2020년 11월 구글 어스 사진을 보면 공사에 동원했던 장비와 차량이 철수하고 외벽 색칠과 주변 조경을 마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1년 2월 한국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병원건물 건설 자체는 목표한 기일에 끝내고 내부적으로 준공식도 했다고 하나, 병원 기기나 자재를 조달하지 못해 개원은 못 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의료기기들은 대부분 대북제재에 묶여 북한이 반입할 수 없는 품목이 때문에 병원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은 상태인 거죠.
기자 : 자, 오늘은 병원 건설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 박사님 오늘 말씀을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김 박사 :병원 건설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즉 경제 하부구조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병원건설은 환자 각자가 만들 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의료정책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경제정책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현대식 병원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만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다른 경제사업을 중단하고 병원 건설에만 매달리는 것은 정치적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거죠. 북한 정부가 보여주기식 말고 진정한 애민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