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36번째 순서로 봉사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봉사란 자본주의 사회 용어로는 서비스라고 하죠. 서비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박사 :네, 우선 경제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생산, 소비 그리고 분배이거든요. 재화 즉 상품과 함께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면서 경제가 돌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그 중에서 서비스란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을 만족시켜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미국 마케팅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서비스는 "판매를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상품판매와 연계하여 제공하는 활동"이라고 합니다. 서비스가 생산과 소비의 대상이 됩니다만 재화 또는 상품처럼 형태를 갖춘 것은 아니죠.
기자 :북한에서는 식당, 이발, 목욕탕, 신발수리 같은 편의봉사 시설을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봉사 시설이 인민의 편의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것이지요. 그런데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요. 시장경제에서의 서비스와 규모 면에서 다른데요. 서비스 영역에 대해 실례를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김 박사 :여기서 다 언급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체로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에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 의료보건, 법률, 엔터테인먼트(영화, 음악, 미술 등), 요식, 미용, 의상, 관광, 숙박, 교통, 물류, 보관, 금융, 보험, 투자, 컨설팅, 고객관리 등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행위, 원하는 방식으로 머리를 다듬어 주는 행위,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행위,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돌봐주는 의료행위, 법률 관련 자문이나 법 조치를 대신하는 법률 행위 등 다양한 행위들이 서비스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기나 가스를 공급하는 것도 서비스의 하나입니다. 요새는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제공하는 서비스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중요한 서비스이죠.
기자 :저희가 북한에서는 교육이나 병원 같은 것이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장 경제에서는 이런 것도 다 서비스 영역에 속하게 되는군요.
김 박사 : 한가지 추가하면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교육이라는 것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합니다만, 학원이라든지 개인의 어떤 특별활동을 위해서 돈을 주고 구매하는 사교육은 서비스 시장에서 제공되는 상품인 것이죠.
기자 : 그렇군요. 북한에서는 봉사관리소가 국가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봉사 서비스 태도와 질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상점 판매원, 백화점 판매원과 같은 직업은 남한이나 미국에서는 각광을 받지 못하는 직업에 속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런 업종의 봉사원들의 권한이 크고, 또 사람들이 몹시 선호하는 직업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시장경제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소비되는 데 어떤 경제원칙이 적용되나요?
김 박사 :그렇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원칙은 바로 합리적인 경제 활동을 위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으려는 경제 행위를 누구나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수요와 공급의 상관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죠. 서비스도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지배를 받고 서비스의 가격과 질이 결정되게 됩니다.
앞에서 말씀한 봉사원들의 권한이 크다는 것은 과거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났어요. 왜냐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제한되고, 또 수요가 많을 때 공급하는 쪽에서 많은 권한을 휘둘렀던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많은 공급이 늘어나면서 결국 봉사원들이 자기네에게 고객들이 오고, 자기 것을 팔기 위해서 더 겸손하고 친절해지는 태도로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군요. 북한에서는 "판매원이 왕이다"라고 하는 데 시장경제에서는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고객이 많을 수록 서비스 업종의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서비스 업자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급하려고 하고 또 그 서비스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돈을 더 주고라도 찾아오는 속성이 있지 않습니까? 즉 서비스의 가격도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겠군요.
김 박사 :경제 용어에 효용성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가격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했을 때 가치에 대한 만족도를 의미합니다. 그게 높으면 높을수록 수요가 더 커지겠죠.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효용성을 더 높이기 위해 생산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추구합니다. 서비스 분야도 경쟁을 해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식을 고민하게 되죠.
기자 :그러면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서비스가 더욱 발달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뭘까요?
김 박사 :경제가 발달하면서 기업의 상품 판매 규모나 방식이 더 확대되고 복잡해지게 되는데요, 기업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시장의 수요, 즉 소비자의 필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생긴 거죠.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누군가 수확한 밀을 밀가루로 만들어 시장에 팔면 소비자는 그걸 사서 스스로 국수를 만들어 먹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개인들에게 주어지는 일의 양도 함께 늘어나기 마련인데요, 돈을 더 벌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게 되면 여유 있게 밀가루를 사다가 국수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줄어들겠죠. 누군가 그걸 사서 대신 국수를 만들어 팔면, 사람들은 사 먹으면서 시간을 아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죠. 누군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만족할 수 있다면 그 값을 기꺼이 치르게 되는 거죠. 이와 같이 경제 발달 과정에서 개인이 여러가지 이유로 하지 못하는 부분을 누군가 대신 해주는 행위, 즉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게 되는 겁니다.
기자 :서비스의 특징은 뭘까요?
김 박사 :서비스의 특징이 매우 다양합니다만, 네 가지만 뽑는다면 이렇습니다. 첫째, 서비스는 상품처럼 형태가 없습니다. 둘째,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갑니다. 셋째, 서비스의 내용은 같더라도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소비자 개인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 같고요. 넷째, 서비스는 판매하지 않으면 곧 사라집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한다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방식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합니다. 특히 서비스 종사자가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갖도록 직업훈련을 체계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죠.
기자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직업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직업훈련은 누가 해 주나요?
김 박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회사나 공장이 직업훈련을 제공합니다. 중소기업이 그런 걸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직업훈련 과정을 지원하기도 하죠. 경제 발달 속도가 빠르고 경제생활이 복잡해질수록 직업훈련의 방식도 다양해집니다. 청소년기에 제공하는 기초 훈련만으로는 부족하죠. 회사나 공장에서는 정기적으로 경영이나 생산에 관한 훈련을 제공함으로써 노동력의 질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는 거죠. 특히 노동자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숙련된 부분에 대해 우위를 갖게 되지만, 동시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직업훈련은 나이나 성별, 업무 종류 등에 맞춰 다양하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기자 :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시간에는 북한의 서비스 실태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