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시장경제와 물류서비스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이 평양의 한 협동농장을 떠나고 있다.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이 평양의 한 협동농장을 떠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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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 오늘은 경제와 우리 생활 43번째 순서로 물류에 대한 개념과 세계적인 추세와 북한의 물류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물류서비스란 말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좀 낯선 용어인데요. 어떤 의미입니까?

김 박사 : 물류라는 글자는 한자어로 물건 물, 흐를 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해석하면 물건, 즉 상품의 경제적 이동을 의미합니다. 요새는 서비스의 이동까지 포함하죠. 상품의 이동이 쉬운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경제 수익이나 비용이 달라지게 되죠. 예를 들어, 원산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평양까지 옮긴다고 합시다. 잡은 물고기가 100마리라면 그중에서 얼마나 제대로된 상품으로 팔 수 있느냐는 이동 속도와 보관 수준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래서 이동 거리, 이동 속도, 그리고 이동 과정에서의 관리나 보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경제활동의 수익과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됩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서비스가 바로 물류서비스라고 하는 겁니다.

기자 : 물류의 핵심은 바로 속도가 되겠군요. 북한에서는 물류라는 말을 쓰지 않고 물자 수송이라는 말을 씁니다. 물자 수송은 국가나, 국영 공장 기업소가 할 때는 철도 수송을 위주로 하거나 육로로 하기도 합니다. 그 외 개인들이 짐을 보낼 때도 철도를 이용하는데, 이를 수화물이라고 부릅니다.

김박사 : 물류의 핵심은 속도입니다. 동시에 안전이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라는 구호로 정리되겠습니다만, 그 것은 "더 안전하게" 잘 이동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같은 맥락의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번에 교통 하부구조에 관해 살펴봤던 것처럼, 오늘날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교통 관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엄청 빨리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 삶 속에서 이동의 속도와 이동의 안전 수준이 매우 높아져간다는 것입니다. 교통서비스의 핵심이 단순히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죠. 물류서비스의 핵심도 상품과 서비스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이동시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그렇군요. 자기 짐을 남에게 맡겨 나른다는 소린데, 일단 자기 짐이 자기 손에서 벗어나면 물건의 안전에 대해서 상당히 근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1980~1990년대 이야기이지만, 북한에서는 수화물로 짐을 보낼 때 물건이 분실되는 사고도 종종 발생했거든요. 그러면 물류의 속도와 안전을 높이려면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김 박사 : 맞습니다. 물건이 분실되기도 하고 파손된 채 배달되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웃돈을 더 얹어서 잘 좀 배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죠. 그래서 요즘 나오는 물류 서비스는 모든 물건 하나하나를 안전하게 포장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더 비용이 올라가는 거죠.

상품의 무게와 부피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비행기로 수송하는 비용이 자동차나 기차로 수송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비싸겠죠. 그런데 상품의 종류에 따라 빠른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수익을 더 높일 수만 있다면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것이겠죠. 예를 들면, 매우 중요한 계약서나 문서를 빨리 전달해야 할 경우 가장 빠른 방법으로 최우선적으로 수송하는 서비스, 즉 영어로 익스프레스 (express)라고 하는데, 급행 서비스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DHL이라는 독일 물류 회사가 전국을 포함하고, 또 전세계 어디나 비행기를 통해 빨리 빨리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평양에서도 사무실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네 몇 년 전 우리 이 방송에서도 DHL 평양사무소에 대해 보도한 바 있는데요, DHL 평양사무소에서는 북한 내부 뿐 아니라 외부 경제인이 필요로 하는 국제 화물과 운송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우편이나 수화물 등이 오가기 어려운 데 마침 독일의 DHL 물류회사가 평양에서 업무를 개시하면서 국제 구호단체나 병원,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국제 우편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열리게 된거죠.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류는 중국 베이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배송 기간은 5일 정도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빠르고 좀 안전하게 날라야 하는 문건들은 '기통수'라고 군대나 안전원들이 배낭에 넣어가지고 나르는 상황이거든요.

김 박사 : 네, 북한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가 존재하잖아요. 그게 바로 써비차라고 볼 수 있는데, "시간이 곧 돈"라는 자본주의 시장의 공식을 장마당에 뛰어든 북한 주민들도 이해하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서비차라는 얘기는 아마 1990년대 후반부터 나온 것 같아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서비차라는 말도 없었죠. 서비차가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 북한 주민들은 철도를 통해 짐을 많이 보냈는데, 2000년 이후부터 서비차, 서비버스라고 하는 운송수단이 생겨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수송을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로 체신소 등 국가기관이 제공하던 물류 서비스 기능이 마비되면서 개인들이 그것을 대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써비차라는 게 기관이나 기업소의 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개인 소유 차량을 구매하여 기관이나 기업소에 등록시키고 그것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 박사 : 두 가지 경우 모두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가의 사적 이익과 차량 등록 기관의 공적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즉, 공식적으로는 기관에서 차량을 활용하여 경제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보고되는 한편, 비공식적으로는 기관의 경제적 자산과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개개인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리와 부정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요. 북한에서 뇌물은 아마 자본주의 사회의 투자비용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기자 : 그렇습니다. 물자 운송 부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주와 차량 소유자, 차량 소유 기관의 지배인 당비서 그리고 운전수, 차량 수리 기사, 그리고 물자가 안전하게 가려면 주먹이 센 사람들이 그 안에 또 소속되어야 되거든요. 이렇게 하나의 이익 집단을 형성하면서 북한의 물자 운송의 이익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이 외에도 중고자동차 수입을 담당하는 무역일꾼이나 도시나 지방 경계지역을 통제하는 보안원들도 써비차 산업에 한몫 끼어서 이익을 나눠 갖고 있죠. 대표적인 실례로 평양시로 들어가는 동북리 초소, 신의주로 들어가는 길목에 국가보위부 초소(백사 초소)가 있는데, 이 초소는 건 당으로 물건을 나르는 트럭들에 한해서 담배, 술, 그리고 지금은 달러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주지 않으면 트집을 걸면서 통과를 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익을 나눠 갖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하부구조, 즉 도로를 이용할 때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도로를 군대나 안전원들 등 권력자들이 요금을 받아서는 자기 주머니에 넣는 부정행위가 나타나고 있고요. 그 비용이 온전히 국가경제로 흘러 들어가야 하는데, 개인들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비리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김 박사 : 공식영역에서 국가기관이 실행되는 몇가지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물류 사업들은 개인이 국가의 재산과 제도를 사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사업초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돈이 안 들어서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국가경제 자체의 경쟁력 기반이 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기자 : 자, 오늘은 시간관계상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주 이 시간에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김 박사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참여자 김중호, 진행 정영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