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 오늘 시간에는 경제와 우리생활 50번째 순서로 북한의 기업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북한의 기업소 운영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간단히 설명 좀 해주시죠.
김 박사 : 북한의 기업소법을 보면, 기업소는 "일정한 로력, 설비, 자재, 자금을 가지고 생산 또는 봉사 활동을 직접 조직 진행하는 경제단위"라고 설명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기업소가 운영되는가 하는 문제인데, 북한 기업소의 전통적인 운영방식은 '대안의 사업체계'로 요약되는데, 이는 1961년 12월 김일성 주석이 남포시 대안구역에 있는 대안전기공장을 방문하여 지시한 공업부문 관리방법이죠. 당 간부, 행정 간부, 지배인, 기사장, 기술자, 근로자(생산 핵심당원) 등으로 구성된 당위원회를 공장과 기업소에 만들어 집체적 지도를 통해 모든 경영활동을 진행하고 정치사업을 앞세운다는 겁니다. 처음 선전한 것과는 달리, '대안의 사업체계'는 경제 관리에 대한 당의 지배를 제도화함으로써 중앙집권적 통제체제를 강화하고 공장 지배인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함으로써 공장 자율권을 박탈하고 기업의 창의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 그것이 바로 북한의 공장 기업소 관리 운영체계를 고착시킨 계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국가계획 경제 하에서는 국가계획지표에 맞추어 국가운영에 필요한 생산을 담당하는 것이 기업소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2002년 7.1조치, 2012년 우리식경제관리방법 등이 김정은 정권 들어 등장하면서 점진적으로 기업소에 운영재량권을 부여한다고 북한정부가 선전하고 있죠.
김 박사 : 북한정부는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경제관리방식을 바꾸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방식을 바꾼다 해도 북한이 결핍하고 있는 것 몇 가지 때문에 북한경제가 생각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죠. 무엇보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이나 재량권이 경제 단위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경제분야 결정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셈입니다. 그리고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로 북한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의 공급이 거의 중단되었습니다. 그래서 각 공장이나 기업소에서는 할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금과 물자를 마련해야 했죠. 사실 1960년대 초반부터 독립채산제가 도입되기는 했었는데요, 그러나 제대로 자율성을 발휘할 수는 없었죠. 그러다가 2000년 들어 7.1 개선조치나 김정은 정권 들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라는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공장 기업소 실정에 맞게 부를 창출하여 노동자들에게 나누어주고 국가 계획을 수행하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기자 : 현재 북한에서 운영되는 공장 기업소 책임관리제가 얼핏 보기엔 중국의 1980년대 개혁정책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김 박사 : 북한의 변화가 마치 1980년대 중국의 개혁과 유사한 게 아닌가 하고 당시에는 기대도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은 매우 소극적이고 정치적으로 제한된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고 있죠. 북한의 경제개선조치들은 여러 면에서 중국의 경제개혁과 유사해 보입니다만 실질적으로는 통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7.1 개선조치나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을 통해 지배인의 권한이 더욱 강화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대안의 사업체계'라는 기업 운영방식이 폐지되지 않는 한 당의 개입과 통제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 주어지는 자율성과 재량권이라는 것은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는 거죠.
기자 :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느낀 것도 북한 기업소의 특징은 기업소에 대한 관리주체가 노동당이라는 정치적인 지휘체계와 지배인이라는 행정적 지휘 체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기서 인사권을 쥔 노동당의 권한이 더 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업소가 돈을 버냐 못버냐 하는 것인데 실질적인 행정적인 책임은 지배인이 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외 노동당과 내각, 군부에 속한 공장 기업소가 존재하는 데 어느 부서에 속했는가에 따라 기업소의 권한과 생산능력이 좌우되는 거죠.
김 박사 : 그렇죠. 최고지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력자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댓가로 이권사업을 허락받아 경제사업에 관여하고 있죠. 이들은 최고지도자의 방침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기업소나 무역회사를 창설하기도 하고 기존의 공장이나 기업소 등을 자신의 관리체계 아래로 옮기기도 합니다. 이론상 사회주의체제에서는 기업간 경쟁이라는 게 필요없습니다만, 공산권 붕괴 이후 북한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대외무역이 매우 중요한 경제적 기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죠.
기자 : 가까운 실례로 최근 사망한 현철해 북한군 원수도 김정일 시대에 자기 산하에 외화벌이 회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 박사 : 네, 북한의 기업소들이 경제건설과 부흥의 주역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부패구조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기자 : 북한에도 능력있는 행정일꾼들, 무역일꾼들이 있는 데 이들이 부패의 중심에 서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북한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기업을 활용하면 좋을까요?
김 박사 :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여러가지 긍정적 변화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국산화, 다품종 소량화' 생산지침에 따라 기업소들이 산업디자인이나 제품 품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기업소가 생산성이나 가격경쟁력을 인지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소비시장을 인정하고 있지 않죠. 경제정책 관계자들이 생산부문의 혁신과 발전이 반드시 소비부문의 성장과 연결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에 맞춰 변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폭넓게 도입해야 합니다. 북한이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계획경제체제를 과거처럼 복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되겠고요. 그 대신 과감한 개선조치를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 중국처럼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바로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 :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 박사 : 감사합니다.
기자 : 경제와 우리생활 50번째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참여자: 김중호, 진행: 정영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