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체제에서는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분리
-북한에서는 조선중앙은행이 상업은행 기능도 모두 수행
-상업은행 없는 북한에서도 사금융 시장 꿈틀
-사금융시장에서 개인간 대출, 환전, 송금 가능
-북한 경제 성장 위해서는 은행제도 대폭 개선해야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 오늘 시간에는 "경제와 우리생활" 10번째로 시장경제 하에서의 상업은행과 북한의 사금융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남한이나 미국에서 살면서 보니까, 개인들이나 기업들이 은행거래를 많이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에 가서 하지 않고 시중에 있는 민간상업은행에 가서 대출도 받고, 돈도 맡기고 했습니다. 북한에는 왜 그런 상업은행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김: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중앙은행이라는 기구가 일반 주민들이 상대하는 상업은행들을 사실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마음대로 한다는 게 아니라, 중앙은행이 정책 도구를 사용해서 시중은행들이 주민들의 금융활동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조선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이 하는 기능을 모두 맡아서 하기 때문에 이론상 보면 간단하고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금융시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중앙은행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과 같은 그런 기능을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공식 통화인 '조선 원'을 발행하고 통화관리 등 중앙은행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중앙은행은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저금 업무도 하고, 기관이나 기업소에 대한 대출 등도 동시에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보험업도 하고 있고, 기관이나 기업소가 관할하는 국영 재산도 관리합니다. 물론 외환관리, 대외거래 허가 등 국제 업무는 조선무역은행이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중앙은행은 주로 국내 금융업무만을 맡고 있죠.
북한에는 중앙은행과 무역은행 외에도 다른 은행들이 존재하는데요, 부문별 전문은행, 합영은행 등이 있는데, 예를 들면, 조선광선은행, 고려상업은행, 화려은행, 동북아시아은행, 황금의 삼각주은행, 단천상업은행 등이 있는데요. 사실 이런 은행들은 인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당, 인민군, 내각 등 권력기관들의 경제적 목적을 위해 세워진 특수 은행들로 기능을 하는 것이죠.
정: 맞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조선중앙은행이 평양과 각 지방에 설치 되어 있었으니까 존재를 알았습니다. 그리고 외화와 바꿈 돈표를 보면 거기에 조선무역은행이라고 써있습니다. 그래서 "아, 우리 나라에는 두개의 큰 은행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외부에 나와서 보니까, 박사님이 말씀하신대로 조선중앙은행 외에 여러 은행들이 있었습니다.
김: 네, 사실 인민 생활과 상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상업은행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경제의 활성화 방안으로서 금융제도를 선진화하는 방안이 아주 중요한데요. 대부분 나라에서 그러듯이 중앙은행 기능과 상업은행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제가 궁금했던 것이 개인들이 돈을 저금하고, 주택이나 땅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한 데 그 돈을 은행에 가서 꾸기도 하는데, 북한에는 그런 은행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쪽이나 미국에는 그런 상업 은행이 많아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김정은 시대 북한의 금융제도 변화> 라는 연구보고서를 보니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기능적으로 갈라져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김: 물론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두개의 기능을 분리하는 듯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체제전환 국가들에서 목격했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요. 그 보고서의 요지는 북한의 금융 관련 법의 제정 또는 개정, 그리고 행정지도상의 변화 등을 살펴볼 때 중앙은행 기능과 상업은행 기능을 분리하려는 시도가 아니냐, 그런 흔적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되지 실제 두개의 기능이 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의 상업은행법 1조에 보면 상업은행을 예금, 대부, 결제 같은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 상업은행이 설립되어 실제로 주민들의 금융업무를 본다고 하면 북한에서 나타나는 사금융 현상이 많이 줄어들겠지요.
그리고 금융의 생명은 신용인데, 북한 사회에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기 때문에 금융 문화가 자리잡지 않고 있고 공식적인 제도 내에서 자유로운 금융거래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 북한에서 도는 말이 있는데요. "1등 머저리는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금융 시장에서 돈을 거래합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장마당에서 돈을 번 돈주들이 돈을 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걸 좀 굴려야 하니까, 사금융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돈을 꾸어주는 사람은 이자를 붙여서 꾸어주고, 대신 돈을 꾼 사람은 제때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 식으로 신용을 보이면서 자연히 북한에서도 사금융 시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다른 나라 상업은행이 하는 것처럼 법적으로 제도화 된 것이 아니고 개인끼리 돈거래를 하다 보니까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김: 북한 사금융 시장에서 대출이나, 환전,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면서요?
정: 네, 북한에서 돈을 가지고 있는 돈주나 환전상 등은 돈도 바꿔주고 대출도 해주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장사 밑천이 필요한 사람이 당장 1천 달러가 필요하다고 하면 돈주로부터 이자와 원금을 언제까지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돈을 꾸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송금도 가능한데요. 예를 들어 평양에 있는 사람이 신의주에 있는 사람에게 미화 1천 달러를 보내고 싶다고 하면, 중앙은행이나 체신소에 가지 않고 평양 사람(송금인)은 평양에 거주하는 돈주에게 1천 달러와 송금 수수료를 줍니다.
그러면 평양의 돈주는 신의주의 돈주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누가 찾아오면 돈 1천 달러를 주라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신의주의 수신자(수취인)는 1천 달러를 찾아갑니다. 이것이 북한에서 손전화가 보급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환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공식 원달러 환율은 2009년 화폐개혁 이후 1달러대 100원입니다. 그런데 달러가 모자라기 때문에 사금융 시장에서 암달러 환율은 1달러대 8천원이었습니다.
정말 장마당에서는 북한 돈은 어지러워지고, 부피가 커서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대신 외화, 즉 달러나 중국 위안화 등은 가치가 있고 보관이 쉽기 때문에 선호하고 있습니다.
김: 북한 돈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외화에 대한 의존도가 증대하는 현상을 달러라이제이션이라고 합니다. 즉, 믿을 수 있는 외화만 선호하고 그걸로 거래하다 보면 자국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통화 체제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죠.
북한에서는 기관, 기업소, 단체 사이의 무현금유통이 원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인간 현금유통도 전혀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북한 정부의 계획경제가 마비된 상황에서 사금융이 화폐유통 기능을 일시적으로 담당해주기 때문에 그나마 북한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 네, 시간상관계로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겠군요. 오늘 요지를 한번 정리해주시죠.
김: 북한의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화폐정책과 함께 은행제도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와 같이 인민들이 사금융을 통해 경제적 필요를 채우는 방식은 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민 생활 개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북한 정부가 인민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금융제도부터 선진화하고 금융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말씀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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