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밀수 포함해 60% 이상
-무역을 국내정치 중심이 아니라 세계시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스티브 비건 전 미국무부장관 "김정은 세계은행 실체 몰라"
-북한은 대외무역 이끌 전문인력 양성해야
-북한이 세계를 향해 문을 열면 수많은 기회의 창도 함께 열릴 것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17번째 순서로 북한의 무역이 세계로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북한이 워낙 오랫동안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폐쇄적 경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대외무역이 아무리 줄어들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은데요 그러면 북한 무역량 변화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하나요?
김중호 박사: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로 북한경제 수준이 많이 저하되었는데요. 1980년대 중반에 비하면 50~60%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북한 무역의 양은 크게 늘었습니다. 이미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1980년대 북한의 대외무역이 북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었던 반면 2000년대에 들어와 2019년까지 북한의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북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아마 밀수까지 합친다면 북한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60%를 넘을 수도 있겠지요. 한국의 무역 의존도가 80%이고 세계 평균이 60%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만약 그런 수준까지 무역의존도가 높아졌다면 경제제재로 인해 무역이 감소하는 것은 북한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 충격으로 북한경제가 무너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북한 경제체제의 내구성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계획경제체제의 마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주민들에게 전가 시키기 때문에 정권이 버티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국경봉쇄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한의 무역이 거의 제로 상태인데요. 중국에서 기름과 설탕, 맛내기 같은 것들이 나오지 않아서 장마당에서 식품과 생필품 가격이 거의 10배 가까이 올랐다고 내부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식품과 생필품 가격이 이렇게 올랐다는 것은 주민들에게는 상당한 고통이거든요. 북한은 2023년까지 국경을 열지 않겠다고 내부적으로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무역과 관련해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할까요?
김중호 박사: 이건 뭐 너무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인데요. 당연히 첫번째로는 미국과의 핵 협상이 재개되고 진전을 보여야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무역이 활성화 되겠죠.
김정은 정권도 나름대로 손익계산을 하겠습니다만, 무역정책을 국내정치 중심으로 만들지 말고, 세계시장의 측면에서 새롭게 검토하고 다각도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무역 활성화가 국내산업의 혁신과 도약을 위한 필수요소임을 인식하고 무역의 선진화를 추진하면 북한 경제가 상당히 변하겠지요.
무역 지원을 위한 금융제도와 금융네트워크도 갖춰야 하죠. 해외시장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하고 세관 시스템, 포장, 물류, 창고 시스템 등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무역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데요, 경영, 마켓팅, 회계, 행정, 언어, 전산 등 다양한 분야의 일꾼들을 전문가로 키워내는 교육훈련 프로그램들이 도입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국제수준에 맞는 자유무역특별구역을 조성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여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건 너무 많은 이슈들을 한꺼번에 말씀드려 죄송한데,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기자: 네, 북한이 무역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계로 나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북한이 세계적인 금융시스템에 대해서도 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스티븐 비건 전 미국무 부장관이 언론에 밝힌 내용인데요. 2019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평양에 가서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 세계은행 가입 의향을 묻자, 김 총비서가 "세계은행이 뭔가?"라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김 총비서가 세계은행을 알고도 그런 반문을 했는지 아니면 진짜 세계은행을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좀 의아했습니다.
김중호 박사: 국제 금융기구에 가입하는 문제는 나중에 별도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만 북한이 무역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면 반드시 국제금융질서 속에 편입이 되어야 하는데요.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서 북한이 신용이 있는 나라라는 검증을 받아야 하고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여러가지 지원을 받아야 국제민간자본을 받는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되겠지요.
북한 내에 있는 물건만 팔겠다고 하면 그 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로 나와서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아서 더 많은 자본과 자재를 가지고 무역을 한다면 북한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기자: 네, 그리고 경영, 마켓팅, 회계, 행정, 언어, 전산 등 다양한 분야의 무역관련 일군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평양 과학기술대학에서도 이러한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양과기대에서 미국 유수의 대학 교수들을 평양에 초청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의 우수한 학생들도 미국의 유수의 대학에 유학을 왔으면 좋겠습니다. 유학 와서 미국의 교육 시스템도 좀 보고 세계 자본 시장의 흐름이나 운영방법을 배워가면 저희들도 도움을 좀 줄 것 같습니다.
김중호 박사: 네, 1990년대부터 미국의 몇몇 대학교들이 북한의 대학들과 접촉을 해서 학생들의 교환 프로그램 같은 것을 만들자고 제안을 하고 실제 몇번 시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싱턴 디씨에 있는 조지워싱턴 대학도 김일성대학교와 협약을 맺어서 교수나 학생들을 교환 방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그게 오래 가지 못했지요.
앞으로 핵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북한의 경제 사절단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또 학술교류 같은 것이 시작되어 학생이나 교수들이 미국을 방문해서 여러가지 지식을 얻는 일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무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무역과 금융과 여러가지 법과 제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종합예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무역을 활성화시키려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식도 얻고 여러가지 정보를 빠르게 획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오늘도 어느새 마무리 할 시간이 됐는데요. 오늘 내용 좀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김중호 박사: 북한은 1990년대 계획경제가 마비된 이후로 장마당과 무역을 통해 경제위기를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경제핵병진노선을 들고 나온 김정은 정권이 경제는 뒷전으로 하고 핵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바람에 경제제재는 강화되었고 무역은 멈춰 섰고 인민 경제는 처참한 꼴이 됐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지원만 의존하지 말고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면 수많은 기회의 창도 함께 열릴 겁니다. 무역을 활성화하려면 무역에 관련된 정책과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무역 일꾼들의 전문성을 키워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역을 통해 경제를 살린다는 논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증명된 사실입니다. 이 점을 북한 당국이 꼭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더 좋은 주제로 청취자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김중호 박사: 네 감사합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말씀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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