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33번째 순서로 경제성장과 주택 건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건설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건설 중에서도 살림집 건설에 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 박사: 그동안 몇 주에 걸쳐 경제의 하부구조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하부구조가 제대로 갖추어지고 기능을 하게 하려면 반드시 고도의 건설 기술이 필요합니다. 건설은 산업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을 가꾸는 데에도 필요하죠. 나라의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택, 즉 살림집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왜냐하면 지속적인 노동 제공을 위해서는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되게 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택 건설이 반드시 필요한 거죠.
기자: 북한의 경우에는 주택건설을 도시 건설 노동자나 인민군대가 주로 하는데 자유시장 경제국가에서는 주택 건설을 누가 하는 건가요?
김중호 박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따로 주택건설을 추진합니다. 민간차원에서는 건설회사들이 주택을 건설하고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요. 정부는 공익, 즉 서민들의 유익을 위해 공공주택을 지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합니다.
주택이 얼마나 충분히 공급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주택보급률이라는 지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구수에 비해 주택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국주택보급률은 2008년에 이미 100%을 넘어섰다고 하고요.
2019년 기준으로는 104.8%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가구수는 2,030만개이고요 주택수는 2,130만개입니다. 전국 대부분에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데, 서울에는 96% 수준을 보이고 있어요. 그 이유는 서울에 인구만 너무 많이 몰려있고 개발 택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으로 평가됩니다.
기자: 미국에는 단독주택과 연립 주택, 아파트 등 주택들이 고루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한국에는 아파트들이 엄청 많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 박사 :한국에서 아파트라는 게 처음 지어진 게 50년전쯤인데요, 1980년대부터 강남지역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아파트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문화 형태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한국 통계청의 "2020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총 주택 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2.9%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한국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산업화와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었는데요, 도시가 형성될 때 많은 인구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몰리면서 시설들과 함께 주택들이 건설되었죠. 집 지을 땅이 좁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아파트라는 거주 형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그리고 아파트가 현대화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많은 수요가 발생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 주택건설은 불가피한 현상이죠.
기자: 네 아까 남한의 전국주택보급률은 2008년에 이미 100%을 넘어섰다고 하셨는데요. 그런데 텔레비전에서는 아직 '내 집 마련이 꿈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뉴스에 종종 나오는데요. 이는 주택을 아직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 박사: 네 주택보급률이 곧 주택소유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경제적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한 사람들도 있고, 한 채의 집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 거죠. 게다가, 주택 가격이 지난 40년간 꾸준히 상승해왔는데 소득 상승 속도보다 더 빨랐기 때문에 주택 구매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기자: 네, 남한에서는 돈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자산 증식을 위해서 여러 채씩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군요. 북한의 선전내용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자 이외의 대부분 사람들이 큰 돈을 구하지 못해 제집을 마련하지 못한다고 선전하거든요.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의 징표가 아파트를 소유했는가 못 했는가에 따라 갈라진다고 하는데, 그러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주택을 구매합니까?
김 박사: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집을 일시불로 사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래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은행이 돈을 빌려줍니다. 이를 대출이라고 하죠. 미국 같은 경우엔, 15년이나 30년 동안 고정 또는 변동 이자율을 내는 조건으로 주택 구매에 필요한 돈을 빌리게 됩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대출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매매 가격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선지급금(디파짓)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구요. 그리고 큰 목돈도 없고 대출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은 전세나 월세 방식으로 집을 빌리는 제도가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매우 낮은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여러가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혜택을 주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충분치는 않겠지요.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부가 싼 가격의 공공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북한과 같은 계획경제체제에서는 정부가 집을 무상으로 모두에게 제공한다고 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집 걱정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북한에서는 국가가 주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북한 헌법 제 22 조에는 토지는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국가 소유나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헌법 25조에서 "국가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먹고 입고 쓰고 살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하여준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택 등을 국가가 공급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주택을 소유할 수 없고 사용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주택을 늘어나는 가구수에 맞게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암암리에 매매하고 있는데요.
특히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국가의 주택 건설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주택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그래서 평양과 신의주, 남포를 비롯한 큰 도시에서 개인들이 아파트를 지어 파는 부동산 붐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김 박사: 그래서 북한에서는 돈주들이 돈을 끌어오고 건설자재들을 외부로부터 사서 집을 짓는군요. 북한의 돈주들이 남한의 건설회사나 개발회사 같은 역할을 하네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의 주택 공급 정책은 매우 이상적입니다. 그대로만 하면 주민들이 자기 집에서 평생 살 수 있지만 국가의 공급이 따라 서지 못하기 때문에 암암리에 주택 거래가 생기고, 돈주들이 돈을 투자해 아파트를 지어 파는 사업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어떤 주택정책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그 부분은 다음주에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김 박사: 주택건설은 단순히 살아가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도시화라는 거대한 생활환경의 변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주 지역, 거주 공간의 배치, 거주 환경의 수준 등에 따라 거주자들의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거든요. 주택건설은 산업화의 속도나 규모와도 연결되어 있고, 각종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택의 건설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능동적인 금융제도의 뒷받침을 필요로 하는 경제영역이라 할 수도 있죠. 북한에서도 인민 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려면 주택건설과 관련하여 포괄적 접근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북한의 주택정책과 실태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김 박사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