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경제성장과 주택건설 (2)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공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공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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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 기자 :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34번째 순서로 북한의 주택정책과 실태에 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김 박사님, 우선 북한의 주택정책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습니까?

박사 : 북한의 주택정책 특징은 국가중심의 주택공급체계인데요, 북한은 한 사람이 다세대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시장경제 국가와 달리 1세대 1주택 분배 원칙을 고수하고 있죠. 청소년이 학업을 마친 후 취업해서 결혼하면 주택을 공급받게 되는데, 각 세대는 기본적인 사용료(전기, 수도, 난방 등)만 지불하면서 평생 이용권을 갖는 방식이죠. 정부에서 가구수의 변화를 파악하고 경제계획에 따라 공급하며 관리한다고 선전했기 때문에 주택문제는 나름대로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만 현실은 그것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박사 : 북한의 주택 정책은 시대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김일성 시대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모든 게 파괴된 상황에서 경제를 다시 재건해야 했기 때문에 구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로 전후복구사업이 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1960년대까지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보였습니다.

그와 함께 국가의 주택공급이 매우 활발하게 실현되었습니다. 북한은 1956년 전국건축가·건설자 회의를 열고 설계의 표준화, 건재의 공업화를 마련했고요. 평양에 조립식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건설했었죠. 그때 ‘천리마 속도 창조운동’이라는 것을 벌였는데, 14분에 아파트 한채씩 짓는다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자 : 네 그것을 '평양속도'라고 했는데요. 아파트 한채를 14분만에 짓는다고 굉장히 화제가 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박사 : 1950년대와 60년대 기간동안 북한은 도시주택 건설에 집중하였는데, 이 때 평양시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 건재공장 등 건설 관련 인프라를 많이 확충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김일성 시대에도 주택 공급률이 계획대비 50% 수준에 머물렀다는 연구결과를 제가 본적 있어요.

그러나 김정일 시대 들어와 1970년대 중후반에는 경제 침체로 인해 신규 주택공급이 상당히 둔화되는 그런 상황이 펼쳐졌죠. 특히 김정일이 김일성 우상화 작업에 앞장서면서부터 주택건설에 투입되어야 할 자재가 당의 우상화 건축물이나 선전물 제작에 우선적으로 투입되면서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기자 : 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김정일 시대에는 평양시에 주택지구로는 창광거리, 문수거리가 건설되었지만, 주체사상탑, 개선문 등 김일성 우상화 건물과 혁명사적 건물이 대거 건설되면서 주택 건설이 줄어들었지요. 그리고 1989년 제13차 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서울 63빌딩보다 더 높이 짓는다고 105층 류경호텔을 짓다가 중도에서 경제난 때문에 방치하기도 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박사 : 결국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인민을 위한 주택공급 정책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영향으로 김정일 시대는 주택공급 상황이 더 열악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김정일 정권은 실질적인 주택공급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특정 지역에 국한하여 선전용 살림집 건설의 정치적 선전 효과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창전거리, 미래 과학자 거리, 여명거리 등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잖아요. 물론 김정은 시대에도 물자와 자금이 모자랐기 때문에 전국을 상대로 균형적인 발전은 시도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평양시 개발에 집중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건설 결과를 보이긴 했지만,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적 업적쌓기’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 시기에도 평양시 송신 지구에 1만세대 살림집을 조성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박사 : 북한은 유엔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평양시에 또 2025년까지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2월 12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시 주택건설 착공식에 참석하면서 주택건설 열기를 보였는데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따라 매년 평양에 주택 1만 세대씩을 건설하겠다고 했는데 계획대로 잘 진행될지 두고 봐야 할 것같습니다.

기자 : 네 그러면 북한의 주택 공급법규정은 어떻습니까?

박사 : 북한은 인민들에 대한 주택공급을 국가의 의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50조에는 "국가는 살림집을 지어 그 리용권을 로동자, 사무원, 협동농민에게 넘겨주며 그것을 법적으로 보호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네요.

북한의 주택공급과 관련된 법 제개정 움직임을 보면 주택의 공급, 계획, 이용 등과 관련된 국가의 권한과 역할을 계속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주택거래 제도화나 자유화를 뒷받침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살림집법 이외에도 헌법, 민법, 토지법, 국토계획법, 도시계획법, 건설법, 도시경영법, 부동산관리법, 상속법 등에서 관련 규정들을 세분화하고 현실화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 기자님은 북한에서 생활하면서 공급과 수요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적인 주택 거래에 대해 경험을 해봤을 텐데 그렇게 뉴스를 통해 알려진 것과 별 차이가 없나요?

기자 : 제가 북한과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는 주민은 북한 주민들이 유일하지 않는가 생각되는데요. 북한 주민들도 자기 집을 굉장히 가지고 싶어하거든요. 내가 구매를 했으면 내가 계속 쓰고 살면서 자녀들에게도 넘겨주고, 자유롭게 처분하고있는데, 북한은 국가가 모든 주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사용권만 가지고 있고 소유를 못하게 되었거든요. "내 집 마련"은 남쪽 사람들도 그렇지만, 북쪽 사람들에게도 꿈입니다.

박사 : 주택공급이 부족하니까 돈주들이 아파트를 지어 판매하고 돈을 번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는데요. 그동안 국가가 주도하던 주택건설사업이 이제는 특권층 또는 특권기관과 돈주들의 함께 추진하는 이권사업으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이들이 주고 받는 뇌물의 크기도 상당한 것 같은데요.

이러한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마비된 국가 계획경제체제를 대체하고 있는 시장이 북한 주민들의 수요에 반응한다는 것이고요, 둘째는 국가의 개입이나 명령이 사라지자 개인들이 주도적으로 생산과 소비 영역에 참여하여 필요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로는 권력과 재산을 소유한 새로운 계층이 북한 내부의 변화를 주도해 갈 가능성이 커져간다는 시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 네, 북한의 주택건설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박사 : 김정은 위원장이 살림집 건설을 현실에 맞게 계획하고 제대로 추진하려면 관련 분야의 제도를 정비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자금과 물자가 모자라기 때문에 당연히 국제사회와 교류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야 되겠고요. 외부의 기술과 자금, 물자를 들여올 수 있으면 북한도 살림집 건설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인민들의 생활의 질을 빨리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 그렇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