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974년 세금 없는 나라 선포
-국가재정 텅 비어 국책사업도 주민들의 세외부담으로 땜때기
-북한 세금 제도 다시 도입하려면 국가와 시장 관계 재설정해야
-세금 제도 통해 자원배분 효율성 높이고, 소득 분배 불균형 시정해야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한주간 잘 지냈습니까?
김중호 박사: 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 지난 시간에는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득분배 불균형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데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잘 사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시장에 해를 끼치고 주민 생활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데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에서의 세외부담의 비효율성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겠습니다.
김: 정부가 세금을 너무 많이 걷는 것도 문제이지만, 거둔 것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겠지요. 그동안 북한은 '세금 없는 나라'라고 자랑해왔는데, 실제로는 더 많이 거둬가는 거 아닌가요?
정: 네, 북한은 1972년 개정헌법에서 "국가는 낡은 사회의 유물인 세금 제도를 완전히 없앤다"라고 규정하고, 그 후속 조치로 1974년에 제5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세금 제도를 완전히 없앨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세금 없는 나라, 무세금 나라로 되었습니다.
그에 관한 노래도 있습니다. "세금 없는 나라 됐네. 아~"
처음에 북한 주민들은 세금이 없어졌다고 해서 너무 좋아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는데, 나중에는 세금보다 더 무시무시한 '세외부담'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들이 인민반별로 매년 인민군대 지원물자, 농촌지원물자를 내는데요. 심지어 삽, 곡괭이, 보습 이런 것까지 국가에서 내라고 하거든요. 그리고 현재 평양시에서 벌어지고 있는1만세대 살림집 건설도 국가에서 시멘트와 강재는 보장한다고 쳐도 그 외에 장갑, 삽, 곡괭이, 맞들이, 먹을 것 등 모든 후방물자, 지원물자는 주민들로부터 모금을 통해 충당되거든요.
현재 미국인들의 경우 세금은 수입의 약 20%, 많이 내는 사람은 30%까지 내어 그야말로 '세금폭탄'이다고 말하는데, 그런데 북한 주민의 경우에는 자신의 월급의 2~3배 넘는 지원물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과잉징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김: 그렇군요.
정: 예를 들어 월급이 4천원인 노동자가 1년에 세외부담으로 내는 돈이 약 2만원이라고 하면 벌써 자기 월급의 5배가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현금으로 내는 부분도 있지만, 육체적으로 국가에 공헌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특히 발전소, 관광특구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에 주민들은 노력적으로 동원되거든요.
그러면 국가에서는 그 노동의 대가를 보수로 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공짜로 일을 시키거든요.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주지 않으면 큰일 나지 않습니까?
김: (웃음)그렇지요. 저도 대학생 때 농사철에 농활봉사라고 해서 농촌에 가서 김매기도 하고 농촌 도와주는 것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완전히 자원봉사 하는 차원에서 갔었는데, 북한 주민들을 수시로 국가사업에 동원하고 보상도 안해주면 주민들이 대개 억울 할 것 같습니다.
정: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 재정을 어디서 충당하는가? 박사님 지적하신대로 국민세금, 기업세금으로 받아서 일한 것 만큼 좀 줘야 하는데, 공짜로 일을 시키니까 북한 주민들은 "국가에서 주는 것 보다 내라는 게 더 많다"고 불만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북한 정부는 이러한 인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제부터 세외부담을 받지 말라"고 간부들을 내리 먹이는데, 간부들이라고 별 수 있습니까, 중앙에서는 건설 과제를 수행하라고 내리 먹이는데, 간부들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또 인민들에게 세외부담을 부과시키고 있습니다.
김: 아, 그렇게 주민들을 쥐어짤 거면 아예 세금제도를 공식화해서 정부가 받을 건 받고 주민들에게 여러 기회나 혜택을 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정: 아, 그것은 북한 환경에서는 좀 어려운 문제이거든요. 왜냐면 세금 폐지법이 김일성 시대에 만든 것이기 때문에 손자가 그것을 없애버리면 아버지 업적 등이 부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도 (무세금제도)이것을 없애고 싶어도 함부로 없앨 수 없습니다. 앞으로 세금제도를 어떻게 북한 현실에 조화롭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 과제 같은데요. 지금 종합시장에서 장세를 받듯이 직장인들, 그리고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받으면 국가재정도 건전해지고 부정부패도 없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여유 있게 재정을 투자할 수 있는데, 지금 북한 정부는 돈이 없어서 그래서 인민들에게 세외부담이라고 걷는데, 그게 사실상 세금보다 더 무서운 과잉 징수가 되거든요.
김 박사님, 그러면 지금 북한 현실에서 바람직하게 조세제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김: 아 그건 매우 중요하면서 또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북한정부가 다시 세금을 걷는 나라로 바꾸려면 그것을 합리화 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을 찾아야 하겠지요.
또한 북한 경제 정책의 틀도 바꾸어야 합니다. 즉 계획경제 방식을 국제 현실에 맞게 수정하여 우리식 사회주의 현대화를 도모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재 설정해야 하거든요.
국가가 모든 공급과 수요를 책임지는 방식에서 이제는 시장에서 기업과 가정이 공급과 수요를 결정하고, 생산을 하는데 국가는 감독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그렇게 수정을 했더니, 지금 엄청난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주민들이 그 혜택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변화의 틀 속에서 북한에 맞는 조세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핵심요건으로서는 효율성과 공평성 두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세금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만큼 많거나 일시적으로 변해서도 안되고요. 세금은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 맞게 내도록 해야 공평하겠지요.
정: 박사님께서 세금의 공평성에 대해서 잘 지적해 주셨는데요. 북한의 경우에는 인민들은 세외부담으로 많이 내는데요. 간부들은 내지 않거든요. 사실 간부들의 수입이 더 많은데요. 여러가지 뒷돈도 받고, 뇌물도 받는데 그에 대한 세외부담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에서 장갑 10개씩 내라고 하면 간부들은 인민들에게 다 떠넘기고, 자기들은 내지 않거든요.
그리고 국가가 세금을 조절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통해 국가에 돈이 들어오면 간부들은 좋지 않겠습니까?
북한 인민들 입장에서는 세금이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때는 좀 아쉬움을 남깁니다만,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러면 경제환경을 만들어주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세금 내는 게 아깝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 시간상 관계로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오늘 말씀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김: 네, 세금은 개인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적 환경을 개선하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북한 정부가 인민경제를 활성화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인민들을 쥐어짜서 재정을 메꾸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정부가 각종 세외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대신 세금을 공식화 하는 조치를 고민해야 하겠지요. 북한 정부가 조세제도를 통해 자원배분 효율성도 높이고, 소득 분배 불균형도 시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요. 대신 주민들에게 자유롭게 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지원해 준다면 인민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정: 저희가 베트남이나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요. 개혁개방 30년 이후 지금 중국 사람들 수입이 증대되어 정말 웬만한 사람들은 자가용차를 가지고 생활이 꽃펴 나고 있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김중호 박사: 네 감사합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말씀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