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 지방도시 삼지연이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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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북한에서 지방 도시의 모델로써 삼지연시가 뜨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김정은 집권 이후 삼지연시의 변화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북한 지방도시, 농촌도시의 롤모델 즉 북한말로 하면 '모범적인 단위'로 불릴만큼 양강도 삼지연시가 노동신문에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이후 약 10차례 가량 방문을 했지요. 도대체 삼지연시는 북한에서 어떤 도시로 부각되고 있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삼지연시는 북한에서 '성산인 백두산 아래의 첫 동네'라고 불릴만큼 백두산기슭의 고지대에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2013년부터는 국가가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 관광 특구로 건설하겠다며 대규모 건설사업을 추진해 왔고요. 그 결과, 인구 4만 명에 못 미치는 대단히 소규모 도시였던 삼지연이2019년 12월 읍에서 시로 승격을 했습니다. 즉, 원래는 산촌 마을에 불과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저도 삼지연에 가보았는데요. 1991년인가, 백두산 답사를 가면서 삼지연시를 들렀는데, 그때 감자농마국수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렇다면 삼지연시가 산촌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국가적인 투자가 집중되어 꾸려진 배경은 무엇입니까?

정 연구위원: 북한 주민에게 삼지연시는 하나의 특별한 '성지'입니다. 무엇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난 곳이자, 김일성 주석이 항일 투쟁을 벌인 '혁명의 성지'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교과서에도 삼지연시에 대해서 누구나가 그렇게 배웁니다. 뿐만 아니라 배움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마치 성지순례라도 하듯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입니다. 예를 들면, 농민들의 경우 추수를 끝내고 겨울 농한기에 답사를 오고요, 노동자들의 경우 6월에서 8월 사이에, 그리고 학생들은 3월에서 10월까지 삼지연시를 찾아오고, 군인들도 이곳을 찾습니다. 또 각종 동계 스포츠를 위한 훈련을 위해서도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즉, 삼지연시 인구가 4만 명이라면, 그 이상의 몇 배 많은 사람들이 매년 삼지연시를 찾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혜산역에서 내려서 삼지연까지 걸어서 나오기도 하고요. 물론 백두산을 등반하는 것도 여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건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돌격대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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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iew of North Korean township of Samjiyon County A view of North Korean township of Samjiyon County in this undated picture released by North Korea's Central News Agency (KCNA) on December 2, 2019. KCNA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IS IMAGE. NO THIRD PARTY SALES. SOUTH KORE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SOUTH KOREA. (KCNA/via REUTERS)
눈 덮인 삼지연시 모습.

기자 :네, 러시아 자료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의 하바롭스크 인근에서 태어났는데, 북한이 그의 고향을 백두산으로 만들었지요. 그래서 지금 '혁명의 성지'로 되었는데 답사자들, 건설자들이 모이다 보니까, 전국각지에서 왕래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북한이 삼지연시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한 적이 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오히려 삼지연시는 '국내 관광지'로서 더 각광을 받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 :맞습니다. 혁명의 전적지로써 그 여정을 걸어보고자 찾지만, 거기에는 사실 당연히 관광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이 정말로 삼지연시를 직접 와서 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삼지연시로 몰릴 때에는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물론, 숙영소(야영장 등)를 많이 건설해 놓았지만, 당연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럴 때는 민박에 머물고 우리처럼요. 또 민박을 하게 되면, 삼지연시의 특산품인 들쭉 술이나, 들쭉 사탕과자 등도 함께 구입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사람들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관광이라는 것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집단 견학말고도 일반 주민들도 삼지연시를 방문하고, 그렇게 되면 민박에 머물고 또 민박집에서 만든 여러가지 특산품들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북한이탈주민들은 이야기 합니다.

기자 :제 기억에는 삼지연시는 매우 추운 곳인데요. 그런데 삼지연시가 노동신문에 많이 보여지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정 연구위원 :오히려 겨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혹시 삼지연시의 '얼음 축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기자 :제가 있을 때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얼음축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하얼빈 빙동제'라고 있지요. 그래서 대규모 얼음축제를 벌이는데 남쪽의 관광객들이 하얼빈에 왔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삼지연 날씨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데 누가 오는지 궁금합니다.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얼음 축전은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부터 2월 말까지 약 보름 동안 진행을 하는데요. 이때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얼음은 삼지연의 못가에서 가져와서 삼지연시의 어느 학교를 빌려서 거대한 얼음 조각들을 장인들이 만들고, 이것을 전시합니다. 또 저녁에는 화려한 조명도 켠다고 해요. 그래서 얼음 축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밤에 이루어지고 이 얼음 축전의 조각상을 보기 위해 새벽 4시까지, 즉 날이 밝을 때까지 줄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요. 또 얼음 축전이 전국으로 방영되다보니까 북한 사람들은 평생에 꼭 한번은 이 얼음 축전에 오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전에는 중국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이 와서 엄청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자 :삼지연시는 매우 추운 산간 농촌마을이지만, 앞으로 경제적인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보여지는데요. 뭐 교통만 좋다면 미국이나 남쪽에서도 갈 것 같습니다. 중국을 통해서도요.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마도 동계올림픽의 장소로서 삼지연을 정하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그런 야망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아 그렇지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그리고 다수의 북한 엘리트들도 다녀갔기 때문에 삼지연이 평창보다는 더 춥거든요. 그래서 겨울철 올림픽 장소로 더 적합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삼지연시가 아주 천지개벽을 한 것처럼 변모를 했는데요. 과연 삼지연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 연구위원 :네 위성 지도랄지 또 삼지연에서 오신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요. 주택들이 상당히 많이 지었잖아요? 그리고 이 설계가 현대식이고 아주 넓고,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동거를 살았던 세대들도 분가를 할수 있어서 상당히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외지에 살던 삼지연시의 가족들도 집을 배정받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히려 인구가 늘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구글어스(Google earth)에서 보면, 주변에 공간이 없을 정도로 아주 빽빽이 주택이 들어서 있어요. 바꿔 말하면, 기존에는 세대 당 상당히 많은 텃밭을 가지고 있었고, 또 돼지를 많이 키웠는데요. 이제는 어렵겠지요? 그래서 불만이 있다고 해요. 그리고 삼지연시는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현재는 전기가 잘 보급이 된다고 하지만, 만일 이것이 어렵게 된다면, 난방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네, 제가 있을 때 삼지연 사람들의 불만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혁명전적지이다보니 집을 비우면 안되거든요. 자기가 딴데 가고싶어도 갈 수 없어서 고충이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북한이 지방 도시의 모델로써 삼지연시를 꾸리고 있지만, 여전히 겨울철 난방이나 전기가 없으면 어려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보입니다. 북한도 문을 빨리 열고 현재 미국과 남한에서 본격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난방이나 조명기술을 받아들이면 삼지연시도 국제도시로 변모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고요. 다음 시간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연구위원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참여자 정은이 연구위원, 기사작성 정영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