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최근 북한 아파트 건설 추세를 중심으로 북한 경제 전문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북한이 김정은 정권 들어 지속적으로 살림집 건설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정 연구위원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2025년까지 해마다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미 건설 중인 1만 6천 세대의 살림집까지 포함해 거의 7만 세대의 살림집이 생겨나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 문제가 철저히 해결될 것"이라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시 송신지구와 송화지구, 서포지구, 금천지구, 9.9절지구에 이채로운 살림집과 공공건물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살림집 건설을 발표한 배경은 아무래도 인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살림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의 이런 살림집은 상당히 고층이면서 과학적인 방식으로 지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기존 아파트와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 연구위원 :현재 코로나로 인해서 북한 관련된 소식은 많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다만, 코로나 직전까지 건설된 아파트를 보면, 그리고 구글 위성지도를 통해 최근 아파트 건설동향 등을 보면 확실히 기존 사회주의식 건설법에 의한 아파트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자본주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지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조사를 해보니까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기자 :사회주의 건설식은 '속도전 아파트', '러시아식 아파트'라고 해서 아파트 현관 끝 자락에 화장실을 하나씩 두었거든요. 그래서 이용하기에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건설되는 북한 아파트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정 연구위원 :네 구글 위성지도와 가장 최근에 한국에 오신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조사를 해보면 무엇보다 지하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구요. 바꿔말하면 예전에는 지하 없이 지상 1층부터 살림집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신의주 같은 경우에는 고급 아파트라면 주차장이 구비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주차장이 어디에 있느냐가 관건인데, 지하에 있느냐 혹은 지상에 있느냐에 따라 좀 다르지만 어쨌든 신의주와 같은 대도시에는 아파트를 건설함에 있어서 주차장이 생기고 있구요. 마지막으로는 아파트 건설 상태가 주상복합이라는 것이지요.
기자 :주상복합이라고 하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함께 어울려 있는 건물이 아닙니까? 그러면 주차장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에도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말로 풀이해도 됩니까?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이제는 자가용도 기관 명의만 걸면 실질적인 개인 소유가 가능합니다. 자가용 뿐만 아니라 택시도 굉장히 많습니다. 신의주와 같은 경우 조사를 해보면 총 200여대가 있는데요. 이 숫자는 신의주에서 택시업에 관여했던 분을 통해서 집계된 수입니다. 길거리에 택시가 너무 많아서 도로가 혼란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9년에는 2부제를 실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북한도 신축 아파트에 주차장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기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북한도 각종 트럭이나 택시 등 영업용 차량 뿐만 아니라 개인 자가용을 소유한 주민도 많아졌음을 뜻합니다.
기자 :지하에 주거시설을 짓는다는 말은 이제는 지하에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북한도 인구 밀집지역, 인프라가 잘된 지역과 같은 경우, 아무래도 땅값이 비싸다 보니까 아파트를 지방에도 높게 짓는 추세이고, 새로 신축할 때 지하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바꿔말하면 땅값이 비싸면 건물들이 위로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지하도 깊어지는 현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북한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지하에는 주차장 이외에 상업 건물같은 것도 있습니까?
정 연구위원 :동향을 보면 살림집보다는 상가를 짓기 위해 지하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짓는 아파트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인데, 지하에는 개인 살림집이 아니라 상점들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자 :여기 탈북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에는 상하수도 시설, 화장실 이런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북한 아파트들을 다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 말을 들어보면 남한이나 미국에 건설된 아파트와 별반 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점이라면 어떤 업종들이 들어서고 있나요?
정 연구위원 :식품점, 식당, 옷집 등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식품점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상점, 수퍼마켓이 아니라 우리처럼 북한도 냉장고나 냉동고도 설치해놓고 냉동식품을 진열해 판매하기도 하고 각종 반찬들을 만들어 조금씩 포장하여 판매하기도 합니다. 북한의 식생활도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자 :주상복합이라면 상점 주인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상점의 주인들은 대체로 국가산하입니까, 아니면 개인들입니까?
정 연구위원 :북한도 보면요. 아파트를 건설할 때 선분양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선투자라고 하는데, 미리 투자를 해서 아파트가 건설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먼저 주고)나에게는 한 동에 4층을 팔아라" 뭐, 이런식으로 아파트가 판매되고 있는데요. 상점들도 보니까 굉장히 유사하더라구요. 물론 건물의 소속은 어떤 기관의 소속으로 되어 있어야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권은 개인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신의주 번화가에 새롭게 아파트가 하나 들어섰는데, 주상복합입니다. 여기 상가는 한 칸에 약 미화 3천불인데요. 상가의 실질적인 주인은 개인인데 본인들이 장사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기도 합니다. 세는 한 달에 약 300달러 하는데, 주인들이 일률적으로 걷어간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돈을 빌리는데 한달 이자가 10%라고 하면 굉장히 괜찮은 수익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미화 3천달러를 투자해서 상가를 하나 사놓으면 거의 한 일년이면 본전을 뽑는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정 연구위원 : (웃음)네 맞습니다. 북한에서도 지금 막 한창 떠오르는 투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그러면 북한에도 건물주가 탄생하는 그런 시대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게 안정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정 연구위원 : 네, 이제는 건물에 투자하는 것이 북한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시장에 앉아서 장사하는 것보다는 상점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까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것 보다는 내가 좀 더 투자를 통해서 돈을 버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 :네 집을 지어서 팔고 상가를 사서 세를 줘서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북한에서는 무엇이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이 부동산사업이라고 부르지요. 부동산이 자본을 증식시키는 가장 큰 요소인데요. 북한도 이런 부분들이 발전되고 있다는 말씀이네요.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정 연구위원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참여자 정은이 연구위원, 기사작성 정영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