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김정은 시대 특정지역에 특정 상품의 생산이 집중되는 ‘지역화’ 현상이 싹트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에 관해 북한 경제 전문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안녕하세요.
기자:북한에서 특정 상품 생산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어떤 지역에서 지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요?
정 연구위원: 예를 들면, 복장이라면 평성이나 강선, 신발이라면 신의주나 순천, 철강이나 변압기, 배터리라면 남포 강선지역, 선박이라면 남포시나 청진시, 식품과 담배라면 평양, 화장품이라면 신의주 등 다양하게 '지역화' 현상이 북한에서도 싹을 트고 있습니다.
기자:이렇게 지역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정 연구위원:제가 2010년 이후 특히 2019년에 탈북하여 남한에 온 이탈주민들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고 구글 위성 지도를 놓고 북한을 보니까, 소비제품의 경우, 교통이 편리해야겠지요. 그래야만 원료 조달이나 판매, 그리고 정보의 유입이 수월할 것 같고요. 그렇다고 보면 대표적으로 평성이 전국 패션의 중심지가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철강 같은 경우, 전력이나 기술, 인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남포시 강선과 같이 큰 공업지대가 유리하더라구요. 그리고 선박의 경우, 바닷가와 가깝고 어업이 활발한 곳, 바로 청진이나 강선이 되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평양과 가깝고 인구도 많고 교통이 편리한 서부 지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겠지요. 그리고 평양과 가까운 서부지역이 정보나 교육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니까 지역화 현상은 유난히 서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네 북한 당국은 원래 '지역 균형발전전략'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래서 한 개 군에 간장, 된장 등 주민들의 생활필수품을 모두 생산하는 체계를 구사해왔는데요.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북한당국은 건국 이래 산업을 전국에 고르게 배치하였습니다. 사실 이것은 효률성의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데, 특정 지역에서 전쟁 피해가 발생해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이 지속 가능한 지역별 독립된 경제 구조를 형성하였습니다. 북한도 한국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경험해보니까, 전쟁이 나서 한쪽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다른 쪽에서 생산이 가능하도록 분절된 지역 경제를 출현시켰습니다.
기자:원래 북한이 지역 균형발전 전략을 추구한 이유가 전쟁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북한 문헌에서 보면 쉽게 이런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요. 크게 보면 5가지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공장기업소들을 원료원천지와 소비지에 접근시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남한)와 마찬가지 이지요. 그런데 둘째는 인민경제부문들의 균형적 발전을 보장하는 원칙이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지역 불균형 발전보다는 균형발전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이런 원칙들이 생산력 배치에도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빨리 줄이는 원칙이었습니다. 넷째, 환경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 다섯째, 국방력을 강화하는 원칙 등 균형 발전전략을 추구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방공업은 그 기술 경제적 특성으로 하여 전시조건에서도 지방의 원료 원천과 노력을 동원하여 생산을 손쉽게 조직할 수 있으며 전쟁피해도 적게 받을 수 있다"고 문헌에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담배를 비롯하여 식품, 의복, 신발 등 일부 주민 소비품의 생산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여기서 생산한 제품이 해당 지역을 벗어나 전국으로 판매, 소비되는 '지역화'가 싹텄습니다. 특히 북한의 시장들을 조사해보면 북한도 균형전략 원칙이 깨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그러면 지역화를 통해 새롭게 부상한 도시가 있나요?
정 연구위원:네, 과거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 도시 간에 격차가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평양 대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구조가 당연시 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이 새롭게 부상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흥했던 지역이 반대로 쇠퇴하는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성은 평안남도 도소재지지만 인구 10만에 특별한 사업 기반이 부재한 작은 도시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북한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최대 도매시장이라고 하면 평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반면에 함흥은 과거 북한의 대표적인 중화학공업 도시로써 평양 다음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가난한 노동자 밀집 도시에 불과합니다. 중국 같은 경우에도 동북지방에는 중화학공업이 집중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개혁개방 이후에는 낙후된 도시가 되었는 데, 북한도 시장화가 1990년대 이후 진행되면서 함흥과 같이 동부지역의 중화학공업이 집중된 도시일 수록 오히려 시장화가 덜 진전되고, 서부 같은 경우는 중국 상해나 연안도시처럼 상당히 자본주의적인 마인드도 빨리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네, 그렇다면 지역화 현상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맞습니다. 이런 지역화 현상은 지역 균형 발전전략을 추구해 온 당국의 정책에 역행하는 현상이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다양성의 측면에서 '차이(difference)'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곧 경쟁의 발생과 더불어 그만큼 시장화의 진전을 반영하는 긍정적 시그널(Signal)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자:그러면 어떤 이점들이 있나요?
정 연구위원:이는 유리한 입지에 있는 지역으로 생산이 집중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싹트고 경쟁력 있는 지역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꿔 말하면 지역화는 해당 지역에 번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대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 산업의 생산을 자극하고 이것은 산업 연관효과를 가져오고, 이는 해당 지역에 더 많은 고용의 창출과 더불어 지역 주민의 구매력 향상 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촉진시키고 다시 생산을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정은 시대 '지역'이라는 공간에 기반하여 싹튼 제조업 중심의 지역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도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후 많이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북한의 지역화 현상이 남북 협력에서 상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겠습니까?
정 연구위원: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원료나 기술을 남한에서 조달하거나 북한에 우위가 있는 부문은 함께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구요. 특히, 지방과 지방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부문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네, 남쪽에는 인천이나 안산 같은 곳에 공업단지들이 있는데요. 그런 지방의 관리들이나 관계자들이 북한 평성이나 남포지구에 꾸려진 산업단지들에 가서 경험을 교환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을 토론을 하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정 연구위원: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참여자 정은이 연구위원, 기사작성 정영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