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생활 및 생산과 관련된 중요한 경제요소
-공급과 수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 결정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신중해야
-부동산 시장은 금융정책, 조세정책 등의 변화에 민감
-금융 및 조세 지원 없는 북한의 주택 매매는 개인에게 큰 부담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정: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 지난 시간에는 시장과 화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경제와 우리 생활 11번째 순서로 “시장과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에서 부동산과 주식은 자본 증식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먼저 부동산이 갖고 있는 경제적 의미부터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김: 부동산은 토지와 그 위에 설치되어 있는 건물을 포함합니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토지의 사유화 또는 토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시장경제체제에서는 토지를 생산요소들 중의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에 토지 소유와 매매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죠. 그리고 토지 위에 인위적으로 설치된 건물도 당연히 거래의 대상이 됩니다.
부동산은 인간이 생활하거나 생산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부동산은 자산 관리 또는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즉, 부동산이 투자 대상이 된다는 거죠. 부동산 거래를 허용하는 나라들에서 보면 개인간 거래 품목 중 제일 비싼 물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만큼 국가경제에서 중요한 비중과 영향력을 갖는 경제 요소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정: 한국이나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린다는 뉴스를 자주 듣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뭔가요?
김: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도 시장에서 형성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토지는 자연이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지의 규모는 제한되어 있죠. 특히 정부가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토지 사용에 제한을 두게 되면 거래할 수 있는 토지의 규모는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제한된 토지 위에 건물을 짓다 보니 토지 뿐만 아니라 건물의 공급규모가 제한되는 거고, 그것이 시장에서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가격이 올라가는 거죠.
정: 아 그래서 남한 젊은이들의 소망이 ‘내집 마련’이 되고 있군요.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살림집인데요. 미국과 남한의 경우에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주택이 낮고 넓게 퍼져 있고요. 남한의 경우에는 국토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는 아파트 형인데요. 살림집은 주거용이기도 하지만, 재산을 증식 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투자 수단이 되는군요. 그럼 집을 많이 지어 공급하면 가격이 내려가겠군요?
김: 네 공급 증대가 해결책들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그것 하나만으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교통 체계, 학군, 주변 편의 시설 등의 요소들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북한의 청취자들도 이해하실 겁니다. 예를 들어 집 주변에 지하철이 있다든지, 주변에 시장이라든지 백화점이 있다든지, 좋은 학교가 있다든지 이런 조건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앞에서 이미 말씀드린 대로 부동산 거래 가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은 금융시장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고, 금융시장의 변화가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 네 그렇군요. 미국의 경우 워싱턴 디씨 인근의 아파트를 하나 구입하려면 보통 수십만 달러가 있어야 하는데, 개인이 그 돈이 당장 없기 때문에 은행에서 빌려서 사야 하지요. 저희 탈북민들도 처음에 남한이나 미국에 왔을 때 개인이 주택을 구매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왜냐면 당장 몇십만 달러가 없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은행에서 꾸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우리 같은 사람들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은행에서 한 25만 달러를 빌려서 첫 집을 마련했습니다. 은행에서는 직장에서 고정 수입을 받고, 그리고 2년간 세금을 낸 증명서가 있고, 신용 점수가 700점 되면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은행에서는 2010년 당시 4%의 이자율을 적용했는데, 이자와 원금을 30년 동안 갚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미국 은행에서는 2008년 이전에는 주택 구입할 때 착수금이 없이도 돈을 빌려주었는데,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 제도가 없어지긴 했지만, 당시 금융위기가 부동산과 관련되지 않았습니까?
김: 맞습니다. 지난번에 다루었던 은행 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부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들의 활동영역을 분리해 왔는데, 1990년대 클린턴 정부가 이 규제를 완화했죠. 그 때부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들이 대출량을 늘리다 보니 현금 유동성이 커지게 됐고, 게다가 누구나 주택 보유를 할 수 있게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주택정책들이 등장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했고, 결국 2008년에 이르러 부동산 거품이 터진 거죠. 은행들과 여러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껑충 뛰었던 겁니다.
정: 국가가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게 어려운가 봅니다.
김: 그동안 우리가 시장경제에 관해 여러가지 주제를 얘기했습니다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충돌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은 성공한 적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시장실패를 막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대체로 정부의 시장 개입은 극도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여러 경제 구조적 요인들과의 상호작용을 감안하여 결정해야만 하는 무거운 주제라고 봅니다.
정: 또 다른 경제 구조적 요인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 네,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구조적 요인 중 하나가 환율입니다. 예를 들면, 환율이 높아져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같은 달러 값을 치르고 국내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죠. 환율은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과 규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니까요.
정: 최근, 중국에서 두번째 큰 부동산 회사인 헝다의 파산 가능성이 뉴스로 떠서 미국 증시가 거의 3% 정도가 하락했습니다. 그게 중국 정부의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대출규제를 강화하다 보니까, 헝다가 파산위기에 몰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현재 베이징 중심가의 30평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 300만위안, 즉 미화 50만 달러까지 올랐다고 하거든요.
북한에는 부동산이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은행에서 주택구매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제도도 없고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시장경제에서 가장 큰 시장인 부동산에 대한 용어도 생소할 것입니다.
김: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의 용어를 모른다 해도 이미 부동산 거래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오지 않았습니까? 북한 정부가 제도적으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들이 서로 살림집 매매를 진행하고 확대해 왔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 네, 오늘은 시간관계상 여기까지 하고요, 오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주시죠
김: 부동산, 즉 토지와 건물은 생산수단의 하나이기 때문에 경제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한된 경제 요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경우 시장실패를 막기위해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대체로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게 중요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발달은 금융제도나 조세제도의 선진화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보겠습니다. 만약 북한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내외국인들에게 투자의 기회를 넓혀줘야 합니다. 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사유화 및 거래의 제도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정: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말씀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