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과 경제 - 세계무역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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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회주의 진영의 무역은 국내산업 발전에 기여 못해

-기존의 세계무역질서는 달러 등 기축통화 중심으로 형성

-환율이 안정되어야 무역의 안정 및 확대 가능

-무역 규범과 규칙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준수해야 무역 혜택 경험

-북한이 WTO에 가입하면 급속한 경제성장 경험할 것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14번째 순서로 세계무역기구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먼저 제2차대전 이후로 세계경제는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았습니까?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고요. 그런데 구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경제 진영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겠지만, 일단 계획경제체제 특성을 먼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계획경제 체제는 정치이념을 바탕으로 인민을 동원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만, 인간의 욕구를 억누르고 당이 정한 생산목표를 달성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까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잃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와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말았던 거죠.

사회주의 진영에서도 사회주의 국가들간에 경제협력기구 즉 '경제상호원조회의'도 만들어 무역을 장려했기 때문에 일부 동구권에서는 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깊은 내막을 살펴보면 소련의 원조와 통제를 받는 국가들이 소련을 중심으로 경제거래를 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진영에서 보는 것처럼 국제무역을 통해 국내산업을 발전시키는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 북한의 경우에는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기 전에 소련에서 사탕가루(설탕), 밀가루, 천 같은 것들이 원조 물자로 해마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달러로 결제된 것이 아니고, 단지 북한에 있는 강선제강소라고 있는데, 거기에서 강재를 뽑아서 갚겠다고 하고 외상으로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한 강선제강소의 간부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요. 이 강선제강소 100년을 운영해도 소련에 진 빚을 다 갚지 못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외상거래를 하다 보니까 소련에 진 빚이 많아 경제가 예속되는 결과를 낳았고요. 그래서 구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진 다음에 북한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는데요. 그때가 고난의 행군이었지요.

그때도 북한의 한 관리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요. “이제는 달러가 없으면 우리는 무역을 하지 못한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젠 달러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어디에도 손을 내밀 데가 없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 네 그 달러를 무역에서 기축통화라고 하는데요. 달러나 유로 엔화 같은 화폐들은 돈의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고 신용의 어떤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 돈을 사용해서 무역을 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니까, 중국 돈이 아직은 기축 통화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돈에 대한 선호도가 여러 개발도상국들에서 점점 커지는 상황에 있습니다.

북한도 대외무역이라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국 중심으로 무역이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 돈이 있어야 중국 물건을 사올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중국 돈을 더 찾게 되고 중국 돈이 북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겁니다.

정: 지금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데요. 기본 핵심이 중국이 위안화를 무역체제에서 기축통화로 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견제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김: 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들 중 하나가 바로 화폐, 그리고 화폐를 바꾸는 환율이거든요. 현재 국제무역은 미국 달러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달러 체제에 모든 국가들이 들어와서 경제 거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은 중국 돈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질서, 무역질서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그것을 미국이 견제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달러 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그런 몸부림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정: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성장과 경제안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제무역을 증진시키는 국제제도와 국제기구가 존재했는데요,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 그렇습니다. 국제금융질서와 국제무역질서가 만들어지고 안정되면서 세계 많은 나라들이 혜택을 봤습니다. 1947년에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즉 GATT라는 기구가 만들어졌는데요, 이를 통해 많은 무역분쟁이 조정되고 무역장벽이 낮아지는 성과를 거두었죠. 그런데 GATT는 상품 무역에 관해서만 규제를 했기 때문에, 점차 서비스의 무역이 증가하고 지적재산권 문제가 커지면서 그것을 다룰 수 없기 때문에 1994년에 세계무역기구 즉 WTO라는 국제기구가 새롭게 창설되어 GATT를 대체하게 됐습니다. 국가들이 합의하여 만든 국제무역질서에 편입되어 무역에 관한 규범과 규칙을 준수하면서 무역을 통해 이익을 증대할 수 있는 거죠.

정: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가 대표적으로 한국이지 않습니까? 저희들이 북한에 있을 때는 남조선엔 거지들이 많고, 아이들이 깡통을 차고 다닌다고 배웠는데, 한국에 와보니까, 높은 빌딩 그리고 깨끗한 거리를 보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된 남한이 빨리 발전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전쟁 이후 70년만에 세계무역대국 10위까지 성장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했다는 것은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 그렇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북한과 똑같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 겨우 먹고 살기도 어려웠습니다. 사실 1950~1960년대까지 만해도 북한이 경제복구를 더 빨리 했고, 경제성장을 더 빨리 했고, 경제수준이나 복지 수준이 한국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1970년부터 경제성장을 이루고 북한을 따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국제무역질서에 참여를 해서 무역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국내산업이 발전하고, 또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정: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서 경제가 급성장한 나라가 하나 또 있는데요. 바로 중국입니다. 제가 중국에 있던 때가 2000~2001년이었는데요. 그때 중국텔레비전방송에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고 하자, 중국 사람들이 환성을 올리면서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러는가고 물어보았더니, 중국 사람이 “이제는 세금을 적게 내고, 무역을 해서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저는 그때는 이해를 잘 하지 못했는데요. 그런데 바로 20년 뒤에 중국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하여 이제는 중국의 GDP(국내생산총생산)가 미국의 GDP에 버금가는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중국의 경제개발 모델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도 큰 것 같습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급성장했다는 사실 다시 한번 우리가 다루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김: 네

정: 오늘은 시간관계상 여기에서 마무리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오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김: 국제무역은 비교우위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소득 국가들도 국제무역질서에 편입되어 얼마든지 무역을 확대하고 이익을 증대할 수 있습니다. 무역을 지속하고 확대하다 보면 다양한 자원과 자본 그리고 기술을 얻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경제성장의 기틀이 마련되는 거죠. 그리고 무역을 통해서 국가의 국제경쟁력도 당연히 커지게 됩니다. 한국이나 중국이 다 그런 경험을 했듯이, 북한도 미래에 어느 날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게 된다면 무역 확대를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 오늘 시간 말씀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에는 북한 무역의 실태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무역을 잘해서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될까, 그런 방향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말씀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