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서 인기 끄는 ‘한류 미용사’

0:00 / 0:00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프 로그램 경제와 우리 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류 미용사에 대해서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알아보겠습니다.

기자: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정은이 연구위원:네 안녕하세요.

기자:지난 시간에 북한에서 청소년들 속에 뿌리내린 한류를 단속한다는 데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한국 식으로 머리 단장을 해도 자체로 하지 못하겠는데요. 그것을 누가 해줍니까?

정은이 연구위원:혹시 북한 주민들도 헤어 염색이 유행이라는 사실 아시나요?

기자:청년들이 머리 유형을 특색있게 바꾼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염색은 잘 모릅니다.(웃음)

정은이 연구위원: 사실 저는 언제 이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냐면, 중국에 친척방문이나 노동자로 온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010년 중 후반 즈음부터 한국에서 직접 제조한 한국 염색약을 팔았던 한국인 사업가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당시 한국 염색약이 가격이 좀 나가지만, 중국에 나와 일하는 북한 식당 종업원 등 북한 노동자들, 북한 여성들에게 엄청 인기였다고 해요. 기자님은 북한에도 미용실이 있고 또 한류 미용사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기자:아 드러내놓고 한류 미용사라고 하지는 않지만, 아주 솜씨 있는 이발사나 미용사가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사실 북한에서 초기 남한문화의 모방은 말투나 글씨에서 비롯되었으나 점차 대범 해져서 남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옷이나 화장, 헤어 스타일, 액서세리까지도 모방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남한 TV나 드라마가 한참 북한 내에 퍼지기 시작했을 때 북한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마음껏 입고 따라하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그 만큼 북한의 젊은이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는 징표인데요. 바로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미장원이 생겨났습니다.

기자:그곳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인가요? 왜냐하면 북한은 개인 소유가 인정되지 않고 있잖아요.

정은이 연구위원:이곳은 협동단체에서 운영하는 편의봉사소의 이발소가 아니구요. 기관 명의를 빌려 개인이 운영하는 실질적인 개인 미용실이지요. 특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용사들은 비싼 머리 손질을 담당하는 만큼 기술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데요. 개중에는 중국에서 일부러 1~ 2년 간 훈련을 받고 최신 유행을 공부하고 온 전문직도 적지 않다고 해요. 특히, 유행에 맞는 퍼머약이나 염색약에도 상당히 투자를 해서 해외로부터 들여와 사용하는데요. 왜냐하면 투자한 만큼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상당하기 때문이지요. 각자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다양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각종 색깔로 머리를 물들이는 젊은 층도 생겨났다고 해요. 따라서 머리를 염색하는 트랜드는 지역적으로 연령 별로도 격차도 존재해요.

기자:제가 2000년 초에 탈북해서 중국 심양에 갔을 때 거기에 한국관광객들이 왔는데,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왔던 사람을 봤습니다. 그래서 아, 진짜 북한에서 교육하던대로 '남조선은 양풍이 너무 심하다'라고 만나기가 두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웃음)

정은이 연구위원: (웃음)그런 사람들을 보면 "아, 남쪽에서는 규율이 불량하다"이렇게 생각했다고요?

기자:남자들이 머리를 노랗게 들이고 다니면 북한은 '미국식 양풍'이라고 비판했지요. 그런데 남한에 입국 보니까 그것이 하나의 취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네 한국에서 머리 염색의 유행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이 되었지요. 이 시기 K-팝과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연예인들과 아이돌 그룹의 스타들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특히 그들의 화려한 머리색깔과 트렌디한 스타일은 젊은 층에게 영감을 주었지요. 정말 그때 당시 이것은 매우 충격적이었지요. 특히 저 때는 머리 색깔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어요. 밝은 갈색에 가까운 색깔 정도였다고 할 수 있나요? 왜냐하면 우리 또 동양인의 로망이 서구의 아름다운 금발이잖아요. 그걸 너무도 따라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암튼 당시는 색깔이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남자가 염색을 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었지요. 당시 동시대에 일본만 해도 남자들이 염색을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는데, 남한에서는 좀 여자같다?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좀 어려운 분위기였지요. 그만큼 보수적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지금은 색깔도 다양하고 기법도 발전하면서 자연스런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브라운 대신 밝은 컬러, 파스텔 톤, 그리고 그라데션 염색 등 굉장히 다양한 색깔이 인기를 끌고 있구요. 남성들이 오히려 더 이쁘게 염색을 해요. 그런데 궁금한 것은 북한에서도 남자들이 염색을 하나요?

기자:제가 있을 때는 까만색깔 밖에 못했는데요. 어쨌든 그러면 남한에서는 미용과 관련된 산업들이 엄청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미용 산업도 발전했고 염색 기술과 제품들이 너무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리고 미장원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아마 편의점만큼이나 동네마다 많이 있는 것 같고요. 또 요즘에는 어떤 특정인의 이름을 건 미장원이 전국 체인도 생기고 있지요. 또 미장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염색을 많이 해요. 미국에는 월마트 그런 곳에 가면 많지 않나요? 그런데 한국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바로 '쿠방'인데요. 거기에 들어가면 없는 염색약이 없을 정도로 너무도 다양해요. 그리고 해외에서 파는 염색약도 살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냥 샴푸만 매일 해도 흰머리가 검은 머리로, 갈색머리로 염색이 되는 샴푸도 대 히트를 치고 있지요.

기자:아 그렇군요. 그걸 알면 북한 청소년들 뿐 아니라 머리가 희어지기 시작한 중년 남자들도 엄청 좋아할 할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머리가 없는 분들, 즉 머리칼이 빠진 분들이 머리칼을 심는 것이 유행이어서 터키, 즉 틔르키예라는 나라로 관광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요. 북한에서는 아직 머리 심는 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알면 그것도 미용사들에게는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머리 염색은 사람들마다 추구하는 다양한 개성의 표출인데, 그것이 한국에서는 자유로운데, 북한에서는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과거에 비해 어떻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네. 사실 염색의 유래는 다양하지만, 특히 전통적으로 신분이나 계급을 나타내는 방법이기도 했는데요,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자리를 잡았지요. 그만큼 남한도 개성의 시대지요.

기자:그렇다면 이렇게 염색을 한다는 것은 자유, 개인의 개성을 표출하기 위한 욕구라면, 북한에서는 단속의 대상이 될 것 같은데요.

정은이 연구위원:당연히 흰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을 하는 행위는 북한에서도 있어왔지만 노랑, 갈색 등의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는 행위는 지금까지는 상상도 못하는 행위였지요. 북한에서 머리카락의 색깔을 바꾸어 행위는 일종의 변형을 주는 행위라고 간주하여 당국이 처벌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대응은 다르다는 것이지요.

기자:아 그래요? 어떻게 다릅니까?

정은이 연구위원:예를 들어 연한 갈색으로 염색을 한 학생이 길을 가다가 '그루빠' 단속에 걸리면 막 우긴다고 합니다. 아 "원래부터 내머리 색깔이 이렇게 갈색인데, 어떻게 하느냐고"이라고요, 그러면 단속반도 어떻게 확인할 길이 없으니까,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지요. 역시 북한도 아무리 단속이 심해도 세계적인 흐름, 유행은 거스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기자: (웃음) 그렇지요. 아무래도 천성적으로 머리가 노란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 사람들 가운데도 머리가 아주 까맣지 않고 약간 갈색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노랭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단속반원들이 그걸 가려내기가 여간 쉽지 않겠네요.오늘은 여기까지 듣고요.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수고 하셨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