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2023년 북한의 농업을 해결할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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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20일 서울의 구룡마을이란 곳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40여 채와 0.2 정보 되는 지역이 불에 타고 500여 명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이쪽이 아무래도 저소득 취약계층과 노인들이 많이 사시는 지역이다 보니 더 안타까웠어요.

조현: 네.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에겐 너무 혹독한 계절입니다. 구룡마을도 불에 잘 타는 판잣집이 밀집해서 불길 확산이 빨라졌다는 분석이 있더라고요. 사실 한국은 언론 보도도 빠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화재 장면을 손전화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그게 보도보다 더 빠른 적도 많아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잘 압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일이 있어도 알려지지 않습니다. 아마 이번 겨울에도 화재사건으로 한국보다 더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추정해봅니다.

MC: 북한에 화재가 잘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겨울에 나무로 군불을 때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조현: 영향이 있죠. 옛날처럼 나무 군불 때는 방식은 세계에서 사라지는 추세인데 북한은 발전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선 삼림 보호한다고 농민들이 산에 들어가는 것조차 무작정 막으니, 얼어 죽으라는 거지요. 지금 들리는 소식은 땔감이 부족하니까 두 집, 세 집… 친척이나 이웃이 모여 겨울을 함께 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당장 한국처럼 훌륭한 난방시설을 갖추긴 어려울 테니, 내년을 위해 펠릿(Pellet)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 어떨까 제안합니다.

북한에 도입 시급한 펠릿(Pellet)

MC: 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펠릿'은 어떤 물질을 강하게 압착해서 만든, 엄지손가락 정도의 작은 조각을 말하는데요. 일단 청취자 분들이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현: 네. 펠릿은 목재나 나무 부산물, 톱밥을 강하게 압착해서 만든 건데요. 한국에선 펠릿을 이용하는 난로가 있습니다. 이게 나무나 기름, 가스보다도 대기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하고요. 연료비도 절감시키는데다 무엇보다 따뜻합니다. 요즘 전 세계가 친환경을 고민해야 하는 때라서, 한국의 청주시에선 이 펠릿 난로를 설치하는 가족이나 시설에겐 800~1000달러를 지원해주기도 한다네요. 엄지 손가락만한 연료이니 운반하기는 또 얼마나 쉽겠습니까? 북한에서도 한국의 펠릿 만드는 기술을 좀 배우고, 나무 부산물 가지고 펠릿으로 가공하면 삼림도 해치지 않으면서 농가의 땔감으로 아주 유용할 겁니다.

MC: 이게 중국에도 있더라고요. 북한에서 어떻게든 꼭 수입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올 겨울을 훈훈하게 보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조금 더 알아보죠. 일단 날이 추워서 먹거리 구하는 게 점점 더 수월치 않을 것 같은데요. 북한의 식량 부족 상태가 계속 되고 있죠?

북한 주민들이

올겨울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조현: 네. 제가 들은 소식도 북부지역, 함경도, 자강도, 양강도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시내로 나와 떠도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시장도 위축되어서 나가봐야 일할 것도, 먹을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북한 농민들은 모두 퇴비 생산에 동원됐거든요. 제가 있을 때도 먹을 게 없어서 한겨울에 사람들이 일하다가 픽픽 쓰러졌는데 지금은 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가 고민해 봤는데 현재로선 가장 빠르게 이 난관을 피할 방법이 '버섯'인 것 같습니다. 한 달 뒤면 2월 말인데 2월부터 3월초까지, 그때가 지금보다 더 힘든 고비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도 봄에 죽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겨울에 먹지 못해서 봄에 영양이 딸려 그런 겁니다. 지금 버섯 종균을 가져다가 키우면 한 달 뒤엔 버섯을 딸 수 있어요. 그때 먹어도 되고 시장에 팔아서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추위엔 채소보다 버섯 재배가 더 빠릅니다.

MC: 버섯 종류가 여러 가지가 아닙니까? 재배 방법이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요.

조현: 그럼요. 다는 안 되죠. 일단 북한에서 제일 종균이 많고 먹을 만 하면서 쉽게 키울 수 있는 건 느타리버섯입니다. 느타리버섯은 심장에도 좋고 항암작용도 하는데다 뼈 건강, 혈관 건강에 좋으니 먹을 것이 없는 북한에선 아주 훌륭한 작물입니다. 지금부터 꾸준히 재배해보면 좋겠는데요. 일단 각 도시에 가면 버섯사업소가 있습니다. 물론 여기 생산량은 많지 않아서 농민들에겐 가지도 못하죠. 그래서 협동농장 측에서 여기 가셔서 종균만 좀 받아 오시면 좋겠고요. 북한 농촌엔 노는 건물이 참 많습니다. 예전에 선전활동하던 사무실, 회의실, 창고, 빈 공간… 이젠 의미도 없고 추워서 사람들이 드나들지도 않습니다. 거기에 버섯을 키우면 됩니다. 협동농장에서 비닐박막 좀 제공해서 얼지 않을 정도로만 보호해주면 끝이거든요. 물론 이거 한다고 하면 동원 때문에 인력을 허용하지 않을 텐데요. 이게 24시간 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협동농장에서 한두 사람만 버섯 관리하게 하고 나머지는 하던 거 해도 됩니다. 정말 쉽습니다.

북한 가정집에서 버섯 잘 키우려면

MC: 생각해보니 한국에선 나무 단면에 버섯 균종을 접종시키기도 하고, 아니면 유리병에다 버섯을 키우기도 하더라고요. 간혹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서 유리병에 버섯 균사를 만들어 오던데 집에서 키워도 좋겠습니다.

조현: 그럼요. 얼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북한엔 유리병이 많지 않아서 한국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버섯 종균을 받으면 버섯 기질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북한엔 다행히 석회석이 많아요. 석회석 물을 따뜻하게 데운 후, 약간의 톱밥과 강냉이 속, 쌀겨가루를 섞어서 반죽한 후 덩어리를 빚으면 이게 버섯 기질이 됩니다. 이후에 비닐 좀 쌓아 놓으면 습기도 안 날라갑니다. 이렇게 버섯 기질 5~6 덩어리만 만들어 놓고 한 달 기다리면, 10일~15일 정도 버섯이 매일 나올 겁니다. 그럼 그 버섯 기질은 수명이 다한 건데요. 그러니까 하루에 5~6개씩 버섯 종균을 만들어 놓으면, 계단식으로 매일 먹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방법은 국제사회에선 아주 쉽게 알려진 방법인데 북한 농업관리들은 다들 제 살 길 찾는데 혈안인 나머지, 농민에게 유용한 방법을 알려주지 않죠. 특별하지도 않은 이 방법을 통해 농민들이 버섯이나마 잘 키울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북한당국이 종균을 보장해주면 좋겠습니다.

MC: 그렇네요.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자유를 보장해준다면 북한 농민들이 훨씬 쉬운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그게 북한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될 거고요. 하지만 버섯 하나가지고는 식량이 많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이 겨울에 이용할 또 다른 작물이 없겠습니까?

조현: 네. 또 한 가지 제안 드리는 바는 협동농장에서 지금 콩을 민가에 공급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국가 입장에서도 더 큰 소득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농민들에게 콩을 10kg씩만 나눠주면 아마 대부분 두부 만들어서 장마당에 팔고 콩나물 키우고, 비지는 옥수수가루 섞어서 비지밥을 해 먹을 겁니다. 이 정도만 해도 영양이 좋아질 거고요. 농민들이 두부랑 콩나물을 많이 만들면 장마당에서 가격도 저렴해질 테니 도시 주민들도 싼 값에 먹을 수 있습니다. 또 3월에 염소가 새끼 낳기 시작하면 염소젖이 나올 텐데요. 제 경험으론 염소젖에다 채소나 강냉이가루 섞어서 염소젖죽을 만들면, 가정에서 만든 음식 중에 최고로 영양 유지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염소젖은 정부, 군대, 탁아소 보낸다고 농장에서 다 가져가는데 그거 중간에서 다 사라지는 거 뻔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농민들에게 나눠줘서 영양을 보충해주면, 내년 농사 잘 되고 작물은 훨씬 많아질 겁니다. 북한 속담 중에 "손톱 곪는 건 알아도 염통 곪는 건 모른다"라는 말이 있죠. 명확하게 말씀드리지만 2023년 농사의 열쇠는 농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영양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그게 살 길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곧 민족의 명절 설날이 다가오는데요. 아무쪼록 올해는 북한 농민들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