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이번주 살을 에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근래 북한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소식이 있나요?
북한 , 인분으로 인한 수질오염
벌써 수많은 사망자도 발생해
조현: 최근 제 소식통이 문덕군에서 가공처리되지 않은 인분이 평남관개 물길로 흘러 들어, 그 물을 마시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평양을 제외한 북한 모든 지방, 특히 농촌엔 하수처리시설이 없고 퇴비과제 때문에 농민들은 배설물을 버리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북한 농촌에서 식수로 이용되는 상당량의 호수와 강, 물길이 인분으로 오염되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MC: 인분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량이라도 커다란 피해를 주는데 걱정입니다. 거름 전투 때문에라도 농민들이 인분을 잘 모았을 텐데 뭐가 문제였지요?
조현: 네. 독성을 제거하고 인분을 잘 말려서 관리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대부분 농민들이 그냥 생똥을 바로 논과 밭에 내다 뿌려서 문제가 된 겁니다. 화장실, 편의시설이 농촌에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하수처리도 제대로 못하는 북한 당국의 책임이 크죠. 북한 정권이 간단한 처리 기술만 잘 배우고 장비만 들여갔으면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인분은 정말 훌륭한 비료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과일이나 채소는 자라면서 땅으로부터 질소, 인, 칼륨 등의 영양소를 흡수하는데요. 사람이 먹을 때 그 양분 중 상당히 적은 양만 몸에 남고 나머지는 소화관을 타고 인분으로 배출됩니다. 그래서 현재 세계적으로도 인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북한과는 좀 다릅니다. 북한은 진짜 비료가 없어서 인분을 쓴 것이고, 세계 각국에서는 인분을 식물에 양분을 공급할 원천으로 보고, 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죠. 현재 세계 곳곳에선 각 농장들에 인분으로 퇴비를 만드는 화장실을 설치하는 일이 일반적인 분위기가 되고 있습니다.
MC: 지금 말씀하신, 세계 농촌의 화장실에선 인분이 어떤 과정을 거쳐 퇴비가 되나요?
조현: 보통 미생물 약품처리를 해서 냄새부터 없애고요. 강력한 전기로 운영되는 건조 장비가 있어서 인분을 쉽게 굳게 만듭니다. 그 이후 미생물을 첨가해 가루로 만들면 좋은 비료가 됩니다. 북한은 아직 이런 시설을 꿈꿀 수도 없는 형편이지만 각 도에는 미생물관리사업소가 있거든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농장 간부들은 여기 가서 미생물 약품을 좀 구해다가 인분에 붓기만 해줘도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될 겁니다. 그래도 미생물은 북한에서 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MC: 그렇군요. 소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인분을 퇴비로 바꾸면 그 처리에 쓰이는 물도 상당히 아끼겠는데요? 요즘 이상기후 때문에 수시로 가뭄이 문제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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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맞습니다. 인분 비료를 뿌리면 토양 구조가 바뀌어 회복력도 올라가고 땅의 침식이 방지된다고 합니다. 또한 흙이 더 푹신하게 되어서 홍수 때는 빗물의 투과성도 올라가지요. 그러니 가뭄이 들면 수분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겁니다. 물 부족 시대에 현명한 대처 아니겠습니까? 또한 화석 연료가 사용되는 합성비료 사용도 줄게 합니다. 사실 한국도 합성비료를 아직 많이 사용하고 있잖아요. 합성비료 생산 공정의 한 과정인 암모니아를 합성할 때는 400~650℃의 열과 매우 높은 압력이 필요한데요. 이 합성비료 생산 과정에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가 발생된다고 합니다. 1.8%라도 엄청난 양입니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도 인분을 처리해서 바다로 흘려 보내는데요. 결국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합성비료에 돈을 쏟는 겁니다. 정말 안타깝죠.
MC: 맞아요. 한국도 수세식 변기에 인분을 버리거든요. 위생적으로는 깨끗하고 관리도 잘 되고 있지만, 인분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용해서 퇴비로 활용하면 환경도 보호하니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을 비롯해 잘 갖춰진 도시의 하수처리장에선 어떻게 인분이 처리되지요?
조현: 네. 현대 도시의 하수처리장은 인분을 바다로 방출하기 전에 병원균은 깨끗이 씻어냈지만 대개, 좋은 영양소는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배설물에 남은 양분이 흙으로 가지 않고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니 엉뚱한 곳에 버려졌죠. 다행히도 요즘은 인분이 식물에 영양공급을 줄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흙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 많은 학자들로부터 다양한 노력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MC: 유용한 방법이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어떤 연구결과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조현: 네. 외국에선 북한처럼 인분을 그냥 논밭에 뿌리지는 않아요. 적어도 인분을 낙엽이나 다른 식물과 섞어서 구덩이에 넣던지, 농장에서 톱밥과 다른 식물을 섞어 냄새를 줄이면서 퇴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이젠 구시대적인 방법이고요. 이젠 좀더 고급화된 기술이 많이 연구, 실행되고 있는데요. 한 예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에픽 클린텍'이라는 기업은 아파트에서도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이 배출한 오수는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관을 통해 곧바로 에픽 클린텍 시설로 보내져 거기서 개발한 기술을 통해 고형물과 물을 분리해 냅니다. 분리된 물은 정화 과정을 거쳐 식물을 키우거나 수세식 화장실, 세탁 등에 쓰입니다. 또 분리된 고형물은 특수 시설에서 열처리와 산화 처리를 거쳐 냄새부터 제거하지요.
MC: 말이 쉽지, 아파트에서 여러 사람의 인분이 가득 모이면 그게 병원균이 엄청날 텐데요.
친환경 기술 이용한 인분 비료는
수질 관리는 물론 기후 변화 대책도 가능
조현: 그렇습니다. 보통 배설물이 하수구에서 몇 시간만 있어도 병원균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그러나 바로 처리하면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것에 비해서 병원균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해요. 에픽 클린텍은 흔히 한국에서 수세식 변기에 물을 내려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인분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네요. 냄새 제거와 미생물 처리를 포함한 건조 과정을 거친 최종 결과물은 당연히 수분과 냄새도 없고 탄소 및 질소가 풍부한 흙 형태의 비료로 만들어집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미국 워싱턴DC의 하수처리장인 'DC워터'는 미국 수도 전체의 하수를 처리합니다. 여긴 하수를 대기압의 6배로 압축한 뒤 100℃ 이상으로 가열해서 모든 병원균을 없애고요. 이 과정을 거친 하수는 생물 소화 탱크에서 몇 주간 다양한 세균들의 소화과정을 거쳐 찐득찐득한 진흙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이 진흙은 3주간 건조 작업을 거쳐 '블룸'이라는 비료가 되어 판매됩니다. 이런 비료를 땅의 비타민, 종합 영양제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MC: 이 방법은 북한도 물론이지만 남한에서도 관심을 가져봐도 좋겠네요. 어쨌거나 지금, 인분으로 인한 수질오염 때문에 북한 농민들이 고생입니다. 농민들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조현: 지금 가능한 것은 구형 위생실(화장실)이나 인분을 모아둔 곳에 톱밥이나 재를 뿌리고, 거기에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미생물관리사업소에서 가져온 미생물을 가득 뿌려놓으면 임시 방편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생태계는 자원이 무한한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고갈된 것을 회복시키고 사용한 것을 다시 쓰는 시도를 꾸준히 시도해야 하는데요. 이런 연구에 대해서 북한 당국이 깊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