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설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조현: 네. 명절이면 저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통일전망대에 꼭 다녀옵니다. 거기엔 탈북민, 실향민들이 많이 모입니다. 거기서 망원경으로 멀리 보면 북한 땅이 보이는데요. 제 가족 친지들은 물론이고 북한 농민들께서 올 한해도 건강하시길 소원했고요. 빨리 좋은 세상이 와서 고향 분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MC: 저도 인사 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오늘은 채소 이야기로 시작해보죠. 북한에선 추운 겨울 먹거리를 위해 김장전투를 하지만 김치만 먹을 수는 없죠. 이 겨울 농장의 온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조현: 네. 북한에는 각 농장 작업반마다 온실이 적어도 한 개씩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연료가 부족해서 온도 보장을 잘 못하고요. 병해충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건 농민들이 채소를 잘 먹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거죠. 수년 째 발전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MC: 평양에도 있고요. 청진이나 함흥지역에도 북한 정권이 자랑하는 대형 온실이 있잖아요. 거기도 그런가요?
평양 , 청진, 함흥의 대형 남새 온실
관리 부실로 병해충 피해 극심
조현: 맞습니다. 노동당이 세상에 대고 제일 자랑하는 평양 강남 온실과, 청진, 함흥지역의 대형 온실도 병해충에 의한 피해가 극심합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지어진 농장이 청진의 증평온실농장인데요. 여긴 2019년 12월에, 전체 200 정보의 땅에 2중 박막 수경 온실이 300동, 토양 온실이 20동 규모로 건설됐습니다. 잘 관리했으면 지금 가장 영향력이 컸을 온실인데, 사실 청진 사람들조차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삽니다. 이곳과 관련해서 작년에 발표한 북한발 자료에도 온도 보장이 제대로 안 되었고 병해충 피해가 크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 자료를 보면 2024년에는 북한 전 농장에 걸쳐 딸기와 토마토만 해도 흰가루병, 재빛곰팡이병, 오이노근병, 오이흰가루병 피해가 극심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MC: 그렇게 크게 지어놓고 지역 주민이 혜택도 못 받는다니 너무 답답하네요. 오이나 토마토, 딸기는 시장에서도 수요가 높은 작물 아닙니까? 농장의 어려운 자금 사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인데요. 그냥 이렇게 겨울을 보내면 안 되겠죠. 이 겨울 온실 관리하는 법을 좀 알려주세요.
조현: 네. 첫째는 당연히 환경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나 온실에는 병해충의 방제를 위해 약제를 살포하지만 약제가 부족한 북한 농촌의 경우는, 그저 시설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예찰을 통해 초기 병해충 발생을 차단하기만 해도 안전한 재배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온실 내에 안개가 발생하지 않도록 꼭 관리해 주셔야 해요. 안개는 온실 안과 밖의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온실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튼바람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온실 내에 안개가 생기면 식물이 생육 저하를 일으키고 생리 장해 현상도 나타나게 됩니다. 튼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창과 천장을 잘 살피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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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렇군요. 온도 관리를 중심으로 말씀해주셨는데요. 사실 온도보다 해충의 피해가 클 것 같아요. 피해가 한번 생기면 온실을 들어 엎어야 할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나요?
조현: 맞아요. 그 말이 맞습니다. 해충 피해가 전염되면 정말 다 들어 엎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 같은 경우엔 초기의 정밀한 예찰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좀 힘들어도 예찰을 잘 해서 병해충 발생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요. 일단 외부 기온이 10 ℃ 이하로 떨어지면 긴장하셔야 해요. 주변 해충이 따뜻한 온실로 들어오려 하기 때문입니다. 환기로 적정 습도 50~60%를 유지해 주고 이때부터 병든 잎과 과실은 즉각 제거해 줘야 합니다. 벌레류, 가루이류, 응애류 등 보통 북한의 온실에서 발생하는 해충은 크기가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정밀하게 예찰해 주시고요. 출입구와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한다면 그래도 해충의 내부 유입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실 외부의 잡초 제거도 필수입니다. 이 잡초가 해충의 주요 서식지가 되거든요. 해충이 온실 내부로 유입될 때까지 중간 숙주나 월동 장소가 되므로 반드시 제거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MC: 한국 같은 경우는 해충을 발견했을 때 성분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살포하기도 하고 혹은 천적을 사용해서 방제해 주기도 하더라고요. 북한도 이런 방법을 쓸 수 있지 않나요?
조현: 네. 비슷한 방법이 있는데요. 약제는 부족하니까 병해충이 계속 발생하면 같은 작물 대신에, 박과인 수박과 가지과인 고추처럼, 서로 관계가 먼 작물을 번갈아 심어서 병해충 발생을 줄이는 게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고추에 붙어 기생하는 해충들이 갑자기 콩이나 다른 작물을 보면 ‘아, 이게 다른 거구나’라고 느끼며 먹으면 안 되는 줄 알거든요. 그런 논리지요. 그런 방법을 쓰셔도 됩니다.
MC: 잘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2024년엔 한국의 과일 농장에서도 ‘화상병’의 피해가 컸습니다. 북한도 비슷했다고요?
화상병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첫 걸음
조현: 네. 그렇습니다. 화상병은 불에 타는 그 화상이 아니고요.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질병인데요. 말씀대로 2024년 북한 과일 농장에서도 화상병의 피해가 컸습니다. 남북한이 같은 한반도에 위치해 있으니까요. 병이 심하면 감염조직이 불에 탄 것처럼 갈색, 검은색 혹은 진한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과일 성장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북한에선 특히 평안남도 숙천, 평원, 평양의 대동, 황해남도 과일 등 비교적 오래된 과일나무가 있는 농장이 더 심했는데요. 주로 오래된 나무에서 발생해서 전염됩니다. 그래서 지금 겨울철에 과일나무의 궤양, 즉 피부나 점막이 헐어서 상처가 난 상태죠. 궤양이 있다면 제거해 주세요. 이게 2025년에 화상병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MC: 네. 그렇군요. 2월 초부터는 사과, 배, 과수원의 겨울철 가지치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화상병 방지를 더욱 주의해야 하겠네요. 좀더 자세한 방법을 알려주시죠.
조현: 네. 겨울철 과수원엔 잎이 달라붙은 채 나뭇가지 전체가 검게 말라 죽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가 보면 꽃눈이 달린 가지 아래쪽에 가지 껍질 전체가 검게 말랐거나, 세균 유출액이 흘러 말라붙은 흔적이 보이는 가지는 모두 잘라내야 합니다. 가지치기를 할 때 궤양 제거뿐만 아니라 농기구, 자재 소독도 철저하게 해야 해요. 소독액에 90초 이상 담가 수시로 소독해주시고요. 소독약으로는 보통 시장에서 70% 이상 함유된 알코올을 구입하시면 되는데, 혹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락스를 20배 희석해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훨씬 저렴합니다.
MC: 네. 좀 까다로운 듯 보이지만, 겨울철 채소와 나무 관리를 잘 한다면 우리 농민들께서 춘궁기를 보다 쉽게 보내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