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춘궁기에 굶지 않으려면

대홍단군 신흥농장 감자밭.
대홍단군 신흥농장 감자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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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이번주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네요. 봄이 빨리 오고 있습니다. 이상기후 현상의 일종이긴 합니다만, 겨우내 추위로 고생하신 분들껜 조금이나마 희소식이 되겠지요?

보기 드문 풍년이라더니

평성시 농민 몫은 더 줄어

조현: 네. 그렇겠죠. 하지만 봄이 온다는 게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닙니다. 북한 농민에겐 바쁜 계절이기도 하고, 또 봄은 가장 식량이 부족한 시기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이제 '춘궁기'라는 말은 까마득한 옛말로 여겨지는데요. 아마도 춘궁기 굶주림에 시달리는 나라는 북한뿐일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에선 2023년 작황을 "보기 드문 풍년이다"라고 표현했지만 저의 예상으론 당장 4~5월만 되어도 굶는 농민들이 많을 것 같거든요. 평안남도 평성시 백송농장은 결산분배로 2024년 12월까지 먹을 식량을 해당 농장 소속 농민들에게 다 주었다고 하는데요. 이 내용을 제게 전한 소식통은 그 양이 결코 작년보다 풍족하지 않다고 전해왔습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입쌀 50kg을 받았고 옥수수는 이삭 째로 200kg을 받았다는데, 작년 2023년에도 옥수수는 300kg정도는 받았다고 하거든요.

MC: 그럼 작년보다 훨씬 적게 받은 거네요.

조현: 그렇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의 선전은 거짓이라는 거죠. 평성에서도 그나마 백송농장은 이만큼 받았지만 다른 농장들은 1월 초에 옥수수 100kg도 못 받은 농장이 대부분이고 잘 받은 농가가 3인 가족 기준 입쌀 30kg과 옥수수 200kg를 받았다고 합니다.

MC: 정말 생존이 염려될 정도인데요. 당장 다가올 춘궁기를 잘 넘기려면 지금부터 무언가 방법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소장님이 방송에서 여러 번 강조하신 것처럼 농민들이 다른 작물을 심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춘궁기에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조현: 네. 그것이 제가 바라는 방법입니다. 사실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춘궁기에 진짜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봄철 텃밭 작물을 재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관심을 돌려야 하겠죠. 다행인 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잘 파종해 놓으면 4~5월 춘궁기를 안정적으로 보내게 할 작물이 꽤 많습니다. 채소류가 가장 쉽지만 그래도 저는 춘궁기를 위해서라면 곡기가 있는 감자나 완두를 추천합니다. 감자는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이른 봄 파종이 가능합니다. 2월에 씨감자를 움에서 꺼내어 싹을 틔워야 하는데요. 15℃ 이상, 반 그늘진 공간에서 20일 정도 기다리면 싹이 나오거든요. 싹이 2~3개 정도 확보되면 심어주면 됩니다.

MC: 그렇게 싹을 틔워서 심는 시기가, 지역마다 좀 다르지요?

조현: 네. 조금 다르죠. 전체적으로 보면 2월 말에서 3월 말까지 파종하는 게 좋습니다. 평안도, 황해도 등 서남부 지역은 2월 말, 중부지역은 3월 초, 함경남도나 강원도(북) 해안지역은 3월 하순이나 4월 초에 파종하면 됩니다. 두세 달 뒤에 캘 수 있고요. 단,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소독입니다. 북한에선 감자에서 검은무늬썩음병이 많이 발생하므로, 심기 전에 종자를 꼭 소독하시면 좋겠습니다.

MC: 감자는 포만감을 느끼기에 아주 좋은 식량이죠. 그만큼 영양도 있으니, 농민들께서 꼭 성공하시면 좋겠습니다. 아까, 또 완두콩 말씀하셨나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감자와 완두를 삶아서 범벅을 해서 먹었는데,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먹으면 영양도 좋고요. 2월 말이면 완두콩 심기에 아주 좋습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파는 완두는 소독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심으면 싹이 빨리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에 이틀 정도 담갔다가 싹이 나오면 심어주세요. 사실 완두는 비교적 많은 비료가 필요합니다만, 병충해가 별로 없는 작물이기에 재배가 용이합니다. 그래서 심을 때 깻묵이나 완숙 퇴비를 넣어주시면 더 잘 자랍니다. 완두 외에는 한국에선 강낭콩이라 불리는 '당콩'을 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콩도 2월 하순에서 3월 중순에 파종합니다. 북한에 있는 품종으론 '왜성종'을 추천합니다. 왜성종은 덩굴이 뻗지 않고 재배 기간도 50일 정도로 짧아서 이때 심으면 장마 오기 전에 수확할 수 있거든요. 이와 반대로 '만성종'은 4월에 심는데, 대신 여러 번에 걸쳐서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습니다. 덩굴성이 강해서 키우기엔 손이 좀 가지만 고온에도 강하고 수확량은 더 많습니다. 재배 환경이 가능하다면 이 방송을 듣고 잘 기억해 두셨다가 그때 심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MC: 강낭콩을 북한에선 '당콩'이라고 하는군요. 원래 강낭콩이 종류가 많잖아요? 흰색, 빨간색, 검은색, 호랑이콩… 북한에서도 이런 종들이 다양하게 재배되고 있나요?

조현: 네. 종류가 아주 많죠? 대부분 다 재배됩니다. 물론 종자가 좋지 않아서 한국처럼 곳곳에서 다양하게 볼 수는 없고요. 보통의 농민들은 흰 강낭콩을 많이 재배하는 편입니다. 모두 집에서도 심을 수 있는데요. 먼저 싹을 틔운 다음에 땅에 옮겨 심어야 합니다. 물빠짐이 좋은 흙 속에 씨앗을 심으면 싹이 트지만, 빨리 싹을 틔우려면 물에 적신 수건에 콩을 2~3일 정도 올려두기만 해도 싹이 나오니, 그때 옮겨 심어도 됩니다. 북한 농민들 중엔 겨울에 분뇨를 모아서 삭혀 두신 분들이 꽤 될 텐데요. 닭, 소, 개의 분뇨를 섞어주면 더 좋습니다. 제가 실험해보니, 제일 첫 단계, 싹 틔우기 전에 5시간~1일 정도 콩을 물에 불리면 훨씬 좋더라고요. 싹 틔우기 전에 수분을 가해서 종자가 발아에 필요한 생리적 준비를 갖추게 하는 절차인데요. 이러면 발아가 훨씬 잘 됩니다.

MC: 네. 한국에선 '꿀팁'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아주 유용한 조언입니다. 농민 여러분께서 환경에 따라 가능하신대로 작물을 선택해 보시면 좋겠네요. 최근 한국에서도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고추를 선택하시는 농민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도 고추 인기가 대단하다면서요?

나만의 작물을 심어야 할 때

감자, 콩, 고추 등 효자 작물 찾을 것

조현: 네. 당연하죠. 고추는 돈 되는 작물로 단연 손꼽힙니다. 우리 민족은 맵게 먹는 걸 좋아하잖아요? 맑은 국물도 꼭 칼칼한 걸 좋아하는데다, 고추장이나 그 외에 다양한, 빨간색 양념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요리 중에 고추 안 들어간 게 어디 있을까요? 북한도 고추 수요는 엄청난 데 공급이 못 따라갑니다. 중국산도 지금은 부족해서 아쉽지만 그 맛은 우리 고추와는 또 다르잖아요? 항상 종자에 목이 마른 상태지요. 어쨌든 고추도 2월 중순쯤 파종하는데요. 주의할 것은 파종 전에 꼭 5~6시간 정도 씨앗을 물에 불려 주시고 온도 30℃, 습도 90% 이상 되는 판에 3일 정도 놓아두셨다가 뿌리가 나오는 대로 파종하시면 되겠습니다. 한국에선 모종을 키우는 알판에 건강한 영양 모를 만들어서 옮겨 심지만 북한은 상황이 그만큼 되질 않으니, 텃밭 한쪽에 비닐 박막을 치고 파종하시길 바랍니다. 자, 이젠 북한 농민들은 나만의 작물을 꼭 선택해서 따로 심어야 합니다. 제가 이걸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 농민들도 대부분 이런 겸작을 다 하고 싶어합니다. 다만 종자가 없어서 못 심는 분위기예요.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가능한 대로 구해서 심는다면 그 결과는 확실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더 많이 종자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종자들을 북한 농민에게 무상으로 전달하려는 수많은 국가와 민간 단체들은 지금도 북한이 개방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몫이고요. 결국은 단 한 사람, 지도자가 농민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꼭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