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이 라오스처럼 소 마릿수를 늘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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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라오스에 다녀오셨다고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그렇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 굿파머스연구소에선 1년에 2~3차례 동남아시아 국가 라오스의 농촌에 찾아가서 현지 농가에 어떤 작물을 재배하면 좋을 지, 어떤 농법을 적용하면 좋을 지, 혹은 어떤 가축을 키우는 게 좋을 지를 알려주고 그 시작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MC: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시네요. 지난 시간에 해외 투자와 기술을 받아들여 농업 발전 속도가 빠른 라오스를 북한이 배워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번엔 어떤 것들이 인상적이었나요?

조현: 네. 우선 갈 때마다 라오스 정부의 농업정책이 더욱 개방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니까, 농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걸 느끼는데요. 이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가축 사육으로 돈 버는 농가들을 전보다 많이 보게 된 겁니다. 보통은 라오스 농가에서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를 많이 키우긴 해요. 저렴한 사육 비용 때문이지요. 그러나 주목해볼 것은 지금 라오스 내에서 소 사육 마리 수가 압도적으로, 월등하게 높아졌다는 겁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라오스 전국을 통틀어 170만 마리 정도였는데 9년이 지난 지금 약 230만 마리로 늘어났습니다. 한국은 지금 412만 마리 정도 키우고요. 북한의 경우 56만 마리인데 한국의 13.8%, 라오스의 24%밖에 안됩니다. 라오스 인구가 600만 명 정도이고 북한이 2000만 이상인데 인구대비 소 사육두수가 너무 적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이건 농민들 잘못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MC: 네. 라오스의 소 사육 두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가 뭘까요?

라오스, 중국과 해마다 소 50만 마리 수출 계약

조현: 네. 제가 이번에 'Lao Fresh Meats'라는 라오스의 현대화된 대형 정육점 관계자를 만났는데요. 그 분은 Lao Fresh Meats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고기를 배급 받아서, 가게에서 직접 주민들에게 육제품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분 말에 따르면 원래 라오스 국민들은 소고기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선호했는데요. 라오스도 개방이 되면서 외국의 맛있는 소고기 요리들이 유입됐고, 주민들의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최근 라오스 정부가 중국과 2030년까지 해마다 소 50만 마리 수출을 계약함으로써, 농가에서 소를 키울 이유가 생겼다는 겁니다. 올해도 벌써 5만 마리 이상 중국으로 수출되었고요. 현지 전문가들은 수출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소 수출은 라오스 농림부가 2015년 발표한 농업발전전략계획에 포함됐고 라오스 정부가 농가 소득 증진을 위해 중국과의 외교를 이뤄서 그대로 진행된 결과입니다.

MC: 말로만 하는 계획이 아니어서 더욱 좋습니다. 수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라오스 농업 당국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조현: 라오스 전역의 농업 및 임업 부서에선 소의 사육을 촉진하기 위해서 더 많은 농가들의 확보 및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라오스 축산부는 전국에 걸쳐서 마을 수의사 연합을 구축해서, 소 생산자들에게 가축 예방접종과 현대적 기술이 적용된 사육 규칙을 준수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구제역과 럼프스킨병의 예방을 위해 특별히 방역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서 라오스 정부는 사료 및 비료 분야 산업의 민간투자자를 유치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이쪽 발전도 전망이 밝게 느껴지고요. 각종 의약품 분야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MC: 소를 수출하는 것이 단순히 농축산업계의 이득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이익으로도 파생되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중국으로의 소 수출이 과연 농민에게는 얼마나 이득이 될 지가 궁금하거든요.

라오스에서 소는 은행 저축과 같다?

판매 수익은 그대로 농가에 이어져

조현: 네. 그게 중요하겠죠. 다행히, 소를 팔면 약간의 세금을 떼고는 모두 농민 개인의 수익으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물론 라오스도 소 사육을 위한 대형 농장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까지는 영세 농가에서 방목 사육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라오스의 소 마릿수는 2015년엔 170만 마리, 2019년엔 210만 마리를 기록했는데 거의 98% 농촌의 소농에 의해 증가한 생산량입니다. 그래서 라오스 농민에게 소는 은행 저축과 같습니다. 농가에 소가 몇 마리 있느냐에 따라 그 농가의 재정 형편이 좌우되거든요. 공식적으로 발표된 라오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고기 1kg 가격은 약 4.5 달러입니다. 소 1마리를 팔면 약 1천 달러가 나와서 농민의 1년 수입과 같지요. 그러니 소를 은행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세계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라오스 소는 아직 품질이 좋지 못합니다. 한국소는 300~400kg이 기본이고 심지어 700~1000kg도 나오는 마당에, 라오스 재래종은 평균 체중이 150~200kg정도로 작은 편이고요. 소 사육은 이제 막 기술 개발이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라오스 농업 당국은 지금 토종 소를 유지하면서 그 체중을 350kg까지 늘리기 위한 새 품종 개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이 연구를 도와주고 있고요. 그래도, 소 사육을 장악하고 국가적으로 통제하는 북한에 비하면 라오스는 훨씬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겠습니다.

MC: 라오스도 국제 사회에선 오랫동안 저개발된 국가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개방을 택하면서 아무래도 북한보다 경제 발전에 있어 한 발짝 앞서 나간 듯 보입니다. 해외 투자와 기술을 거부하는 북한에서 소 마릿수를 늘리거나 지키기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조현: 세계 모두가 농업의 기계화를 이룬 이 마당에 북한은 여전히 소를 농산작업에 동원해서 부리는 데만 사용합니다. 농민이 소를 키워서 자체적으로 판매할 자유도 없는데요. 현재 북한에선 소고기 1kg가격이 북한 돈 3만원으로 약 4 달러 정도입니다. 소 한 마리 키워 팔면 800 달러 되거든요. 이 돈이면 쌀 1톤에다 500kg을 더 살 수 있고 그 양이면 4인 가족이 3년 이상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농가에서 자율적으로 소를 키우게 할 수 있는 정부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농장에선 송아지 관리를 잘 해서 소 마릿수를 늘려야 하니까요. 농민 여러분께서 지금 소 관리를 잘 해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때마침 환절기니까요. 소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해줘야 하는데요. 환절기 아침저녁으로 외부의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야간에는 덮개를 씌워서 보온을, 낮에는 환기를 해주시고요. 날씨가 따스해지는 날엔 일광욕과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방목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변질되어 썩은 사료나 비에 젖은 사료를 먹지 않게 하고 깔짚은 자주 교체해서 축사 바닥은 항상 건조한 상태로 유지시켜 주십시오. 소를 비 맞지만 않게 해도 축사의 온도 및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축사 내부 소독으로 호흡기 질병 및 설사병도 줄여야 합니다. 축사 내부의 정기적인 소독과 농장 입구에 소독조를 설치해서 소독약을 정기적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경제 개방과 함께 소 수출 계약을 통해 한 발짝 발전에 앞서간 라오스를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