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이번주 한국에선 사과에 대한 뉴스가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과 가격이 작년에 비해 70% 이상 인상됐기 때문인데요. 왜 이렇게 많이 올랐을까요?
조현: 작년에 사과 농사가 잘 안 되기도 했고요. 그 외에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다른 과일들이 늦게 도착했거나 등등 사과 값이 오른 여러 원인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전 별로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비교해서 그런 걸까요? 사과 값 올랐다고 어디 시장에서 사과가 안 보입니까? 또 한국에서 최저임금 받는 사람이라도 그 월급으로, 진짜 사과 먹고 싶은데 못 먹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북한 주민의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애초에 먹고 싶다 해도 구할 수도 없는 그런 시기도 있으니까요.
MC: 그렇군요. 말씀처럼 북한도 곡물 값이 많이 올랐고 과일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각종 언론과 탈북민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3월이 시작됐는데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뭘까요?
북, 심각한 쌀값 상승
절량세대 늘고 있는데 쌀 또 바치라고?
조현: 네. 쌀값 오른 게 가장 큰 문젭니다. 현재 평안남도에선 1kg당 북한 돈 5000원(약 $0.6), 혜산·북부지역은 6000원입니다.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고요. 재작년보다는 30~40% 올랐어요. 이 얘기는 작년 농사 잘 됐다는 북한 당국의 말이 다 거짓이라는 걸 증명하죠. 5~6월에 감자 수확할 때까지, 이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말하는데요. 사실 보릿고개는 조선시대 때 생긴 말이고 한국에서는 1960년대까지 존재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농업생산의 증가로 한국에선 잊혀진 말인데 북한은 여전히 보릿고개가 존재하고 기간도 늘어나서 이젠 2월부터 굶는 농가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농가들은 이젠 '절량세대'라는 말로 일반화 됐는데요. 먹을 것이 없는 집을 뜻합니다. 절량세대는 매년 이전 해의 20~30%씩 증가하고 있고요. 또 지금 '지방발전 20*10정책' 하잖아요. 아직 대대적이지는 않지만 벌써 물자, 돈, 식량 지원하라고 난리라고 합니다. 이런 착취, 점점 심해지겠죠.
MC: 안타깝네요. 매년 겪고 있는 보릿고개인데 북한 농업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습니까?
조현: 전혀 없습니다. 제가 농축산 전문가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스스로 심어서 먹는 것 외엔 방도가 없습니다. 사실 보릿고개에 대해 북한에서 대책을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이유는… 90년대 이전 배급 받던 시기엔 1년에 쌀 300kg씩 주었거든요. 그럼 그걸 이듬해 추수할 때까지 먹었는데, 그 사이 보릿고개를 지나면서 많이들 식량이 떨어지지만, 그런 걸 마치 '집에서 살림을 못해서'라며 비난하는 분위기였어요. 이렇게 책임을 전가할 뿐이었던 거죠. 참 안타깝습니다. 이후에 고난의 행군 지나고 시장화가 되면서 오히려 노동당의 농업정책은 퇴보했습니다. 농민의 식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가을할 때마다 국가수매용으로 상당량을 가져가니 농민에겐 남는 게 없습니다.
MC: 그래서 지금 빚진 농민들이 많은 거군요. '장리 쌀' 이런 것도 이자가 상당하던데요?
조현: 네. 장리 쌀이 돈주 같은 돈 있는 사람들한테 봄에 꾸고 가을에 추수하면 물어주는 쌀인데 2배나 물어줘야 해요. 진짜 인간적이고 착한 사람도 1.5배는 받더라고요. 이렇게 농민들이 빚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아무리 겨울에 적게 먹고 절약한다고 해도 농민들이 봄에 가면 저렇게 굶게 되는 겁니다. 이런 세대가 한둘이 아니라 이미 농촌 각 마을에 30%나 된다고 하고,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MC: 소장님이 아까 농민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하셨어요. 결국은 북한 당국의 몫인데요. 실질적으로 식량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 당국이 농민들을 위해 최소 한 가지라도 양보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과연 뭐가 있을까요?
최소한 춘궁기에라도 농민 경작권을 허용해야
조현: 네. 사실 완벽한 해결책은 아예 체제까지 싹 드러내고 제도도 바꾸고 다시 시작해야 하겠지만 그건 아직은 어려울 것 같고요. 최소한 지금 같은 춘궁기, 그러니까 3월~6월 정도죠. 이때만이라도 농민들에게 자기가 심은 걸 가져갈 수 있는 경작권을 허용하면 좋겠습니다. 농장의 비어있는 경지에 채소를 심든지, 아니면 밀보리도 심을 수 있는데요. 이건 정말 생존에 필요한 경작이거든요. 현재 북한 농촌은 거의 굶고 있어요. 평안북도에 있는 제 소식통만 해도 주변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농장 일을 하지 못한다고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농장에선 절량세대들이 일을 나와야 강냉이 1kg씩 주는 방법을 쓴답니다. 이마저도 형편이 괜찮은 지역만 할 수 있는 거고요. 많은 농민들이 내가 굶어 죽을 판인데 농장 나가서 뭐할까 싶어서 장사하거나 도적질도 많이 합니다. 아니면 차라리 농업 당국이 곡물을 수입해서 봄에 굶는 농민들에게 50kg, 100kg 먼저 빌려주고 가을에 추수할 때 무이자로 돌려 받거나, 그때 그만큼 분배 양을 제외하는 것도 임시적인 방법은 되겠습니다. 이런 임시방편이라도 쓰면 좀 낫겠죠.
MC: 네. 그렇군요. 결론은 결국 내 먹거리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아마도 지금 북한 농민들이 더 바쁠 것 같습니다. 3월 둘째 주에는 어떤 것에 신경을 더 써야 할까요?
한여름 식량난을 견디는 방법은 보리?
조현: 네. 가뜩이나 돈 없는 농촌 주민들 1일 1끼도 힘든 상황인데요. 진짜 죽지 않으려면 봄철에 보리 관리를 잘 하면서 파종을 좀 더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6월에 감자 수확하면 그것과 함께 9월까지 밀보리로 버텨야 하거든요. 가을 보리는 생육기일이 220~230일 정도지만 봄에 심는 보리는 100~110일로 짧습니다. 맥류는 싹이 튼 상태에서 기온이 낮은 겨울을 지나야 이삭이 생기는 특성이 있지만 봄에 파종해도 이삭이 생기는 '춘파형'이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잘 찾으면 구할 수 있으니까 이걸 심으시면 되겠습니다. 모든 작물은 시기를 벗어나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니까 제때 파종해야 하는데요. 춘파형 보리는 북한의 기후 조건에서는 3월 1일부터 15일, 바로 지금이 적기입니다. 또 가을 파종보다 5% 정도 수확량이 많게 나오기도 하고요.
MC: 북한에서도 구할 수 있는 품종이어서 다행입니다. 품종이 조금 달라서, 가을 보리와는 심는 방법도 다르겠지요?
조현: 네. 다르지요. 씨를 뿌리는 양은 10 정보당 20~25kg정도로, 가을 파종 때 보다는 씨앗을 25% 정도로 많이 뿌려주시고요. 가을엔 심기 전에 주는 밑거름과 심고 나서 주는 웃거름으로 나누어 주셨을 텐데, 봄에는 그냥 모두 밑거름으로 주시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파종 후, 3일 이내에 반드시 제초제를 뿌려주시고요. 다만 꼭 주의하셔야 할 점은 농장이나 작업반 경지보다 텃밭이나 비경지에 파종해야 수확 후에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농장 경지에 심으려면 작업반과 농장에 미리 얘기를 잘 해서, 국가에 보고하는 계획 파종 분량에서 제외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후에 장마당에 나가서 팔 것을 생각해서, 수확량이 얼마나 될까를 미리 농장 관료들에게 의뢰해 예상수확량을 판정 받는 농민들도 꽤 되더라고요. 예상수확량을 판정 받으면 자칫하다간 생산량이 농업기관에 등록되어 빼도 박도 못하는 농민들을 북한에서 종종 보았습니다. 내 작물을 지키는 방식에 대해서도 꼭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