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동물 의약품도 부족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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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소장님도 북한에선 수의사로 오래 일하셨잖아요? 지금 북한의 수의학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동물 눈빛을 보고 병을 진단한다?

조현: 네. 한국의 60~70년대 수준으로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검사 기구나 시약이 없다 보니 동물 눈빛이나 체온, 분변 상태를 보고 진단하거든요. 남한에선 동물의 혈액검사, 조직검사가 다 가능하고 병 걸리면 시료를 채취해서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 장비가 없는 조건에서 북한의 수의학 수준을 높이는 건 아직 너무 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MC: 그렇군요. 최근 3, 4년 전부터 북한에도 동물의약품공장들이 생긴 것으로 아는데요. 북한 당국도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일까요?

조현: 당국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지한 것 같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북한에 시장이 형성되고 가축 사육으로 소득을 높이려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약품 수요가 늘어난 것 같아요. 원래 북한엔 동물의약품공장은 없었거든요. 2020년에 평안남도에 처음 건설됐고, 그 이후 각 도에 하나씩 건설됐다고 합니다. 원래 동물의약품공장이 없었으니 각 지역의 가축방역소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MC: 공장이 있어도 동물의약품 생산이 잘 안 된다는 말씀인지요?

조현: 그렇습니다. 그게 북한의 고질적 병폐죠. 최근 사정을 들어보니 예방에 필요한 다양한 백신과 치료약품은 고사하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항생제와 소염제, 소독약조차 원료가 없어서 생산 못 한다고 합니다. 또한 전력과 설비 부족으로 생산 중지된 공장이 다수라 대부분 고려약(한방) 위주로 만들어낸다고 하네요. 버드나무, 포프리나무, 도꼬마리, 할미꽃 등의 잎과 뿌리를 달여서 동물에게 먹이고 있고요. 소독제로는 포르말린, 과망간산칼륨, 요오드 등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없어서 불길 소독이나 석회로 대신합니다. 동물 약으로 아편도 많이 씁니다. 아편 진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요. 주로 진통제로 쓰고 장염이나 기타 질병에 많이 사용합니다. 그럼 사람 약품과 달리 공장을 만들 필요도 없었죠. 엄청난 노력이 들었을 텐데 또 무용지물이 되었네요.

MC: 애써 지은 동물의약품공장인데 빨리 제 기능을 다하길 바랍니다. 한국은 지금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개나 고양이 등의 가축을 가족처럼 대하게 되면서 동물을 살리기 위한 치료의 목적으로 동물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요. 그러다 보니 최근엔 사람들 약 판매하는 약국에서도 동물의약품까지 같이 취급하는 곳이 늘었거든요.

조현: 네. 그랬죠. 약국에서 동물 약을 팔긴 하지만 엄연히 사람 약과는 다른 제품입니다. 한국은 생산된 동물의약품이 한국 내 수요를 다 공급하고도 남아서 올해도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엘랑코, 이글벳, LG화학, 이런 회사들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한국의 동물의약품 생산 기업이고요. 게다가 여긴 동물용 의료기기도 잘 만들어요. 북한에선 상상하기 어려우실 텐데요. 여긴 동물 혈압 재는 기구, 혈관주사를 넣는 기구, 또 치료받을 때 각 동물을 고정시키는 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나 말같은 대형 가축도 어렵지 않게 주사, 치료가 가능합니다. 또 말과 소는 체격이 크기 때문에 수술대도 사람과 다른 걸 쓰죠. 그런 한국의 동물의료기기는 국제시장에서 그 수요가 대단합니다. 2021년 한국 내 동물의약품 시장규모는 약 10억 2천만 달러(1조 3481억원)나 됐는데 이후에도 연평균 4~5%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한국을 충분히 배워야 합니다. 질 높은 원료 개발, 기술 공유 등이 북한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MC: 그렇지요. 하지만 이런 얘기 나오면, 북한엔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동물의약품이 왜 중요할까, 이런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동물 건강은 곧 사람 건강

북한도 One-Health 개념 받아들일 때

조현: 맞습니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박쥐로부터 전염됐다는 말도 있잖아요? 질병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오는 걸 인수공통성 질병이라고 하고요. 사람에서 가축으로 옮겨가는 걸 역인수공통성 질병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에서 가축은 더더욱 사람이 먹기 위해 키우는 겁니다. 게다가 병에 걸려 죽은 가축도 북한에선 다 먹습니다. 북한에선 먹을 것이 너무 없는데다 가축의 병이 사람에게 옮겨온다는 생각까지 못하는데요. 결국 그 병이 그대로 사람에게 옮겨오거든요. 이는 평균수명과 인간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에게 장애가 생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요즘 국제수의학자들은 원헬스(One-Health)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어요. '하나로 이어진 건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인간, 동물, 환경 사이에 상호의존성에 바탕을 둔 개념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감염병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학, 수의학, 환경과학이 하나로 협동해야 한다는 뜻이죠. 세계는 이 원헬스 개념을 기반으로 동물 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동물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이건 동물 치료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오는 전염병 예방과 안전한 먹거리 공급 등 국민 건강 보호와 아주 밀접한 사업이라는 겁니다.

MC: 결국 동물과 환경이 건강하고 깨끗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는 의미군요. 그럼 북한이 동물의약품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수준 이하 북한 동물의약품

KVGMP 기준이라도 잘 따라야

조현: 네. 일단 건설해 놓았으니까 각 도에 있는 동물의약품공장을 최대한 이용해야죠. 첫째는 북한 당국은 각 공장에 자율성을 주어서 그들이 자체적으로 해외나 북한 내 돈주의 투자를 받게만 해주면 됩니다. 그럼 연구도 하고 시설도 확보되니,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약품 생산을 이룰 수 있어요. 북한에선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겠지만, 북한 당국도 간간이 여러 민간 사업들을 묵인할 때도 많았습니다. 결국 민간이 자율성을 가지고 앞에서 끌고, 노동당이 제도 개혁으로 밀어주는 방식으로 가는 방법 밖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북한 동물의약품은 수준 이하거든요. 두 번째 해야 할 것은, KV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For Veterinary Pharmaceutical Products in Korea) 즉 한국에서 만든 '동물용의약품 우수품질관리 기준'을 잘 지켜서 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가입되어 있어요. 아마 가입할 때 그 쪽으로부터 각종 백신과 약품 등을 많이 지원받았을 겁니다. 그러면 꾸준히 그쪽과 교류하면서 북한 내 질병도 보고하고, 각종 사업도 같이 하고, 약 만드는 기준도 잘 지켜야 하는데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고 하나도 안 따르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KVGMP는 국제사회 동물의약품 생산 기준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기준입니다. 이것만 잘 따라도 동물들을 잘 지키고 또 약품의 수출도 가능하게 됩니다.

MC: 늘 그렇지만 북한 당국의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북한엔 엄청난 변화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농민들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동물들을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조현: 네. 제 경험상 갇힌 북한에 있으면 다양한 사회의 움직임을 많이 모르게 되더라고요. 아마 북한 분들이 바깥세상의 분위기만 보아도, 내부를 더 빨리 바꿀 수 있을 텐데 늘 그게 아쉬웠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런 바깥의 동향을 잘 알고 계셨으면 좋겠고요. 지금은 시기적으로 봄철이라 소, 돼지, 닭 등 모든 가축이 각종 전염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가능한 대로 가축방역소에서 백신을 구해서 접종시키시고요. 약품이 부족하니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입니다. 사육 환경을 항상 청결하게 관리해주시고 외부 인원을 접근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에선 대부분 음식 찌꺼기를 사료로 주는데, 가능하면 100℃ 에서 끓인 것들을 가축에게 공급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하겠습니다.

MC: 네 동물의 건강은 사람의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점, 꼭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