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지금 북한엔 감자농사혁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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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서 주요 식량에 해당하는 것을 꼽자면 쌀과 옥수수, 그리고 감자가 있죠. 그만큼 중요한 감자가 지금 파종 시기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노동당에서 영농일정을 앞당기라고 강조했다고요?

감자 빨리 심는 게 능사가 아냐

조현: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해선 안 됩니다. 원래 감자 파종시기는 황해도나 평안남도 같은 중부지역에선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고요.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같은 북부지역에서는 4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입니다. 꼭 이런 기준이 아니더라도 늦서리의 피해가 적은 지역에선 일찍 심는 게 좋긴 합니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일찍 심는 건 소용이 없습니다. 올해처럼 가뭄이 심한 시기엔 더욱 실패 확률만 높일 뿐이죠. 노동당이 조기재배 하라는 건 빨리 수확을 마치고 어서 이모작을 시작하라는 뜻인데 이건 잘못된 지시고요. 게다가 저장고나 비닐박막이 부족한 북한 상황에선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MC: 아사자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에 해당하는 감자 농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요. 북한이 90년대 후반 식량난에 허덕일 때 옥수수 대신 감자를 더 늘리자는 감자농사혁명이라는 게 있었더라고요. 성과가 좀 있었습니까?

조현: 전혀 없었습니다. 그때 감자농사혁명은 주민들의 식생활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부터 김정일의 감자농사혁명에 동의할 수 없었는데요. 이유는 그때 구호가 "생산량을 높여서 감자를 주식으로 바꾸자", "감자는 흰쌀과 같다" 이거였거든요. 아마도 감자가 강냉이에 비해서 수량이 많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감자가 어떻게 우리 민족의 주식이 될 수 있나요? 영양학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요. 게다가 그때 북한의 감자 품종은 지금처럼 생육기가 짧은 봄 감자가 아니었고요. 봄에서 가을까지 쭉 재배해야 하는 양강도 추운지역의 품종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유럽사람들도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데 뭐가 문제냐'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겠는데요. 유럽인들이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이유는 그들이 육식을 통해서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하게 섭취하기 때문에 감자로 쌀이나 밀을 대체할 수 있는 겁니다. 같은 탄수화물이라고 해도 쌀과 감자 안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종류가 다르거든요. 그런 이유로 과거 감자농사혁명엔 제가 동의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할 수만 있다면 감자를 다시 잘 심어서 생산량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엔 감자농사혁명이 필요하다?

MC: 그렇다면 과거 실패한 감자농사혁명을 지금 다시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조현: 꼭 다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 지금 고난의 행군과 맞먹는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북한엔 그새 시장이란 게 생겼거든요. 사람들이 상업활동을 하면서 시장에서 고기를 살 수 있는 그런 조건은 마련이 됐으니… 감자를 많이 생산해서 다른 식재료와 함께 먹으면 지금 같은 시기에 배고픔도 달랠 수 있고 영양도 원만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겠다는 뜻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MC: 말씀을 들어보니 감자의 품종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요. 2000년대 초반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에서도 양질의 감자 품종이 북한에 많이 전달되지 않았습니까?

조현: 기억납니다. 엄청나게 큰 도움을 받았죠. 북한은 감자가 너무 없어서 씨감자를 통으로 심고 또 깎은 감자는 절단면을 손질해서도 심었는데요. 실험실에서 개발한 감자재배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엄청나게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이때 지원은 무엇보다 병충해에 대한 피해를 극복할 수 있던 기술면에서 가장 큰 성과를 얻었다고 하겠습니다.

MC: 그때의 품종들이 여전히 잘 남아있나요?

북한당국 우량 감자 품종 보존 안 해

조현: 다행히 그 후로도 한국이나 해외 전문가들이 북한에 드나들면서 발전된 기술도 알려주고 품종개량도 시켜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는데요. 북한이 2017년 이후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했고요. 자기네 체제를 위협하는 국가도 없는데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대북제재가 이행됐잖아요? 이 사업들이 그대로 도루메기가 됐어요. 북한 당국에선 이미 남아있는 품종을 잘 보존할 만큼의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느끼실 겁니다. 이렇게 한국이나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북한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이 됩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북한 노동당은 항상 농민과 주민들에게 자기 땅이라도 주듯 선심 쓰는 것처럼 말하는데요. 그 땅은 노동당 것이 아니라 농민의 것입니다. 농민이 농사지은 것 가지고 지금까지 노동당이 잘 먹고 잘 살았거든요.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서 노동당이 식량난의 책임을 농민에게 미루지 말고 국경을 열어서 당장 필요한 농자재를 수입하든지 한국에 도움을 청해서 보장해 줘야 합니다.

MC: 소장님 말씀대로라면 북한에 좋은 품종의 감자는 별로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수확량이라도 높여야 할 텐데, 감자 파종기인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감자 파종 반드시 지켜야할 주의사항

조현: 네. 지금 중부지방에선 바로 심으셔야 할 때인데요. 생육초기는 대체로 건조한 시기이므로 수시로 물주기를 하는 것이 다수확의 지름길입니다. 한국은 레인호스와 스프링쿨러라는 기계로 꾸준히 살수와 방울물대기를 해주거든요. 하지만 북한은 이런 시설이 없으니 감자골에 물을 채워줘야 할거고요. 그것도 어려우면 양동이라도 날라다 골에 물을 흘려줘야 합니다. 여기까진 잘 아실 것 같은데요. 더 중요한 것은 골에 물을 줄 때 물이 오래 고여 있지 않도록 물막이를 터서 물이 빠지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시기적으론 감자알이 커지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썩을 수도 있어서요. 마지막으론 올해처럼 건조할 땐 뿌리가 마르고 타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깊게 심어야 하겠습니다.

MC: 중부지방은 그렇고 북부지방은 아직 시작 전이겠죠?

조현: 네. 북부지방은 아직 시작은 안 하셨을 것 같습니다. 아마 작년에 구매한 씨감자가 겨울동안 어디 저장되어 있을 텐데요. 그걸 심기 20~30일 전에 꺼내놓고 휴면을 완전히 깨워 놓아야 감자 싹이 빨리 나옵니다. 저장고에서 꺼낸 씨감자는 따뜻한 비닐박막 안에 옮겨 넣으면 얼마 뒤에 싹이 3~5mm나오는데요. 이때 상자에 넣어서 그늘이나 약한 빛이 드는 곳에 쌓아놓거나, 바닥에 거적을 깔고 감자 2~3개 겹치는 두께로 펼쳐놓으면 싹이 튼튼하게 자랄 겁니다. 이런 걸 심으면 싹이 나오지 않은 감자를 심을 때보다 조기 재배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MC: 한 가지 더 여쭙고 싶은데요. 한국이나 해외에서는 보통 감자를 심을 때 좀 상하거나 부패한 것은 심기 전 단계에서 폐기를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상한 부분을 절단해서도 심는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감자를 잘 심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현: 맞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하긴 하지만 멀쩡한 감자도 많으니 요샌 굳이 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선 절단된 감자도 많이 심습니다. 식량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그럴 땐 감자를 심기 일주일 전에 절단해 놓아야 절단면이 잘 치유됩니다. 절단면이 완전히 치유되어야 싹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이 감소되지 않거든요. 대부분 농민들이 심기 전날 절단하시더라고요. 절단된 씨감자를 담아 비닐박막 안에 옮겨 넣고 4~5일 정도, 거적에 물을 약간 적셔 상자를 덮어 놓으면 상처가 완전히 치유됩니다. 그 후 2~3일 동안 거적을 걷어 약한 빛을 쐬게 해주면 씨감자에 싹이 튼튼하게 자랍니다. 그럼 심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심으면 되고요. 자르고 남은 감자는 반찬으로 이용할 수도 있으니 조금만 신경을 더 쓰시면 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