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저도 가끔 강냉이를 즐겨먹는 편인데요. 남한과 북한에서 말하는 강냉이가 다르죠. 남한에서 말하는 강냉이는 옥수수 자체보다, 옥수수 알을 뻥튀기해서 과자처럼 만든 걸 말하는데요. 지금은 추억의 간식이라 많이들 먹진 않는데 보통 값이 싸고 양이 많아서 한번 입에 들어가면 좀처럼 끊을 수 없는, 그런 특징이 있어요.
조현: 맞아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한 강냉이는 한국하고 종자가 전혀 달라요. 한국은 '옥수수'하면 찰옥수수, 풋옥수수를 말하고 그걸 맛있는 간식으로 먹잖아요. 북한에선, 한국에서 주로 동물 사료용으로 쓰는 알곡용 옥수수를 먹고요. 그걸 강냉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은 강냉이가 주식량이고요. 전체 곡물 생산량의 60%, 밭작물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작물입니다. 그래서, 작년 생산량이 너무 적었는데 올해 농사마저 망친다면 90년대 후반보다 더한 (식량난) 상황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옥수수 농사 올해도 망친다면
90년대 후반보다 더 어려워져
MC: 그런 상황은 꼭 피하면 좋겠네요. 옥수수가 그렇게 북한 주민들에게 중요한 식량이라면, 북한 당국에선 그간 옥수수 품종 개량이나 생산량 증대를 위해 내놓은, 특별한 정책이라도 있었나요?
조현: 노력은 있었는데 그건 1970년대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북한에서 좋은 종자라고 말하는 평남7호, 운산1호… 이게 그때 나왔어요. 노동당이 식량에 대해서 농민들에게 노동할 것만 강요했지, 국가나 당 차원에서 투자나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은 계속 (품종) 개량을 하잖아요. 지금 한국에서 잘 팔리는 찰옥수수, 초당옥수수는 1970년대에 먹던 게 아닙니다. 훨씬 맛있고 영양 많은 품종들을 외국에서 들여와 현지화 시킨 결과고요. 오히려 나이든 사람들은 영양과 관계없이 어릴 때 먹던 맛을 추억하기 위해 옛날 옥수수를 구해 먹기도 하는 거죠.
북한이 품종 개량을 못하는 이유
MC: 네. 꼭 영양 때문이 아니더라도 지구 환경 변화 때문에 품종 개량은 필수일 것 같아요.
조현: 한국은 미국이나 브라질 같은,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 품종을 들여왔고요. 이런 게 현지화 되고 많은 수확량을 내기까지는 약 10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북한 옥수수는 점점 퇴화만 되어서 70년대엔 정보당 옥수수 수확량이 6~7톤 나왔는데 현재는 3톤을 못 넘기는 상황입니다.
MC: 현지화 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 한국의 옥수수 종자를 북한에서 들여가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조현: 네. 맞습니다. 북한이 적대 의식을 버리고 남한에 손을 내밀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종자를 새로 들여가면 대부분은 1~3년 지나고 나서는 쓸 수 없게 되거든요. 그 종자를 열심히 연구하고 DNA를 추출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그렇게 현지화 시키는 것은 북한의 몫인데 많은 연구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걸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 몇 년만이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 이런 종자들로 북한 주민들을 돕고 싶어하는 나라와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이 그걸 계속 거절하고 있으니 저로서는 너무 안타깝습니다.
MC: 그렇군요. 때마침 지금이 옥수수 파종철이잖아요? 새로운 종자를 들여가지 않더라도 북한에선 옥수수가 중요한 작물이기 때문에 준비를 좀 특별하게 해야겠습니다.
북한 맞춤형
옥수수 파종하는 방법
조현: 그럼요. 가장 중요한 건 재배 환경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한에선 아무데나 많이 심으면 수확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틀린 얘기거든요. 옥수수의 경우엔 특히 온도가 중요한데요. 온도가 발아율, 발아 기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씨앗을 파종해서 싹이 나오는데 걸리는 일수가 온도에 따라 달라지죠. 토양 온도가 13도라면 18~20일 걸리고, 15~18도라면 8~10일, 21도 이상이 되면 파종해서 싹이 나올 때까지 4~6일 필요합니다. 토양 온도가 21도가 넘는 곳이 빨리 싹이 나니까 파종 순서를 먼저 음지부터 정하시고 차츰 양지로 옮겨가는 게 좋습니다. 북한에선 한국처럼 옥수수 복합비료가 없으므로, 거름을 이용해서 파종해야 하는데요. 대부분 농민들께서 전면뿌리기를 하는데 그러지 말고, 질소, 인산, 칼리를 잘 배합해서 '영양 흙'을 만들고 거기에 종자와 영양 흙을 한줌 넣어주는 방식으로 파종해야 합니다. 그래야 싹이 제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MC: 네. 이런 부분은 꼭 기억해야 할 파종방식이군요.
조현: 그렇습니다. 양분도 옥수수는 95%가 광합성에서 얻어지는 산물이고 나머지 5%가 토양에서 흡수되는데요. 일반 흙으로는 절대 부족해서 적정량의 화학비료를 꼭 섞어야 합니다. 비료 성분을 알맞게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요. 일반적으로 비료는 질소 50~60%, 인산 20%, 칼리 20~30%으로 섞으시면 됩니다. 다만 기후와 지역에 따라 배합량에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완전히 추운지방이나 함흥 이남의 지방은 토양에 질소가 있으니 인산을 좀 더 주고 질소를 줄여도 됩니다.
MC: 파종철이라 그런지 소장님도 마음이 많이 급하신가 봅니다. 조금이라도 생산량을 높이려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데요. 한국에선 지금 과수원도 총 비상이더라고요. 작년에 가뭄과 폭우 피해가 막대했는데요. 북한도 작년에 과일 수확고가 많이 줄었죠?
북한 과수 전면 개량 필요
조현: 날씨도 문제였지만 북한은 병해충의 피해가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작년에 평원과수농장, 숙천과수농장은 병해충 때문에 과일 생산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 병해충이 들어오면 제때에 농약을 쳐줘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현재도 여전히 병해충이 과실나무에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봄철 약제로 기계유유제, 석회유황합제, 석회보르도액을 쳐줘야 하는데요. 일단 북한에 석회는 좀 있으니까 이건 좀만 부지런하게 준비하면 문제없습니다. 다만 지금 기계유유제가 중요합니다. 딱 지금 필요한 시기거든요. 3월 하순~4월 상순, 싹트기 7일 전엔 과수에 꼭 살포해야 하는데요. 이건 북한에 좀 부족하지만 노동당이 갖고 있는 것들은 군대나 다른 곳에 쓰지 않고 과수농사에 집중한다고 하면 양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네요. 기존의 나무들에 대해 병해충 관리를 한다는 건 사실 일시적인 방법일 뿐입니다. 북한 과수는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죠.
MC: 네. 종종 탈북민들이 한국엔 과일 종류가 많지만 북한엔 꼭 이걸 다 도입하지 않더라도 기존 과일들만이라도 잘 관리해서 풍족하게 생산하면 좋겠다는, 그런 말씀들 많이 하거든요.
조현: 그렇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남북이 함께 공유하는 품종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사과중에서도 국광, 홍옥, 델리셔스 같은 것들인데요. 해방 이후 한국은 알도 커지고 그루당 생산량도 높아졌고요. 재배방식도 바꿔서 사과 안에 당분도 많아졌는데요. 북한은 계속 알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대동강과수농장, 고산과수농장을 만들면서 거기 새 품종이 들어가긴 했는데 초기 3년까지만 괜찮았고요. 그 이후엔 생산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과수농장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을 너무 좁게 만든 것도 문제였고요. 비료도 충분히 못 줬어요. 과수나무는 돼지 분뇨를 좋아하는데 이 쉬운 것조차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북한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1960~70년대의 과수나무들, 지금 황해남도 과일, 평안남도 평원, 숙천의 나무들은 '그루바꿈'을 해줘야 해요. 원래 나무를 뽑고 다른 나무를 심는 걸 말합니다.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다면 북한 당국이 꼭 나서야 할 부분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