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은 왜 60년 전 주체농법으로 농사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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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4월만 해도 미세먼지 가득한 날들이 많았는데 5월엔 연일 청명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모내기를 할 때가 됐는데요. 이것도 지역마다 시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조현: 그럼요. 북한에선 모내기의 시기를 대강, 이맘 때라고 알고 계실 텐데 그러나 적기는 지역마다 다 다릅니다. 일단 모내기는 5월 10일부터 6월 10일 사이에 끝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안전하다는 의미는 쌀의 품위가 높고 소출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기자님도 '망종'을 아시죠?

MC: 네. 24절기 중 하나죠. 벼나 보리의 종자를 뿌려야 할 시기로 알고 있습니다.

평안도, 황해도 모내기 빨리 시작해야

조현: 네. "보리는 망종 전에 베어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망종까지는 논을 정리해야 모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평안남도 평원에선 10일, 모내기를 시작했다고 들리는데요.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평원을 제외한 평안도, 황해도도 모두 시작해야 하는데 거긴 아직 시작 못했다고 들리네요. 조금 걱정입니다.

MC: 모내기를 제때에 못하면 아무래도 생산량이 줄어들겠죠. 차이가 큽니까?

조현: 네. 아주 큽니다. 제가 북한에 있었을 2000년대 초반의 일인데요. 평안남도 지역에서 단위당 수확량을 5톤 예견했는데 모내기의 시기를 놓쳐서 7월에나 했더니 수확이 2톤밖에 안 나왔어요. 모내기를 너무 빨리하면 생장기간이 길어서 양분과 물의 소모가 많고, 후기엔 잡초 발생량도 많아서 방제를 또 해야 합니다. 통풍도 어려워서 병해충 발생도 늘어나죠. 반대로 모내기 시기가 늦으면 충분한 생장 기간을 가질 수 없어 수량도 줄어들고요. 특히 여름철 고온기까지 벼가 자라면 벼 알의 호흡 증가로 양분 소모가 많아지고 깨진 쌀이 늘어나 밥맛도 떨어지게 됩니다.

MC: 농사에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씀은 자주 하셨는데, 때를 놓치면 밥맛까지 달라지는군요. 모내기 시기의 중요성, 우리 청취자 여러분이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에 따라서 모내기 적기는 어떻게 되나요?

조현: 네. 함경북도와 함경남도에서도 길주 이남 지역은 5월 15일부터 6월 10일까지가 최적기고요. 길주 이북과 양강도, 자강도 등은 6월 20일 전에만 마치셔도 되겠습니다. 또 한 가지, 방송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건 북한의 주체농법엔 모내기를 하라고만 나와 있지, 모내기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거든요. 농민들께서 그 이유를 아시면 좀 더 농사를 잘 이해하실 것 같아서 오늘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북한에서는 농민들도

모내기를 왜 하는지 모른다?

MC: 좋습니다. 모내기를 꼭 해야 하는 이유, 뭘까요?

조현: 모내기를 하는 이유는 어린 모가 좁은 면적의 못자리에서 생육되기 때문에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둘째로 그 기간에 본래의 논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토지 이용도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는 겁니다. 셋째는 본래 논에 물을 대는 기간이 단축되어서 물을 아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론 일정한 간격으로 모를 심기 때문에 집약적 관리가 가능하니까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높일 수도 있는 거고요. 이런 걸 북한에선 가르쳐주지 않았거든요.

MC: 네.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경험이 축적된 지혜였는데 저도 모르고 있었네요.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소장님 말씀대로 북한은 60년 이상 주체농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주체농법을 개정하거나 현실을 반영하는 게 불가능한 건가요?

조현: 노동당은 김일성이 한 것이라면 영원한 진리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농업인도 아니었고요. 물론, 당시 김일성이 농업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고 해도, 벌써 주체농법 이후 60년이 지났습니다. 21세기의 농사 방법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데, 북한에서는 오직 김일성이 주체농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걸 영원한 진리로 받아들이는 거죠. 이젠 북한 농민들도 주체농법이 틀렸다는 것을 반드시 아셔야 할 때가 됐습니다. 아니, 한참 지났죠.

60년 지난 주체농법은 버려야

MC: 그렇군요. 그럼 주체농법에 나와있지 않은, 요즘 꼭 필요한 모내기 비법을 좀 더 알아보죠. 북한 농민들이 적용할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 더 있을까요?

조현: 아까 시기 조절도 말씀드렸고요. 주체농법에선 줄모심기라고 해서 모 사이를 15cm 정도로 심으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이거든요. 무조건 많이 심으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땅이 상하고 수확도 적고, 벼가 자라면서 아지도 많이 생겨서 처리하느라 손도 많이 갑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포기와 포기 사이의 거리는 재배 조건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비옥한 논이나 논을 깊이 가는 심경다비(深耕多肥) 조건, 온난한 평야지역, 모를 드물게 심는 소식(疏植) 재배환경에선 북한에서 흔히 말하는 정사각형 방식으로, 모 전후 좌우 사이를 30cm 정도로 떨어뜨리는 게 좋고요. 한랭지역이나 척박한 논, 모를 빽빽이 심는 밀식(密植), 조기에 이앙하는 조식(早植) 재배환경에선 땅의 영양분이나 그 외 여러 조건을 따져볼 때 직사각형 형태가 좋습니다. 모 전후의 간격은 30cm 보다 넓어도 좋지만 대신 좌우의 간격을 22~23cm 정도로 좁히는 게 좋겠습니다. 포기 사이가 좁으면 초기 생육은 약간 억제될 수 있으나, 그렇다 해도 줄 사이가 넓기 때문에 생육 후기까지 비료의 흡수도 쉽고요. 또 통풍과 채광도 더 좋아 관리하기가 편안한 장점이 있습니다.

MC: 네. 따뜻한 지역은 넓게, 추운 지역은 좀 좁게 심어야 한다는 점,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모내기 하면 저는 가장 중요한 게 비료라고 생각하는데요. 작년에 비료가 상당히 부족했거든요.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었다고 알려진 북한의 비료 수급상황은 좀 나아졌나요?

현재 북한 비료 상황

필요량의 30%에 불과

조현: 그렇지 않습니다. 국경이 좀 열렸다고 해도 비료 수입은 안 되고 있고요. 현재 자체 생산만으로 버티는데 그거 가지곤 필요량의 30%도 못 채웁니다. 북한도 비료 기술의 발전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한국은 농업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비료 만드는 기술도 정말 대단해졌습니다. 요즘은 차별화된 원료와 첨단 제조 기법을 결합한 혁신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런 기술을 어서 배워야 할 텐데요.

MC: 네. 중국에서 석유를 수입해 비료를 만드는 데는 비용도 많이 들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도 최신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할 거 같은데요. 한국에서 요즘 생산된다는 혁신적인 비료는 어떤 제품인가요?

조현: 네. 강원도 강릉에선 동해의 해양심층수를 주원료로 하는 4가지 원료가 복합된 비료가 생산되기 시작했는데요. 차별화된 품질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비료의 이름은 '다풍년'인데요. 해양심층수를 탈염한 후에 화석연료 없이 저비용으로 농축시키는 것으로, 한국의 독보적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해양심층수를 농축해서 보통 바닷물보다 2배 이상 높은 미네랄 농축수를 얻어내고 이걸 탈염한 후에, 여기에 미립자 가공을 한 유황과 해조류를 첨가해서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거죠. 해양심층수는 해수면으로부터 200m~4km의 바닷물을 말하는데요.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 온도차이가 나는 표층수와 달리 심층수는 연중 5~6도를 유지하거든요. 여기엔 세균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육지나 대기 중의 화학방사선 물질과 접촉도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 북한에 이런 기술이 들어가 농업생산에 이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MC: 그렇습니다. 세상도 바뀌어가고 모내기 기술도, 비료의 품질도 변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이를 받아들여야 북한의 농업현장도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