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북, 올해 모내기 시기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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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5월 한 달, 한국 농민들도 무척 바쁜 일상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모내기철이라 그랬겠지요?

같은 5월, 다른 남북의 농촌

조현: 네. 그렇습니다. 제가 얼마 전 우연히 경기도 이천의 한 농촌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곡식들이 하나, 둘 차지하는 5월의 농촌 풍경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봄이 되면서 농민들 손길이 부쩍 바빠졌다고 해도 한국 농촌은 너무 조용하고 한가롭습니다. 모 이앙기가 조용히 사람 일손을 대신하고 무인 트랙터가 돌고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경운기 위에 앉아서 논갈이 하는 농부의 웃음 띤 얼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모를 싣고 논으로 가는 여성 농부의 주름진 얼굴에서도 평안함을 느꼈습니다. 북한 농촌의 이맘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겠죠.

MC: 북한은 아무래도 기계 부족으로 전민이 동원돼 사람이 일해야 하다 보니 확실히 농촌이 북적였겠네요. 하지만 대가도 없이 무조건적 헌신만 요구하고 있어서 사실 이 동원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이에요.

조현: 네. 북한 농민은 자기 땅을 가질 수도 없고, 그저 정부 땅을 경작하는 일꾼이 된 거죠. 북한 농민들은 모내기철엔 이른 새벽, 농장과 작업반이 규정하는 시간에 나왔다가 어두워서 앞이 안 보일 때 그마저도 퇴근 승인이 떨어져야 집에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1일 1달러의 수입을 얻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하루 종일 일하면 고용된 일꾼들이 제일 싼 값, 최저 임금을 받아도 1일 100달러는 법니다. 북한 농업당국은 세계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인력 착취 집단이고요. 농민들도 그런데 정작 지금 모내기 전투에 동원되는 일반 주민들, 학생, 여성들은 더더군다나 전혀 받는 게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5월 농촌은 정말 너무 소란스럽거든요.

MC: 네. 차들이 돌아다니며 선전 구호 외친다고 하더라고요?

조현: 대단합니다. 여기 저기 줄지어 꽂힌 빨간 깃발, “충성심이 풍년의 열쇠” 이런 선동 구호들, 농촌을 지나는 주요 도로변이나 농경지 입구엔 단속 초소와 완장을 두른 단속원들이 있고요. 말씀대로, 일하는 농민들 신경 거스르며 울리는 방송차는 정말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MC: 일하는 분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겠네요. 그런데 한창 바쁜 지금, 출근하지 않는 농민들이 많다고요?

조현: 네. 최근 소식통에게 들은 말로는 농민들의 농장 출근 비율이 굉장히 낮아졌다고 해요. 모내기철인데도 평안남도엔 지금 농장원들이 50%도 못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 농민들 상당수가 풀뿌리나 나무껍질로 연명해서 일할 힘도 없고요. 제 소식통도 “무거운 작업 과제와 노동 강도에 견딜 수 없어서 차라리 도시에서 꽃제비가 되어도 농촌보다 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북한 당국은 모내기 일꾼 수를 채우기 위해 별일을 다 합니다. 일례로, 평안남도 평성과 순천 사이에 놓인 국도만 해도 보행자 단속 초소가 8개나 설치되어 있는데요. 최근엔 주요 도로 말고도 우회로에 추가로 초소를 설치하라고 했답니다. 지나는 사람 무작위로 붙잡아서 농촌 동원 시키려는 의도인데요. 어이없는 건 일 하는 사람보다 단속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거죠.

MC: 북한 매체에는 기계로 모내기 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던데요.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조현: 그건 그저 외부에 보여주기식 장면입니다. 기계가 있다 해도 아주 오래되었고 전기 보장도 잘 안 됩니다. 실질적으로 북한 신문이나 농업 잡지를 보면 아예 모를 내는 조, 모를 뜨는 조, 이렇게 사람들을 편성했다면서 인원 동원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십만 명 동원했다고 인원수까지 적힌 자료도 이미 있는데요. 70년 넘게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솔직히 이해도 안 되고 너무나 마음 아픈 현실이지요.

MC: 같은 5월이지만 판이하게 다른 남북의 농촌 풍경이네요. 그럼에도 올해 북한의 모내기는 잘 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너무 일찍 시작한 모내기

전문가들, 수확량 20% 감소 예상

조현: 아닙니다. 이번엔 너무 일찍 시작했어요. 북한 발 보도를 보니 평안북도 200개 농장에서 모내기를 다 끝냈다고 하던데, 이렇게 군사 과업 수행하듯이 며칠부터 며칠까지 정하는 건 무지한 방식입니다. 모내기는 기후를 보고 판단해야지요. 북한은 더더군다나 지역 차이가 커서 산골 농장과 벌방 농장의 날씨가 다르거든요. 이건 정말 북한 밖에서는 기본 중에 기본 상식입니다. 벼는 여물 때에 태양광선 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너무 일찍 시작하면 그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수확이 떨어지는 거죠 모내기의 적정 시기는 말이죠. 모내기 후 80일 정도 지나면 이삭 패는 때가 오는데요. 그 후 40일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기온이 점점 높아지면 벼 이삭의 호흡 증가로 양분 소모가 많아져서 쌀 품질이 떨어집니다. 그때는 기온이 동일하거나 떨어지는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MC: 전체적인 벼의 생육 길이를 보고 판단해야 했군요. 그런데 북한에선 왜 모내기를 이렇게 일찍 시작한 걸까요?

조현: 기후가 계속 오락가락하니까 아마 문제의식은 가졌을 텐데요. 이번엔 판단을 좀 잘못한 것 같아요. 날씨가 더워졌으니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5월 초부터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생육 초기에 온도가 낮으면 생육도 지연되고 이삭이 생기지 않는 줄기도 증가합니다. 이런 줄기가 많으면 통풍도 되지 않아 병해충 피해도 커지죠. 전문가들은 보통 모내기 적기를 전후로 10일 정도 차이가 나면 평균 20%의 수확 감소를 예상합니다. 북한 당국이 농사지을 때 항상 이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농장마다 모내는 시기는 다 달라요. 농사의 모든 작업이 자율적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벼는 특히 북한의 주식 작물인 만큼 모내기는 앞으로 농장 자율적으로 적기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MC: 북한 농업 당국은 모내기를 빨리 끝내라고 요구했겠지만 아직 다 끝내지 못한 농장이 오히려 결과는 더 좋겠네요.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 모내기의 지금 진행 비율이 60% 좀 넘었다고 하니까 아직 못 끝냈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생각엔 올해 모내기는 5월 15일~6월 15일이 적기라고 봅니다. 한국의 경우는 평야지대의 조생종 벼는 7일, 중생종은 18일, 중만생종은 10일 정도 늦게 모내기를 했고요. 해안지대는 좀 더 늦게… 조생종은 17일, 중생종은 23일, 중만생종은 25일 정도 늦게 모내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야 고품질 쌀의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MC: 네. 그렇군요. 이렇게 5월이 마무리 되는데요. 2024년의 상반기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지금 상황에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요?

지금은 비료, 영양에 신경 쓸 때

조현: 네. 이미 모내기를 끝냈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이젠 영양에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벼 아니라 어떤 작물이라도 상반기엔 비료 공급을 통한 초기 영양관리가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하반기로 넘어가면 물 관리와 잡초 뽑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상반기 영양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사실상 하반기엔 방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어떤 작물이든 쑥쑥 커서 잡초를 이겨내도록 영양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북한 노동당은 해마다 농촌 동원을 강제하면서 이것만이 식량 해결을 위한 돌파구라고 선전하지만 이거 1970년대부터 50년이나 반복되어온 일이잖아요. 고된 동원령에 주민들의 피로와 불만만 쌓일 뿐, 문제는 하나도 해결 안 됐고 주민들은 아사 직전의 상태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농촌 동원은 완전히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