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 기상수문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9일까지 북한 지역에 내린 비가 12.1mm로 평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지금 몇 년째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지속되고 있잖아요.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예견할 수밖에 없겠죠?
조현: 그럼요. 남북한 모두 지금 가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저수지들의 물이 작년보다 훨씬 감소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작년 4월과 올해 4월 위성을 통해 북한의 저수지들을 촬영했는데요. 북한 저수지 12곳 중에서 작년보다 물이 감소한 저수지가 7곳이나 됐습니다. 전체적으로 저수지마다 평균 3.4ha 즉 1만 평정도, 물의 지표면이 축소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특히 강원도 평강군의 란송저수지는 작년보다 물이 보이는 표면적이 62%나 감소했고요.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안악군의 구월저수지는 5만 1천 평 규모로 물의 표면적이 줄었다고 합니다.
MC: 저수지를 새로 만들거나 둑을 높여서라도 물을 더 많이 저장하는 것이 답일 것 같은데요. 제가 알기론 북한 저수지들이 50~60년이 넘은 노후 시설물로 알고 있어요. 맞습니까?
90% 이상 노후된 북한의 저수지
반드시 둑을 높여야
조현: 네. 맞습니다. 그렇게나 오래된 저수지들이 전체의 90%를 넘습니다. 저는 저수지를 새로 만드는 것 보다는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환경파괴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장 그걸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은 반드시 저수지의 물그릇을 키워서 가뭄도 극복하고 홍수 조절 능력도 갖춰야 하지요. 저수지 둑을 높이려면 노후한 수문과 방류 시설을 보강하고 기존 저수지 제방을 덧쌓기, 제방 일부를 옮겨 쌓는 '이설 쌓기'를 해야 하는데요. 이걸 꼭 해야 기후 변화(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소장님이 보시기에 그 작업이 가장 긴급하다고 생각되는 저수지가 있나요?
조현: 당연히 있죠. 평남 서해평야에서 가장 넓은 연풍저수지를 들겠습니다. 1960년대에 축조한 건데요. 개천을 통과하는 대동강의 물을 송수관 파이프를 통해 확보해서 서해 지역에 농업, 공업, 식수를 보장하므로 둑 높이기가 가장 필요한 곳입니다. 여기 제방을 높여야 안주, 문덕, 숙천 등 열두삼천리벌에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거죠. 현재보다 최소한 1.5배 정도 물그릇을 키우면 가뭄 극복과 홍수 조절 능력에 탁월한 효과를 보일 것입니다. 북한도 하천과 강의 수질이 좋지 못하거든요. 그걸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안남도 평원에 있는 견용저수지, 이것도 1960년대에 만들었는데요. 이곳 역시 대동강에서 송수관 파이프를 통해 흐르는 물을 저장했다가 평원 지역 논농사와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거든요. 여기 좀 더 물을 확보하게 되면 여유 수량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남은 여분은 하천유지용수로 활용할 수 있어서 훨씬 나은 수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수지 둑 보강은
가뭄 극복과 홍수 조절, 수질 개선 효과까지
MC: 소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북한의 시설들 대부분이 1960년대에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 크게 발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후에 만들어진 저수지나 제방 시설은 없나요?
조현: 2000년대 초 북한이 큰 맘 먹고 개천-태성호 물길 공사를 추진했는데요. 이건 대동강 상류에 있는 물을 낮은 지역으로 흘려 보내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도 물길 주변 저수지에 둑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든요. 결국 하나마나한 일이 됐고요. 그래서 지금도 물의 여유 수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변 저수지에 물 저장량이 충분해지면 주변 지역의 농사 및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MC: 결국은 둑 높이기 사업이 농업용수 부족도 해결하고 유례없는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최적의 대안으로 볼 수 있는데요. 사실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개인이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지금 북한 형편에선 인력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조현: 네. 개인이 해결할 수 없고요. 북한 당국이 스스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북한이 전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꼴찌에서 서너 번째 될 거에요. 이런 나라는 스스로 해결할 돈이 없잖아요. 대신 국제사회의 도움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 분들도 많이 아세요. 코로나 이전엔 식량 관련해서 국제구호단체, 유엔의 농업전담기구, 유럽의 각종 농업단체들로부터 북한이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사실 이건 대북제재 하고도 관련도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단체에 손을 내밀기만 하면 자금, 설비,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저도 '코이카'라는 한국국제협력단의 재정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라오스, 아프리카의 농업 기틀을 마련해주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계속되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식량 안보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위해 이것 딱 한 가지, 손만 내밀면 됩니다. 정말로 인민을 위한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요?
MC: 그렇습니다. 실제로 가뭄이나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그 피해가 점점 대형화 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또 한 가지 여쭐게요. 요즘 남북 과수들에 저온피해현상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요. 이건 뭐지요?
조현: 그것도 기후 변화의 일종인데요. 지난 4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어요. 그 때문에 남한의 배 주산지인 전라남도 나주에서도 과수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에서도 당시 평안남도 평원과 숙천, 황해도 과일, 강원도 고산지역, 평양의 대동강 과수농장까지 많은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피해 과수 종류도 배, 복숭아, 사과, 포도 등 다양합니다. 기후 흐름의 추세로 볼 때 이런 일은 또 일어날 거고요. 그건 이젠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강구를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뜻입니다.
MC: 4월이면 과일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인데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피해를 입은 만큼 농민의 생활도 어려워질 텐데 이런 피해를 예방할 방법은 없겠습니까?
북한의 농민 보호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도입이 필요
조현: 우리가 자연을 움직일 수는 없겠죠. 그러나 한국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이 있습니다. 농민들이 재해 보험에 가입하면 손해액의 50% 이상을 보상받아요.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지금 보상액을 더 늘려주려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도 이제 건물의 상해보험이나 선박의 해상보험은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북한이 보험에 대해 크게 낯설게 느끼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젠 노동당과 정부 당국이 농민의 생존과 국가 식량 안보를 위해서 농작물재해보험 제도를 무조건 마련해야 합니다. 보험제도를 운영할 예산은 땅이나 과수를 자원으로 설정하고 값을 제대로 매기면 되거든요. 이런 건 국제사회의 경제전문가들 몇몇만 불러도 금방 가치가 정해집니다. 한국에서도 농민들이 보험에 가입하려면 다달이 돈을 조금씩 내야 하거든요. 북한에서도 농민들이 생산물의 일부를 해마다 달마다 보험용으로 저축할 수 있어요. 그걸 잘 관리해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보상하고 또 지원해주면 그것이 농민을 살리는 길이 될 겁니다. 북한은 농민을 위한답시고 농작물의무수매제도를 하지만, 국가가 시장가격보다 백 배나 저렴한 값에 사가는, 이런 제도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북한의 농민들도 농작물재해보험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게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안전장치입니다.
MC: 농민을 보호하고 농민에게 살 길을 마련한다는 것, 농민이 아니라면 남의 일에 그칠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식량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아는 사회, 그 사회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번영과 쇠퇴를 반복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