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북한 큰물피해는 자연재해 아닌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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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 관영언론이 보도한 신의주 지역의 수해 사진과 김정은 총비서가 보트를 타고 침수지역을 돌아보는 영상을 인터넷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소장님도 보셨죠?

압록강 홍수, 자연재해 아닌 인재(人災)

당국, 대피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조현: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 큰물피해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생각합니다. 그 영상은 이때다 싶은 김정은이 그나마 남은 민심을 얻기 위해, 인민 사랑 이미지를 굳히는 쇼를 한 거고요. 역시나 예상대로, 큰물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방의 당, 기관, 간부들에게 돌려버렸더라고요. 정말 가슴 아픈 사실은 지금 수백 명의 인명 피해가 더 있는데 그에 대해 말도 못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김정은이 진짜 인민을 사랑한다면 피해 복구에 대해 지방 인민위원회에 책임 지우지 말고 국가가 투자를 하고 예산을 풀어서 복구해야 했습니다.

MC: 일단 짧은 영상만 봐도 물이 높이 차 있어서 전체적으로 피해가 막심할 것 같습니다. 소장님도 '인재'라고 말씀하셨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조현: 네. 이건 명백한 인재입니다. 1995년도에 신의주에 580mm나 비가 내린 적이 있었어요. 그땐 심지어 만조 시기와 겹쳤는데요. 신의주 시는 물에 잠기긴 했지만 지금보다는 피해가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비가 150~200mm왔거든요. 그때보다 적게 왔는데요. 그런데 이번엔 평안북도 삭주군에 있는 수풍댐을 방류하는 바람에 의주, 신의주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한국은 물이 불어나면 수문을 조금 열어서 어느 정도 흘려 보내다가 다시 닫고, 열고, 이렇게 상황을 봐 가면서 합니다. 위험할 것 같으면 주민들 먼저 대피시키는데요. 북한에선 이거 간부들이 생각 없이 그냥 수문을 열어서 일어난 피해입니다. 의주 지역에 있는 제 소식통은 "비가 내려서, 올라가던 압록강의 수위가 수풍댐에서 방류된 물과 합쳐져서 큰물이 의주군 하중도의 수구, 이화동 먼저 쓸어냈고 그 다음 구리도와 어적도를 삼킬 때까지 대피 신호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금동도와 위화도를 삼킬 즈음, 그제서야 금동도와 위화도에서 구조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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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일단 북한 당국이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습니다만 인명피해도 엄청나지 않겠습니까?

조현: 네. 폭우가 내린 이후에 열흘이 넘은 지금까지도 북한은 인명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고 그저 김정은이 구조 현장에 나타난 것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제 소식통 말로는 구조 작업이 진행되기 전 미처 피하지 못해 물에 쓸려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 수가 의주군에서만도 수백 명은 될 거라고 합니다. 현재 가장 피해가 크다는 '구리도'에는 500세대의 주택과 학교, 병원, 공공시설이 있어서 2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거든요. 신의주 쪽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의주시 본부동, 강안동 일대는 아파트 3~4층까지 물이 차고 신의주 주변의 유초, 마전, 남민, 신상, 백토 등도 피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제 소식통은 수풍댐의 바로 아래 지역인 청수노동자구의 피해도 굉장히 크다고 알려왔습니다. 사실 이쪽 지역은 신의주시나 의주군보다 지대가 높은 지역인데도 말입니다.

MC: 인명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희가 농축산업을 통해서 농민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알려드렸는데요. 이번 피해로 모든 게 다 허물어진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산 사람들 입장에선 먹을 것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농업의 피해상황은 얼마나 될까요?

조현: 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만 봐도 신의주는 논 면적의 74%에 해당하는 3000ha의 농경지가 잠겼다고 하고요. 의주에선 밭 850ha가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이 두 곳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옥수수로 환산하면 약 3만 4000 톤, 쌀로 환산하면 약 1만 2000 톤으로 이는 1만 명의 1년분 식량입니다. 그러니 올해 벼농사는 완전히 망했다고 봐야죠.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기억나는 물난리로는 90년대 후반에 양덕 큰물피해, 2000년대 초반에 청천강 하류인 신안주 큰물피해가 있었는데요. 이때도 전군, 전민이 피해 복구에 동원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할 텐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겁니다.

MC: 상황이 그렇다면 이번에도 전군, 전민 동원을 피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지난주 노동신문 보니 당원들이 투쟁(복구)에 앞장서라는 분위기던데요?

조현: 네. 그건 안 봐도 뻔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지금 노동당이 의주, 신의주의 큰물피해 복구를 각 지방 인민위원회와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앙은 도에, 도는 도급 기관과 기업에, 군은 농장과 기업에 할당량을 분배했습니다. 복구에 필요한 노력과 자재들, 시멘트, 목재, 철제, 생필품들은 물론이고 자재를 운반할 차량과 연유도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답니다. 이 소식을 보내온 평안북도의 주민은 이전 물난리 때는 연유와 동원된 노력에 대해서 최소한 식량은 해결해 줬는데 이렇게 다 떠넘기는 건 처음 본다고 전언했습니다. 이 주민이 속한 인민반에서는 주민 1인당 옥수수 5kg(쌀로 하면 2kg), 생필품 1조(치약, 칫솔, 비누, 수건, 숟가락, 젓가락)와 이불과 양복까지 각 1벌씩 내라고 했답니다. 말도 안 되죠.

MC: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홍수는 사실 북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무슨 대책을 세우는 지가 그 나라의 수준을 결정짓는 거잖아요.

해외 지원 거부하는 북한

농민들은 피해 복구보다 채소 심어야

조현: 그렇습니다. 일단 댐 방류 전 미리 피신을 시키지도 않았다는 게 화가 나지만, 지금은 또 복구와 대처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한국은 우선 정부가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해당 지역을 국가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정부 예산을 동원해서 이재민을 구조하고 피해 복구에 국가 재원을 투자합니다. 그 금액이 정말 커요. 우선 사망자와 실종자의 경우엔 상황과 상관없이 서울시는 1인당 한국 돈 최대 3000만원까지 지급합니다. 이게 환율이 좋을 땐 3만 달러도 나오는 금액인데요. 북한에서 쌀로 환산하면 60톤으로 평생 다 먹어도 먹지 못할 양입니다. 그만큼 죽는 사람이 별로 없고요. 사고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주민들의 생명, 재산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높다는 뜻이죠. 주미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한다는 뜻입니다. 2022년에 물난리가 났을 때도 윤석열 대통령은 "내각은 지방자치단체와 적극 협력해서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신속히 지원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국제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자기 정부 재원으로 복구하고 부족하면 다른 나라 도움을 받아서 복구시킵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 노동당은 정신을 차려야 해요. 현재 북한의 피해 상황에 대해 유엔은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하고요. 한국 측에서 도울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 당국은 답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죽음을 그저 지도자 이미지 개선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너무나 비인간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농민들께서도 피해 복구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지 마시고, 그저 빨리 피해 지역의 논밭을 정리하고 어서 배추나 무 등의 채소를 심는 게 급선무입니다. 생육기간이 짧으니 김장철까지 준비할 수 있고 키워놓으면 장마당에 내달 팔아 다른 곡식과 바꿀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까요.

MC: 지금도 피해 복구 현장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계실 농민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북한 당국이 복구에 앞장설 능력이 없다면 국제 사회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만이라도 잡기를 바라겠습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