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더위가 물러간다는 절기 '처서'가 지났지만 여전한 무더위 때문에 한국 사람들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가을이 코 앞입니다. 아마도 이맘때가 옥수수 가을철 아닌가 싶네요. 맞죠?
조현: 네. 그렇겠네요. 보통 8월 20일경부터 북쪽 지역에서 먼저 시작하고요. 9월 10일쯤 되면 북한의 남쪽 지역에서도 전반적으로 추수가 시작됩니다. 옥수수 가을은 정말 잘 해야 됩니다. 작년에도 실컷 다 키워 놓고선 추수와 그 다음 관리를 못해서 수확량의 30%나 버려야 했거든요.
MC: 30%나요? 안 그래도 식량이 부족한 북한인데 굉장히 많은 손실이네요.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 전체 옥수수 수확량이 300만 톤 정도였는데 그 중 90만 톤을 그대로 날려버린 셈이죠. 올해도 옥수수 파종하느라 농민들이 많이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이젠 파종부터 추수까지 5개월의 마지막을 잘 장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옥수수는 추수와 보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확량의 감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굶주림에선 벗어나야 하잖아요. 그러니 정말 올핸 추수를 잘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요즘 보니까, 북한에서도 그렇게 못 산다고 알려진 아프리카 사람들도 요즘 북한처럼 굶어 죽진 않더라고요.
MC: 여전히 최빈국이 많이 있는 아프리카지만 요즘 많이 발전하는 추세거든요. 옥수수 가을은 이제부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일 먼저 무엇부터 챙겨야 할까요?
조현: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확은 적정 시기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옥수수를 최적 시기에 수확하면 고품질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는데다, 조수나 병해충에 의한 수량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북한은 농업 생산에 자율성이 없어서, 노동당이 언제까지 가을을 끝내라고 지시하면 그렇게 해야 하거든요. 지시하면 집행하는 것이 체질화된 사회입니다. 저는 북한이 그런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확을 며칠 미루는 것이, 물론 욕을 먹는다고 해도, 수확고를 올려 손해를 적게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노동당의 지시는 완전히 틀린 얘기라 따르면 안 되는 거고요. 당연히 같은 농산물이라도 지역별로 익는 시기가 다르니까 농민이 주체적으로 추수 시기 선택을 잘 해야 하는 겁니다.
MC: 그렇군요. 그럼 그 선택을 잘 하는 법을 알려주시죠. 옥수수는 언제 수확하는게 좋을까요?
옥수수의 수확 시기
파종 날짜와 수염 색깔에 주목할 것
조현: 추수 시기를 잘 선택하려면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옥수수 수염과 날짜입니다.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수염 색깔입니다. 처음엔 흰색이던 수염이 갈색으로 변하고, 이후에 짙은 갈색이 될 텐데요. 이때 수염이 마르기 시작하면 수확 시기가 된 겁니다. 날짜로 계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염이 나온 다음 45일 이후에 추수하는 것이 좋은데요. 주의할 점은 사람도 다 다르듯이 옥수수도 다 다르다는 겁니다. 땅도 상황이 달라서 빨리 크는 밭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밭이 있지요. 날짜와 수염 상황을 잘 보셔서, 덜 자란 것은 며칠만 더 기다리면 토실하게 익으니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인 옥수수 생육 기간은 90~100일입니다. 파종한 날부터 날짜를 계산하고, 날이 다 될 즈음에 옥수수 수염 색깔을 보며 판단해도 되겠습니다.
MC: 한국이나 외국에서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나요?
조현: 네. 물론 연세 드신 농민들이 여전히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젊은 농부들에겐 기계 사용이 더 일반적입니다. 한국이나 외국엔 수확 시기를 판단하는 간편한 기구가 있는데요. 이걸 '굴절당도계'라고 합니다. 아직 북한에선 실용 단계가 아니지만, 외국에서 이런 기계를 도입하면 훨씬 농업이 쉬워지고 수확량 손실도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MC: 제가 듣기론 옥수수의 수분 함량이 25% 이하가 되어야 옥수수 낟알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렇다면 수확 후에 건조를 잘해야 한단 얘기겠죠. 작년에도 소장님이 북한에선 건조 과정에서 낟알이 많이 손상된다고 하셨어요. 올해, 낟알을 지키기 위해 좀더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조현: 맞습니다. 모든 작물이 다 마찬가지지만 옥수수는 수확 후에 건조, 저장, 관리가 품질 향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 건조도 대형 건조 기계를 이용하고 상황에 따라 음지와 양지를 번갈아 이용해서 건조 시키기 때문에 효과가 좋은데요. 건조 기계가 구비되지 않은 북한에선 대개 대량으로 햇빛에 의한 급 건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바로, 품질을 떨어뜨리고 옥수수를 썩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사실 한국도, 외국도 이 건조 방법에 대해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러면서 건조 기계들이 계속 수정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래도 최근 믿을만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경우엔 대형 건조 기계를 쓰거나 혹은 음지에서 건조시키는 것이 햇빛 건조에 비해서 30~40% 손실량이 적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더 연구한 결과, 품질 향상을 위한 건조 방법은 30도 이하의 저온 상태에서 바람으로 건조시키거나 혹은 음지에서의 건조가 북한에서 주로 행하는 햇빛 건조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MC: 네. 음지 건조를 농민들께서 잘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만 한국에선 옥수수를 필수식량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선 간식이나 기호식품으로 여기지만 북한에선 옥수수가 주식량으로써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잖아요? 그런 만큼 종자의 개발도 중요할 텐데요. 북한의 대부분 종자가 개발이 안 되고 있다고 종종 말씀하셨는데 옥수수는 어떻습니까?
현재 북한 옥수수는 70~80년대 만들어진 종자
하루 속히 종자 개발 진행되어야
조현: 옥수수도 마찬가집니다. 현재 북한에서 재배되는 옥수수는 70~80년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좋다고 알려진 다수확 품종을 들여다 개량한 종자의 잡종 1세대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이렇게 잡종이 한번 만들어지면 2~3년만 쓸 수 있고요. 그 이후에는 단위당 수확고가 떨어집니다. 세계 어디든, 무슨 작물이든 꾸준히 새로운 잡종을 만들어 낼 때 수확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특별히 재배를 잘 하는 지역은 꾸준히 유전자를 조합시켜 기후에 잘 견디고 맛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순종을 잘 유지하면서 좋은 특성만을 잘 접합시키는 기술, 이것은 국가가 과학자들에게 지원을 잘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인데요. 북한 노동당이 이 부분을 확실하게 해줘야 북한 농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죠.
MC: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그럼 북한에선 있는 종자라도 잘 관리하는 게 관건일 텐데요. 한국도 종자를 수확할 때만은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수확하고 있습니다.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소장님, 북한에서도 종자를 잘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시죠.
조현: 맞습니다. 종자는 정성입니다. 종자를 수확하는 부분에 있어선 북한 농민들도 잘 하고 계십니다. 다만 내년 농사를 생각해서 종자로 이용할 것은 잘 보관해야 하는데요. 보통 북한에선 가을, 겨울이 춥거든요. 그러다 보니 종자들이 저온에 놓여지는 상태가 일반적인데, 그럼 냉해를 받게 되어서 유전자 구조가 팽창되고 지방의 결합이 방해되어 신축성이 떨어집니다. 보통은 20~30도 사이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옥수수를 이 가을에 또 파종하는 경우가 생길 겁니다. 그땐 땅이 20도 이하의 저온 상태거든요. 그때는 종자를 미리 적당한 온도인 20~30도 사이에서 침종 시키는 것, 즉 파종에 앞서서 물에다 씨앗을 넣어 불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MC: 네. 오늘도 유익한 말씀 잘 들었고요. 옥수수는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인 만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