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슈퍼옥수수가 북한에 정착하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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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의 주식량이라고 할 수 있는 옥수수, 벌써 가을걷이 시기를 맞았는데요. 그간 한국이나 외국의 여러 단체에서 북한에 우량 품종의 옥수수 종자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소장님도 알고 계시죠?

조현: 네. 많이 있었습니다. 외국의 민간 공익 단체(NGO)들도 많았고요. 또 한국의 한 농업연구단체는 중국 단둥이 북한과 기후가 유사하니까, 거기 농장을 만들어 놓고 직접 재배하면서 북한 측에 종자를 전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엔 남북 교류가 활발했으니 그땐 정말 많았고요. 이후엔 주춤했지만 그런 시도들은 끊임없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MC: 이런 외부 지원이 북한의 우량 품종 늘리기에 도움이 좀 되었을까요?

슈퍼옥수수가 북한에 정착하지 못한 이유

조현: 언젠가는 슈퍼옥수수라고 정보당 10톤 이상 생산하는 그런 품종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진짜 그만큼 생산했다면 노동신문에서 엄청 떠들었을 거예요. 그런 적은 없었고요. 말씀하신 부분은 전문가마다 판단이 좀 다를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도움을 주는 면에서는 크게 유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처럼 북한에 종자가 변변치 않을 땐 농장관계자들이 자체로 국경에 나가서 선을 잡고 알아봐서 종자를 구해야 합니다.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요. 그게 진짜 자력갱생이죠. 그런데 바깥에서 북한을 도와준다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북한에 종자를 전해줄 것이 아니라 종자가 잘 정착할 수 있는 체계, 시스템을 꼭 만들어 줘야 한다는 거죠.

MC: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잘 정착시킬 수 있는 거죠?

조현: 여태까지 북한을 도와준 단체들은 "좋은 종자가 있으니 이걸 심어보세요" 이런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2~3년간은 정보당 5톤 이상 생산합니다. 지금은 정보당 2톤 정도밖에 안 되니 상당한 양이긴 하죠. 그런데 딱 그 기간이 지나면 모두 퇴화되어 쓸모 없는 종자가 되고 맙니다. 종자를 정착시키는 과정을 말씀드리면요. 첫째, 아주 좋은 종자가 순종으로 2개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그 순종 2개를 북한에 들여가서 현지에서, 다른 옥수수를 주변에 절대로 심지 말고, 그 순종 2개에 꽃가루를 묻혀서 인공적으로 교배시킨 후에 그걸 땅에 심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것이 잡종 1대(F1)가 되죠. 이 잡종 1대와 먼저 2개의 순종 중에 또 하나를 교배 시킵니다. 그럼 잡종 2대(F2)가 되고요. 그런 다음 또 잡종 1대와 잡종 2대를 교배시켜 봅니다. 그럼 잡종 3대(F3)가 나오겠죠. 최소한 여기까지는 나올 수 있어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북한 농업연구원에는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MC: 여러 가지 잡종을 만들어서 좋은 종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그 다음 과정은 몇 가지의 종자가 생산되면 옥수수 알들의 색깔, 생김새를 분석하면서 비슷비슷한 알들을 모으고 또 몇 개의 그룹을 만듭니다. 기후나 토양 등의 조건을 바꿔가면서 재배하면 그 과정에서 종자의 특성이 발현되겠죠. 어떤 것은 비바람에 견디는 힘이 세고, 어떤 것은 이삭이 크고 또 어떤 것은 알이 많이 나온다든지… 다양한 품종의 특징을 분석해서 분류표를 만들어 놓고요. 제일 처음 들여갔던 순종들의 자료까지 분석하면서 그중 어떤 품종을 조합시켜야 할지 결정합니다. 이걸 유전자 선택이라고 하는 건데요. 말이 쉽지 이게 엄청난 기술입니다. 이런 연구를 진행하려면 전문실험실도 있어야 하고 훌륭한 연구 성원들도 필요하니까요.

MC: 하지만 북한에도 옥수수연구소가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종을 들여가서 그들 나름대로 발전시켜서 정착시킨 사례는 없나요?

북한의 옥수수연구소

우량종자를 정착시키기엔

기술력과 설비가 부족

조현: 네. 연구 사례는 있지만 좋은 종을 정착시킨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북한 측 역시 자신들도 연구소가 있으니 외부에서 좋은 종자를 받으면, 종 유지를 하면서 개량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게 오류였고 북한 옥수수의 쇠퇴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북한 자체의 기술력으론 불가능합니다. 연구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유전자 조합은 전자현미경만 해도 몇 십만 배율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합니다. 북한 연구소 장비 가지고는 안 되죠. 외부에서 도와준다면 현지의 농장 하나를 선택해서 거기서 직접 연구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일단 현재로선 좋은 종자가 없고요. 만약 이 상태로, 북한이 외부와의 교류 없이 지금처럼 자력갱생만 강조한다면, 옥수수 생산량은 작년에 정보당 1.6톤 정도였는데 몇 년 뒤에는 그 절반 정도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MC: 그렇게 생산량이 떨어진다면 너무 심각한 문제가 되겠네요. 종자 연구가 시급해 보입니다. 또한 지금이 가을걷이 시기니까 종자를 잘 선별하고 보관하는 것도 농민으로선 놓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종자를 구하는 방법

조현: 먼저 좋은 종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북한은 늘 자력갱생하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데서 또 마른 나무를 비틀 수는 없어요. 노동당은 좋은 종자 주지 않으니까 꼭 농장관계자들은 외부에서 좋은 종자를 가져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실험 재배한 품종들이 있습니다. 그거 구해서 농장에 나눠주면 내년엔 정보당 1~2톤의 곡물이 증산될 겁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종자는 군 농업경영위원회 종자관리소나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요. 거기 가지 말고 각 도에 옥수수 전문 채종 농장에 직접 사람을 보내서 구입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저는 꼭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직접 구입하는 게 좋은 까닭은요. 종자가 연구소나 시장에 도착하기 전에 구입하니까 유통 과정이 줄어 단가를 절약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자기 것을 직접 구입하면 운반 과정에서 기계적인 손실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종자관리소에선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반과 저장을 대충하기 마련이고 또 국가기관과는 흥정이 안 되지 않습니까? 종자 교환할 때 손해가 크더라고요. 북한 농장에는 농장기사장이 있습니다. 이런 일 잘 하라고 있는 거예요. 자기 농장을 위해 좋은 종자를 책임져 주길 바랍니다.

MC: 그렇게 종자를 구했다면 보관도 잘 해야 할 텐데요. 꼭 주의해야 할 점 한 가지만 알려주시죠.

조현: 그렇습니다. 보관 과정에서 종자가 퇴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병원균과 해충의 피해 때문입니다. 이건 온습도의 영향이 크고요. 종자의 수분 함량도 큰 원인이 됩니다. 세균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 상대습도 65~70%이며 종자의 수분 함량 14% 이상일 때입니다. 따라서 종자 보관 시 상대습도는 60% 이하, 종자의 수분 함량은 14% 이하로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온도 변화가 심한 곳은 피하시고요.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저장고가 없는 농가에선 실내나 습한 장소에 두지 마시고 밖에 있는 창고가 더 좋겠습니다. '종자'하면 다들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서 하루 종일 눈 아프게 고르는 농민들이 생각납니다. 손으로 알을 딸 때는 씨눈이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만약 기계로 알을 딸 때는, 빨리 돌리면 손상이 크니까 회전속도가 1분당 400회 이상이 되지 않도록 저속으로 작업해야 합니다. 좋은 종자를 잘 보관하는 것이 내년 농사를 담보하는 길입니다. 지금 또 못하고 겨울 닥치면 또 늦어요. 농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