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과일의 종류가 여러 가지 있지만 남북한에서 가장 인기 많은 과일을 꼽는다면 저는 사과 같아요. 북한에서도 가장 대표할만한 과일이겠죠. 올해 사과 농작은 어떤 편입니까?
사과는 북한의 대표 과일
그런데 장마당엔 없다?
조현: 네. 사과는 북한을 대표하는 과일 맞습니다. 북한에서 제일 많이 나는 게 사과거든요. 한국만큼 흔하진 않지만 잘 저장하면 한겨울에도 먹을 수 있고요. 건강에도 좋고, 무엇보다 과수 농장의 이윤 창출에 가장 중요한 종목이라 하겠습니다. 올해 농사는 작년보단 잘되었지만 사과는 농사가 잘되고 안 되고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저장과 관리를 못해서 썩히는 것이 30~40%나 되거든요. 열심히 농사지어 놓고 이렇게나 많이 버리게 되니 너무 아까운 상황이고요. 오죽하면 북한 장마당에서 북한산 사과를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대부분 중국산 사과입니다. 그래서 북한 현 실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과를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제값을 받고 잘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사과가 많이 나오는 시기는 9~10월 추수 직후이지만 가격이 가장 비싼 시기는 명절이 많은 1~4월이거든요. 그때 대비하려면 저장과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는 얘기죠.
MC: 그렇겠네요. 아무쪼록 이윤이 남아야 농민들이 더 힘을 내겠지요. 작년에는 햇과일을 수도 쪽에만 배급해서, 정작 고생한 지방 농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얘기를 저희 RFA가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 상황인가요?
조현: 네. 올해도 평양에만 사과가 보급된 것이 맞습니다. 지방엔 사과 구경도 잘 못합니다. 평양이라 해도 사과 보급이 1년에 하루? 많아야 2번을 넘기지 못합니다. 그것도 1인당 1~2개 받고요. 그게 과연 충분한가요? 1970년대에 북한에서 '사과 딸 때'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거기엔 사과를 수확해 놓고도 관리 못해서 다 썩어버린 사건이 나옵니다. 그걸 극복한다면서 쨈을 만드는 장면이 있거든요. 북한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저장이 어려우니 폐단도 발생하는데, 다들 사과 썩는 것에 대해 자기가 책임을 안 지려고 해요. 그래서 일부 농장에선 수확하자마자 차를 불러 가지고 집중 수송한다고 소비지역에 다 보내고 그럽니다.
MC: 그렇군요. 작년 12월 노동신문에선 함경남도 북청군에 수천 톤의 과일 보관고가 새로 준공되었다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북한도 관리를 못해 버려지는 사과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조현: 북한이 늘 그렇듯 시작할 땐 떠들썩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현실과의 괴리가 정말 너무나 큽니다. 말씀대로 지금 70년째 사과가 썩어 나가는 걸 북한 농업 당국이 모르진 않지만 방법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이네요. 오히려 아까 영화처럼, 썩은 과일을 가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몇 년 전엔 숙천과수농장에서 사과가 썩어서 모두 돼지사료로도 썼습니다. 그래서 만약, 농장이 직접 생산된 사과를 제대로 저장해놓고 가격이 올라갈 때를 대비하면 파는 쪽이나 먹는 사람 모두에게 좋겠죠.
MC: 대동강과수농장이나 고산과수농장은 북한에서도 비교적 현대화된 과수원이잖아요. 북한 농업당국이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 농장들도 저장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없는 건가요?
조현: 네. 저장 대책은 없습니다. 그리고 생산량으로 볼 때 이 두 곳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전 오히려 더 걱정이 됩니다. 한국 전통 품종 예를 들어 국광, 홍로, 홍옥 사과는 한번 나무를 심어놓으면 40년 정도 생산하는데요. 그런데 대동강과수농장이나 고산과수농장은 중국 묘목을 들여와서 단기간에 성장시킨 농장입니다. 외국 품종은 10년 정도 지나면 생산량의 한계를 보입니다. 생산 주기가 길지 못해요. 생각해보니 그 두 곳은 이제 10년이 넘었네요. 일전에도 제가 방송을 통해 지적했듯이, 외국에서 품종을 들여왔더라도 꾸준히 개량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생산이 끊어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대동강과수농장이나 고산과수농장도 머지않아 생산 중단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MC: 보관부터 품종까지 관리가 시급한 시점인 것 같네요. 우선 한국에서 쓰고 있는 보관 기술을 북한에 쉽게 적용할 방법은 없을까요?
사과 생명의 필수 요인은
저장고 내 청결과 이산화탄소량 조절
조현: 네. 있습니다. 과일 저장고에 CA(Controlled Atmosphere)기술을 적용하면 됩니다. 이게 과수를 보관하는 최신 기술인데 아주 쉽습니다. 과일은 호흡을 하면서 변하거든요. 그러니 과일이 호흡하지 않도록 산소의 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높여주는 기술입니다. 이러면 사과를 1년 동안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저장고 내에 이산화탄소가 2%를 넘지 않게만 조절해 주시면 됩니다. 만약 북한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정도 원리만 알려드려도 북한에서 충분히 과수 저장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저장고 청소도 중요합니다. 북한도 규정상으로는 과일이 처음 들어갈 때와 완전히 출고했을 때, 총 2번은 청소하기로 되어있는데 그 규정 지키는 농장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저장과 출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저장고가 습해지니까 벽면 및 바닥에 부패균으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시판되는 락스를 200배 희석시킨 액체로 청소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선 저온 저장고 용적을 100% 가까이, 과일 상자로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저장고 내 온도 분포를 고르게 하기 위해서는 천장으로부터 1m 이상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 전체 용적률의 70~75%정도만 채워야 공기순환 통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사과를 장기간 저장할수록 저장고 내 과실의 호흡과 숙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와 에틸렌이 누적되는데요. 그래서 주기적인 환기도 필수입니다. 북한 저장고를 볼 때 주 1회 정도 환기가 좋겠습니다.
MC: 수확 이후 과일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나마 남은 과수를 잘 관리하는 것 역시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조현: 네. 당연하지요. 사과 저장만큼 중요한 것이 생육기의 과수원 관리입니다. 요즘 동해(농작물이 추위에 얼어서 생기는 피해) 피해가 심각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이상 기후로 인해 동해 발생 빈도가 높아졌는데요. 동해는 단 한번의 피해로 과실수가 말라 죽어 과원을 폐원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대동강과수농장이나 고산과수농장은 최근에 지은 거라 그나마 관리가 되는데 이미 함경남도 북청, 평안남도 숙천, 평원군의 과수농장들이 이 문제 때문에 거의 다 폐원됐거든요. 동해는 퇴비를 적게 주어 나무자람새가 약해진 과원, 특히 배수가 불량하거나 지나치게 건조한 과원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또 겨울철의 극한 온도보다는 오히려 환절기의 밤낮 온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네요. 동해 방지를 위해선 나무의 주간부 덮기가 중요한데요. 이 주간부란 뿌리와 가지를 연결하는 나무 기둥이거든요. 여기를 신문지, 짚, 반사 필름 등으로 감싸주는 방법이 있고요. 또는 수확 후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 기둥(대목)에서 첫 곁가지까지 백색 수성 페인트를 물과 1:1로 섞어서 칠해 주셔도 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사과는 남북한의 자랑이 되겠지요. 북한 주민들도 마음껏 북한 사과를 맛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