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모내기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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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요즘 모내기 철이죠. 근래 1주일 내내 로동신문을 보니까 북한 당국이 농업에 대해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알곡고지점령 위해 총매진하자", "애국의 열정 안고 모내기를 빈틈없이 갖추자", 이런 구호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고요. 한국 언론에선 로동신문이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고, 농업관련 보도에만 집중한 점에 대해 의아해 하기도 했는데요. 뭐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농업에 치중하고 있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조현: 작년 12월 노동당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농촌 발전 10개년 계획'이 발표됐잖아요? 따라서 올해부터 농사를 정치적으로 더 강조하는데요. 하지만 현장에선 다를 게 없습니다. 북한은 항상 이룰 수 없는 목표치를 세우고 농민을 몰아부쳤기 때문에 다들 이런 상황은 익숙합니다. 지금 북한이 황해남도에 대해 굉장히 강조하고 있거든요. 로동신문도 올해 중요한 전투목표를 황해남도에 맡겼다고 썼는데, 사실 북한에선 서해 평야지역에서 쌀 생산량의 30~40%가 나옵니다. 여기가 바로 황해남도에요. 당연히 여기 쌀 생산이 잘 되면 식량보급이 잘 되는 거고요. 늘 똑같이 강조하던 건데 최근에 김정은이 황해남도에 의약품도 보내는 등 선전선동에 더 집중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정은이 황남지역에 의약품 보낸 이유

MC: 그러니까 황해남도 지역의 쌀 생산량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당국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얘긴가요?

조현: 아니오. 황해남도가 올해 농사의 집중전략이라면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당연히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듣자하니 그런 건 전혀 없다고 합니다. 결국 농민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거죠. 게다가 지금 북한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노력동원할 인원이 부족할 테니 오히려 더 힘을 쓰라고 북한당국이 목소리를 높여 다그치는 거죠.

MC: 네. 그러고 보니 북한이 코로나 환자 발생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을 했어요. 북한이 지난달말부터 어제까지 코로나 의심 발열환자수가 200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에 진단장비나 예방주사,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자 수는 이보다 4, 5배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고요. 한국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거절하고 있어서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군부대 봉쇄하며

모내기 노력동원 어려워진 북한 농촌

조현: 제가 들어보니 대학생과 군인들 사이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코로나가 시기적으로 터지면 안 될 때 터졌어요. 북한 모내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시기에 노력동원을 한다는 거잖아요. 여기 제일 많이 투입되는 게 대학생, 군인들인데요. 하지만 들어보니 현재 환자가 발생한 지역이나 군부대는 전면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에 지금 실질적으로 총동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거든요.

MC: 코로나 확진자들이 빨리 격리를 끝내고 나온다 해도 모내기가 좀 늦어질 텐데요. 이게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날씨 문제도 있고, 아무래도 수확에 영향이 크겠지요?

조현: 원래 5월 10일부터 6월 15일까지가 모내기 적기입니다. 이 기간 안에 모내기를 끝내고 모를 잘 안착시켜야 가을 수확이 가능하고요. 여기서 하루라도 늦어지면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북한 모내기는 다 손으로 하니까 사실 노력동원이 안 되면 답이 없습니다. 제가 들어보니까 중요한 지역엔 다 코로나비루스가 퍼져서 노력동원을 못해서 모내기가 늦어진다네요. 그래서 북한 당국이 연일 농사를 더 몰아붙이는 것 같은데요. 청취자 분들도 답이 안 나오는 이 상황에 아무쪼록 힘 내셨으면 좋겠고요. 국제사회는 북한의 요청만 있으면 당장 치료제나 예방주사를 무료로 보내줄 텐데 당국도 어서 인민생각을 좀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빨리 모내기도 끝낼 수 있죠.

노력동원 어려워진 이때

북한이 알아야 할 가장 효과적인 모내기 농법

MC: 네. 아무쪼록 코로나 상황이 빨리 진정되길 바랍니다. 지난번에 선생님께서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400만톤 정도로 예상하셨는데, 코로나 때문에 생산량이 더 적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이럴 때 북한 청취자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북한에서 모르는 조금 더 효과적인 모내기 농법, 어떤 게 있을까요?

모내기의 시작

영양알판을 만들어라

조현: 제가 꼭 소개하고 싶은 것 하나가 영양알판입니다. 영앙알판이란 플라스틱판에 촘촘히 구멍을 뚫어 담는 계란 판처럼 생겼는데요. 이런 판에 흙과 벼 한 알 그리고 영양비료를 넣어서 수액재배 방식으로 모를 키우는 겁니다. 벼모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정확히 섞어서 재배하면 깨끗하고 건강한 모로 자라거든요. 한국은 이렇게 모를 재배하고는 논에 옮겨 심습니다. 북한에선 모내기 할 때 땅에 직접 씨를 뿌리고 퇴비를 깔고 비료를 뿌린 후에 그렇게 재배해서 굳힌 모판을 마치 칼로 썰듯 흙판을 잘라서 다른 논으로 옮겨 심어야 했습니다. 먼저 모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어려웠는데요. 아까 말했듯이 흙에다 씨와 비료를 뿌려놓으면, 북한은 밤낮 기온차가 심해서 아침엔 그게 다 얼어있거든요. 그래서 비닐박막을 여러 겹, 수시로, 바꿔서 덮어줘야 하는데 북한엔 그게 또 부족하니까요.

MC: 그렇겠네요. 한국처럼 비닐하우스에서 모를 재배하는 게 아니니, 모 키울 때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땅 면적도 방대할 거 같고요. 그럼 이렇게 키운 모를 사람이 직접 땅에 심나요?

조현: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 기계를 사용해서 모내기를 한다고 하는데 기계가 완전히 달라요. 한국은 그야말로 영양알판에서 재배한 모를 기계에다 넣어두고 한 사람이 운전만 하면 됩니다. 기계가 알아서 영양알판에 모를 정확히 빼내어 논바닥에 직접 꽃아 넣어요. 그런데 북한 기계는 한 사람이 운전을 하면 뒷자리에 두 사람이 앉아, 기계가 가는 길마다 사람이 손으로 모를 들어서 빼내줘야 기계가 바닥에 내려 심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걷지만 않게 하는 기계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 심다가 실수도 많이 일어나는데 모를 제대로 뜨지 못해 힘들게 키운 모가 절반씩 끊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기계 속도와 사람 속도가 안 맞아서 모를 흘리거나 잘못 심는 경우도 있어, 보통은 기계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4명 정도 차 지난 길을 그대로 따라가며 수습합니다. 남한의 영양알판에서 자란 모는 수액재배를 하니까 영양도 좋고 튼튼한데 북한 모는 그렇지 못하고 또 흙도 많이 붙어있어서 그 흙 털다보면 모도 많이 망가집니다.

남한과 북한의 모내기 기계, 차원이 달라

MC: 모내기 노력동원할 땐 농민이 아닌 사람도 많이 올 텐데 자칫하면 실수가 많겠네요.

조현: 그러니까요. 대학생, 군인들이 전문가가 아니니 실수로 버려지는 게 많아요. 여기까지만 들어도 북한 모내기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걸 아실 텐데요. 모판 설비, 자재, 모를 심는 면적이 더 많이 들어감에도 모가 실하지 못합니다. 이런 방식을 조금만 바꿔줘도 더 많은 수확량을 낼 수 있어요. 영양알판은 비닐하우스 하나 만들어 놓으면 그 안에서 모를 만들어 층층이 쌓을 수도 있어 작은 면적에서도 충분히 많은 모를 키워낼 수 있습니다. 북한도 비닐하우스 만들고, 협동농장경영위원회에서 선진기술 배우고, 비료조합법 배우고, 농민들 역할 분배해서 잘 키우기만 하면 영양알판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조금만 농촌에 투자해서 선진적인 모내기 방식을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앞으로 쭉 모내기가 쉬워질 겁니다. 꼭 한번 해보십시오.

MC: 오늘도 좋은 비법 전해주셨네요. 다음 주에는 모내기 시기, 비료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눠봅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답이다> 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